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아내 #2

by유석



지난번 글에서, 언젠가 내가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아내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담아, 내가 마지막 숨을 내쉴 그 순간 아내가 마중 나와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나눈 바 있다.


얼마 전 우연히 넷플릭스를 켰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드라마 하나를 발견했다. 김혜자와 손석구가 주연한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라는 작품이었다. 작년 봄, JTBC 주말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가 지금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다.


생각해 보니, 당시 아내가 투병 중인 어느 날, 병원 로비를 지나가다가 텔레비전 화면에서 방영 중인 이 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김혜자와 손석구?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데..."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줄거리는 이렇다.

평생을 사랑하며 살아온 노부부가 있다. 남편은 젊은 시절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 침대에 누워 지냈고, 아내는 젊은 나이부터 시장에서 일수를 찍어 남편을 돌보며 어렵게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고단했지만, 부부의 사랑은 애틋하고 단단했다. 남편은 오래전부터 아내에게 짐이 되기 싫어 먼저 세상을 떠나기를 기도했지만, 그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다음 해 아내도 그 뒤를 따르게 된다.

이 드라마는 아내(김혜자 분)가 천국에서 남편(손석구 분)을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로맨스다.


하늘나라에서 아내와 다시 만나는 장면을 마음속에 그려오던 내게, 이 드라마는 매우 특별하고도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상 깊은 장면이 하나 있다.

아내가 저승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첫 번째 정거장(지옥)에서 지옥행 승객을 걸러낸 뒤, 두 번째 정거장(천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두 가지 질문을 받는다.


"몇 살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한 번 결정하면 절대 바꿀 수 없다.) → 아내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지금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며, 80세의 모습으로 살겠다고 말한다.

"누구와 살고 싶은가?" (이 역시 한 번 선택하면 절대 바꿀 수 없다.) → 단, 선택한 사람이 천국에 있어야 하며, 그 사람 역시 본인을 선택했어야만 함께 살 수 있다.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들에겐 나름 희소식일 수도 있겠다. 그 웬수를 또다시, 아니 영원히 보며 살아가야 한다면 참 곤혹스러울 테니까.)


다행히 남편도 이미 천국에 있었고, 아내를 선택한 상태였다.

하지만 남편은 30세의 모습으로 있어,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웠지만, 정작 그 전개는 내가 상상해 왔던 ‘하늘나라에서의 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오히려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내가 믿는 천주교 교리에 따르면, 하늘나라에서는 이 세상의 ‘부부’라는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천국에서도 부부의 인연이 계속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하늘나라에서 아내와 부부로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을 것 같다.

그녀가 여전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영혼 (soulmate), 가장 빛나는 존재로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신이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몇 살의 모습으로 누구와 살고 싶으십니까?

이 질문이 생각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