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 하늘나라에 가게 된다면...
아내가 나를 마중 나와 줄까?”
자주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다.
어쩌면 어리석고 무지한 기대일 수도 있지만, 문득문득 그 장면이 마음속에 그려진다.
살아생전 내내 나를 아껴주고, 고통 중에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던 그 사람.
그녀가 저편에서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바람이 드는 건,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품게 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바카라이나 방송에서 임사체험 이야기를 접한다.
사고나 수술 중 죽음에 가까웠던 사람들이 말하는 신비한 체험들.
그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배우자나 가족을 만났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지 않은가.
그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그 사람은 빛처럼 나에게 다가왔고,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싸주었다"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나도 죽음의 문턱을 넘는 그 순간, 아내가 나를 알아보고 따뜻하게 맞아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지금은 만질 수도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지만, 우리 사이에 쌓인 시간과 사랑은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천주교 신앙에서는 하늘나라에서는 부부라는 지상의 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활 때에는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고, 천사들과 같으리라."
그 말씀을 처음 들었을 땐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한 삶은 무의미했던 걸까? 하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뜻은 '이 땅에서의 역할'은 사라지지만,
‘사랑의 본질’은 하느님 안에서 더 깊고 순수한 형태로 남는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녀는 더 이상 나의 ‘아내’는 아닐지 모르지만,
여전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영혼 (soulmate), 가장 빛나는 존재로 남아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
어느 순간 그런 확신이 들었다.
내가 죽고 난 뒤, 그곳에서 아내를 만난다면 우리는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를 알아볼 거라고.
그녀의 눈빛 하나, 손끝의 감촉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그 순간, 그녀는 말할 것이다.
“어서 와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여긴 더 이상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아요.”
나는 지금도 종종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녀의 미소를 떠올린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한다.
'그날이 오면, 내가 마지막 숨을 내쉴 그 순간, 아내가 나를 마중 나와 안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