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by지후트리
IMG_2539.JPG수어 그림 < 길 > / 지후트리 / 2017

길은 땅 위에 생긴 선이다. 사람들은 그 선을 따라 걷는다.

이 수어는 그 모습을 아주 단순하게 손으로 옮겼다. 손을 가지런히 모으면 손등이 하나의 평평한 땅처럼 보인다. 그 위를 다른 손이 미끄러지듯 지나간다. 마치 사람이 길 위를 걷는 것처럼.


"사람이 길을 따라 나아가는 모습." 을 그린 수어라고 설명할 수 있다.

길 자체를 그렸다기보다 , 길을 가는 행동을 묘사한 그림.




'미라클 모닝'이라는 표현은 이상하게도 내게 썩 반갑지만은 않다.


아마도 시간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어서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정해놓은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만 부지런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 말이다. 사실 중요한 건 모두가 같은 시간에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자신만의 아침'을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한 번 집단의 이름이 붙은 문화는 좀처럼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나는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었다.


엄마는 지금도 "너는 아침에 일어나는 걸 정말 힘들어했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 말은 틀리지 않다. 다만 그것은 지방에서 살던 시절의 나였다.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는 동네에서 느긋하게 살아가던 시간 속의 기억이다.


서울에서의 삶은 조금 다르다.


이곳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정보와 사람, 기회가 오가는 도시다. 새로운 유행이 가장 먼저 도착하고, 다양한 경험들이 거리마다 흩어져 있다.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아침을 열지 않으면 하루를 절반쯤 놓치는 기분이 든다.


지역을 비교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회의 밀도에 대한 이야기다.


이 도시에서는 그저 걷기만 해도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고, 사람을 만나고,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그런 시간에 늦잠만 자고 있다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뒤처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가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단연 아침이다.


물론 저녁도 좋고 밤도 좋다. 하지만 밤은 건강하게 잠들어야 할 시간이다. 계속 깨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작업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의미 없이 쇼츠 영상을 넘기거나 오락거리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별히 감성적인 작업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아니라면, 새벽은 자는 시간이 맞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침은 정신이 가장 맑다.


전날 밤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고민했던 일도 자고 일어남면 이상하리만큼 작아져 있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았고 당장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을 왜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스스로도 의아해진다.


아침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을 비워내는 시간에 가깝다.


몸이 피곤하든 개운하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침에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묘한 만족감을 준다. 잠들어 있던 근육을 스트레칭으로 깨우고, 산바카라이나 운동을 다녀오면 하루가 유난히 길어진다.


신체도 깨어나고, 마음도 함께 깨어난다.


아침 운동을 나갈 때면 일부러 힘찬 음악을 듣는다.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뇌에게 '이제 시작이다.'라고 신호를 보내는 의식 같은 것이다.


가끔 혼잣말도 한다.

'나의 육체야, 주인님은 지금 아침 수영을 하러 이동 중이다. 곧 너희 세포 하나하나에 수영의 기억이 새겨질 테니 잘 부탁한다.'

조금 우스운 다짐이지만 이상하게 효과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수영장에 들어갔다 나오면 몸이 먼저 대답한다. 오늘은 광배근을 제대로 썼구나. 근육통이 은근히 올라오는 걸 보면 괜히 뿌듯하다. 광배근 근육통을 느끼지 못했다면...... 오늘 수영은 아직 덜 한 것이다.


이런 작은 만족감들이 내일도 다시 아침을 열게 만든다.


돌이켜 보면 하루의 루틴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었다. 나 자신의 효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무엇을 언제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해야 할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규칙적인 생활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목표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고, 같은 시간에 작업을 시작하는 반복이 결국 목표를 향해 나를 조금씩 밀어준다.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꾸준히 반복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큰 변화를 꿈꾸지만, 삶은 대부분 아주 작은 습관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찍 일어나기

스트레칭 5분 하기.

산바카라 30분 하기.

수영 한 시간 하기.


별것 아닌 행동처럼 보이짐만 그런 하루가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 작은 습관은 어느새 큰 습관이 되고, 큰 습관은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아침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가 말하는 '미라클 모닝'이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가장 맑은 정신과 가장 긴 하루를 선물해 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몸이 먼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