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망설임 끝에 오랜 인연의 끈을, 탁 놓아버렸다.
상대를 탓했다.
나로 인해 민폐가 생길까 싶어 조바심을 내던 A를.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했던 것을 내게 들킨 B를.
나와의 문제를 삼자에게 고해 받치던 C를.
나를 배제하기 위해 내 언행 중 유리한 것만 차용한 D를.
살가운 애정은커녕 일꾼처럼 여기는 E를.
관계망을 들추어보니 이것저것 남 탓이 수두룩하다.
피해망상증에서 벗어나고자 이를 악물던 중, 나는 소스라쳤다.
남의 사생활을 함부로 발설했던 나.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를 헐뜯었던 나.
잘난 척을 하며 상대를 무시했던 나.
오해를 받거나 상대가 착각을 한 것이라 싶으면 격하게 따져 물었던 나.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어 상대가 착각하게 만든 나.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당당했던 나.
순간의 선택과 선택이 모여 지금의 상황이 된 것이다.
내 인생은 내 것이기에 바카라임도 오롯이 내가 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한 번이라도 나는 좋은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를 톺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상대를 탓할 일은 1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