마음은 상했지만, 수영은 잘하고 싶어서

by지후트리


수어그림_공부.HEIC수어그림 <공부> / 지후트리 / 2018


요즘 수영을 하면서 자주 마음이 상한다.


나는 내가 수영을 제법 잘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물속에서 움직이는 일이 즐겁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지는 감각도 느낀다. 그런데 선생님의 눈으로 보면 나는 여전히 초보다. 팔도 고쳐야 하고, 다리도 고쳐야 하고, 호흡도 자세도 아직 손볼 곳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배우러 왔으니 고칠 것이 있는 게 맞다.


문제는 이상하게도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 가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수영장은 넓고 물소리는 크다.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가르쳐야 하니 선생님의 목소리도 자연스레 커진다.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큰 목소리에 짜증이 섞여 들려올 때가 있다. 잘못된 동작을 지적받는 것보다 그 말투에 먼저 마음이 움츠러든다. ‘아니, 나 배우러 왔지 혼나러 온 건 아닌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또 시키는 건 악착같이 한다. 기분은 상했는데 잘하고는 싶다. 참 이상한 마음이다.


얼마 전 어디선가 ‘존재’와 ‘역할’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역할을 만나면 결국 자신을 속이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잘할 수도, 모든 것에서 1등을 할 수도 없다. 내가 유난히 잘하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대단히 잘하지는 못해도 그저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 계속하게 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 역시 한 사람의 고유함이며, 그 고유함을 인정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대우하는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문장을 읽고 수영장에서의 내가 떠올랐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수영을 잘해야 하는 사람’으로 나를 옮겨놓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물속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어제 안 되던 동작이 오늘 조금 되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그런데 조금씩 잘하게 되니 더 잘하고 싶어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금세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변했다. 그러자 선생님의 지적 하나에도 내가 생각했던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간격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제법 잘하고 있는데 선생님의 눈에는 고칠 곳이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가 틀린 걸까.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나는 분명 이전보다 잘하고 있고, 동시에 아직 배울 것이 많은 초보다. 내가 느끼는 성취감도 사실이고 선생님이 발견하는 부족함도 사실이다. 그 두 가지는 서로를 없애야만 성립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려고 한다. 수영장에서의 나는 ‘잘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있는 사람’이라고. 배우고 있다는 말 안에는 못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틀리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 오늘 안 되던 것을 며칠 뒤에 갑자기 해내는 순간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말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르치는 내용이 맞는 것과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 마음이 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해서 불쾌한 말투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배우는 방식이 다르고, 몸이 다르고, 이해하는 속도도 다르다. 같은 설명을 듣고 바로 몸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 번쯤 반복하고 나서야 어느 순간 몸이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사람이 다 같을 수 있을까. 몸부터 다른데.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존재의 방식이 있다.’

그 문장이 꽤 오래 남는다.


선생님의 역할은 내가 더 잘 수영하도록 잘못된 동작을 찾아주는 것이고, 나의 역할은 그것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할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은 물속에 있는 나다. 수영이 즐거워서 아침마다 물에 들어가고, 조금 더 잘하고 싶어서 기꺼이 반복하고, 때로는 짜증이 나면서도 다음 수업에 다시 나타나는 사람.

그 사람을 내가 먼저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러니 오늘 선생님에게 한 소리 들었다고 내가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제법 잘한다고 느꼈다고 정말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냥 배우는 중이다.

물론 다음 수업에도 갈 거다.

마음은 좀 상했지만, 수영은 또 잘하고 싶으니까.

이 두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어쩌면 나다운 방식일 것이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