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 연출 감독이 대학교 선배였다.
늦게 잠들었지만 의지로 깨어난 아침. 따뜻한 소금물 한 잔과 함께 노트북 앞에 앉아 어제의 소란함을 차분히 정리해 본다. 체중계 숫자가 가벼워진 만큼 마음의 무게도 덜어낼 수 있는 하루이길 바라며, 시련과 환희가 교차했던 어제의 기억을 기록해 두어야겠다.
어제는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접하며 창작자의 권리와 협업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게 됐다. 과거의 작업이 현재의 다른 기획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참여 비중이나 창작물 활용에 대한 사전 조율이 생략되었음을 확인한 것.
자칫 예민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나를 지지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법적 테두리를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친구의 조언과 나를 염려해 주는 이들의 온기는 뜻밖의 위안이었다.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적인 계약 절차와 자문 체계를 철저히 준비해 내실을 단단히 다져야겠다.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뜻밖의 지점에서 다시 긍정의 방향으로 선회했다.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 좋아하던 배우의 영상을 찾아보다가, 연출 감독의 이름에서 대학 시절 선배를 발견했다. 아끼는 배우와 나란히 앉아 드라마를 소개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니 세상 참 좁다는 생각과 함께 묘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팬심이 실제 인연의 끈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된 순간, 허투루 맺어진 관계는 없으며 모든 인연에는 저마다의 교훈이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새겨본다.
부정적인 사건으로 시작해 긍정적인 감동으로 마무리된 어제의 일들이 깊은 질문을 남긴다. 존재와 세계는 끊임없이 서로를 바꾸고, 타인의 예측할 수 없는 가능성은 때로 고심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때로는 기대치 못한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직업적인 성취의 난도가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일터. 이제는 감정 소모에 매몰되기보다 고유성을 지키고 힘으로 기르는 데 집중해야겠다. 몸에 새겨진 기억과 상상력을 동력 삼아 모든 인연에 감사의 마음을 새기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지.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