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평소에 대화를 참 많이 나누며 살았다. 서로에게 숨길 것이 없다고 믿었고, 집에 돌아오면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서로 빠짐없이 전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전화기도 자유롭게 보곤 했을 뿐 아니라 전화기에 위치 추적 앱을 설치하여 서로의 실시간 위치를 공유했다.
내가 어떤 고민에 빠지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은 늘 아내였다. 아내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현명한 조언을 해주곤 했다. 인간관계든, 건강 문제든, 돈 문제든. 경제적 지식은 나보다 부족했지만 촉이 훨씬 뛰어났다. 아내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돌이켜보면, 아내 말을 따라 했다가 일이 잘못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내는 잔소리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이 조금 힘들더라도 내게 맞추고, 나를 구속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다고 우리가 늘 이상적인 부부였던 건 아니다. 가끔은 투닥거리기도 했고, 살면서 심각한 다툼을 겪은 적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 보니 우리 삶의 일부로 아련하게 남아 있다.
아내가 떠난 뒤, 평소에 그녀가 하던 말들이 자꾸 마음속에 되살아난다.
예를 들면, “샤워하고 나면 바닥과 부스 물 좀 닦아요.” 생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대충 흉내만 내고 투덜거렸던 일이었다. ‘나중에 한꺼번에 청소하면 되지, 왜 매번 귀찮게 하기를 원할까’ 하며.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 ‘이렇게 하면 아내가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에 더 정성껏 닦는다. 내가 청개구리가 된 느낌이다. 집안일을 하거나 사람을 대할 때도 ‘아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자주 떠올리며 행동하게 된다.
예전엔 다른 집을 방문할 때 뭘 사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귀찮아 그냥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아내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떠올리며, 그녀의 마음을 대신 짐작해 본다.
아내는 캐나다에 다녀올 때마다, 늘 몇몇 가까운 지인들에게 캐나다 원두커피를 선물하곤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내가 직접 같은 커피를 구입해 선물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려 한다. 얼마 전 절친의 딸이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물을 고르며 아내라면 무엇을 준비했을까 고민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지금 나는 마치 하늘나라의 아내가 지상에 있는 나를 조용히 이끌어주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기꺼이 그녀의 아바타가 되어 살아가고 싶다.
남편들이여, 부디 지금 곁에 있는 아내들에게 잘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