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두 손을 맞대는 동작에서 시작한다. 나에게 기도는 소원을 비는 행위보다,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자세에 더 가깝다.
오늘은 한국무용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개근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가지 못했다. 더위에 유난히 약한 나는 몸이 먼저 항복을 선언했다.
늦게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소금물을 마셨다. 허겁지겁 아점을 먹었지만 이상하게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다.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이 조금 비어 있는 날이었다.
그럴 때면 나는 글을 쓴다.
글을 내게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숨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내가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조금씩 사람들에게 닿기 시작했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꾸준히 움직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성과는 늘 늦게 찾아온다. 그래서 더더욱 과정이 중요하다.
오래전 출간했던 바카라도 다시 펼쳐 읽었다. 그 바카라을 만들던 나는 내 이야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두 달 동안 원고를 다듬고, 교정을 거쳐 세상에 내보냈다. 지금 다시 읽으니 아쉬움도 남지만,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한 권의 바카라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다음 이야기를 쓰기 위한 시작이었다. 바카라을 덮고 나니 고양이를 만나러 갈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남아 있었다. 집무실에 다녀올까 고민했지만 그만두었다. 굳이 먼 길을 다녀오기보다 오늘은 집 가까이에 머물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커피 한 잔을 사려고 집 앞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
빌라 입구 앞에서 오랜만에 옆집 할머니를 만났다.
"안 보이길래 어디 갔는 줄 알았어요."
"아니에요~ 저 계속 왔다 갔다 했어요^^"
"그래요? 너무 조용해서 어디 간 줄 알았지"
잠깐의 대화였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집에서 무척 조용하게 사는 사람이다.
크게 음악을 틀지도 않고, 전화를 오래 하지도 않는다. 실내화를 신고 다녀서 층간 소음을 만들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일까, 나를 오래 보아온 이웃들은 내가 며칠 보이지 않으면 먼저 안부를 묻는다.
우리 빌라에는 오래 사신 어르신들이 많다.
국가유공자이신 할아버지는 계절마다 식물을 정성껏 돌보시고, 할머니는 귀가 많이 불편하신데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려 애쓰신다.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실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향한 관심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다시 대답한다.
나는 키가 크고 할머니는 왜소하시다. 그녀와 대화를 나눌 때면 자연스럽게 상체를 조금 숙이게 된다.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을 숙인 것이 아니라 마음을 숙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도라는 수어는 두 손을 모으는 동작이다.
어릴 때는 기도가 소원을 비는 행동인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도는 다른 의미가 되었다.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는 마음.
나보다 먼저 안부를 묻는 마음.
어쩌면 기도는 손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성과도, 계획도 아니었다.
현관 앞에서 나눈 짧은 인사 하나.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기울여 주었던 그 다정한 순간이었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
다정은 안부를 묻다는 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