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다이소' 사랑

by유석

아내는 매우 검소한 사람이었다. 평생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물건들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원래부터 물욕이 없는 성격이었는지, 아니면 남편인 내가 그런 물건을 선뜻 사줄 만큼 넉넉한 가장은 아니었기에 욕구를 눌러두고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충분한 여력이 없어도 일단 카드부터 긁는 사람들도 많은 세상에서, 아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면 검소함은 분명 아내의 타고난 성품이었을 것이다.

아내는 새 물건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중고 물건을 사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솔직히 말해, 과거의 나는 아내의 그런 성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나는 장난 섞인 말투로

“당신, 전생에 혹시 정말 어렵게 살았던 거 아니야?”

라고 묻곤 했고, 아내는 그저 미소로 답했다. 그러면 나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 역시 아내의 영향을 받았는지, 중고 물건을 사용하는 데 점점 거부감이 없어졌다.

2022년 초,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캐나다에서 살던 집을 정리할 때, 집안의 많은 물건들을 페이스북이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 내놓았고, 출국일이 다가올 때까지 팔리지 않은 것들은 모두 기부센터에 맡겼다.

결혼 후 30년 넘게 함께해 온 가구들,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나니, 묘한 시원함과 서운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아내와 나는 언젠가 미니멀리스트처럼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것은 그것을 실천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더구나 한국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살림을 새로 장만하는 일은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전세로 들어간 아파트에는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집주인이 버리고 가려던 냉장고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 냉장고를 그냥 두고 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 냉장고는 그 후로 3년 넘게 아무 탈 없이 버텨 주다가, 지난 이사 때 결국 고장이 나서야 비로소 떠나보내게 되었다.

요즘 나는 어떤 물건이 필요할 때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꼭 새것이어야 할까?’

아니라는 답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중고물품 사이트를 열어본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안마의자도, 이사 와서 들인 세탁기도 모두 중고다. 생각해 보면 새 물건도 몇 번만 사용하면 곧바로 중고가 되지 않는가. 젊은 시절에 비해 물건에 대한 욕심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스스로도 느낀다.


그런 아내가 가장 좋아하던 가게는 단연 ‘다이소’였다. 가성비로는 따라올 곳이 없는 곳. 함께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도 “나 다이소 잠깐 들를 테니까 당신은 먼저 집에 가 있어요”라며 나를 먼저 돌려보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꼭 뭔가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그저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사실 그럴 때 내가 함께 가 주었으면 아내가 더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는 내가 쇼핑을 싫어한다는 걸 잘 알았기에 굳이 부탁하지 않았다.

지금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기꺼이 함께 가주었을 텐데...

(하늘나라에도 쇼핑몰이 있을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내는 우리가 2022년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다이소를 즐겨 찾았다. 우리는 빅토리아에 살았지만, 딸이 사는 밴쿠버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 다이소에 들르곤 했다. 물론 한국의 다이소에는 그보다 물건의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하고 풍성했다.

지금도 집 안 곳곳에는 다이소에서 산 물건들이 알뜰하게 쓰이고 있다. 이사 오기 전, 아내가 집안 이곳저곳을 정리해 두었던 방식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 두었고, 이사 온 뒤에도 그 사진을 보며 그대로 따라 했다. 그에 필요한 용품들을 다이소에서 하나하나 찾다 보니,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아, 그래서 아내가 그렇게 다이소를 좋아했구나.”

다이소를 천천히 둘러보며, 나는 아내의 마음을 늦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내가 남기고 간 것은 단지 물건을 아끼는 습관만이 아니었다. 꼭 필요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태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삶의 방식이었다. 이제 나는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집을 정리할 때도, 자연스럽게 아내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아내는 내 곁에 없지만, 그녀의 삶의 태도는 이렇게 일상 속에 남아 나를 이끌고 있다. 다이소의 작은 물건 하나에도 아내의 손길과 마음이 겹쳐 보이고, 그 덕분에 나는 오늘도 조금 덜 욕심내고, 조금 더 가볍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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