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잠그지 않는 아들

아들이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by선물

<2009년 11월에 쓴 글을 다시 꺼내 봅니다.>


뉴스의 자료 화면에서 아들의 뒷모습과 흡사한 사람이 나왔다. 빨래를 널기 위해 베란다로 나가던 중 잠깐 보게 된 화면이었다. 뉴스는 바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갔다. 얼핏 듣기로는 십 대 청소년들이 노약자를 밀쳐 피해를 입힌 사건 같았다. 워낙 흉흉한 사건 사고가 많이 보도되던 터라 더 이상 확인하지는 않았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요즘 애들 왜 그런지 몰라. 지나가는 사람을 괜히 뒤에서 밀쳐 넘어뜨리기나 하고. 근데 뒷모습이 꼭 너 같더라. 너는 그런 짓은 안 하지?"

잠자코 듣고 있던 아들이 버럭 화를 냈다.

"뭐야? 혹시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야? 엄마, 진짜 너무하네. 내가 말은 잘 안 들어도 누구한테 피해 주는 짓 같은 건 안 해. 그런 짓은 양아치나 하는 거지. 엄마는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기가 막혔는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의심은 무슨. 그냥 그랬다는 이야기지."

뭔가 앗차 싶어 변명했지만 아들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방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아들을 뉴스의 주인공으로 의심한 것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지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으니, 결국 아들을 의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얼마 전의 일이었다.
늦은 밤, 돌아올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들이 연락도 없이 돌아오지 않았다. 연신 시계를 향하는 남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방에 들어가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조금 뒤,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아들이었다. 여간해선 아빠한테 전화하지 않던 터라 긴장되었다.

"어디? 막둥로라고?"
막둥로는 우리 집 반려견 막둥이가 호수공원에 오갈 때마다 영역 표시를 위해 꼭 멈춰서는 자그마한 길이었다. 멀지는 않았다. 남편은 전화를 끊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별일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며 따라나서려는 나를 말렸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두 사람 모두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제법 시간이 지나서야 둘 다 지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한 취객이 쓰러져 있었는데 아들이 저 혼자 어쩌지를 못하겠다며 아빠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남편이 나가서 아들과 함께 취객을 부축해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취객이 갑자기 지갑이 없다며 허둥대서 다시 돌아가 찾아주고 오느라 늦어졌다고 했다.

아들은 아빠를 닮아서인지 이런 일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언젠가는 싸움을 말리려다 오히려 맞고 온 적도 있었다. 나는 남의 일에 괜히 참견하지 말고 몸 사릴 줄도 알았으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그런 아들의 모습에는 관대했다. 아니, 오히려 흡족해했다.

아들도 그런 점에서는 아빠를 더 신뢰하는 것 같았다. 잘못을 저지른 아들과 그것을 호되게 나무라는 남편 사이에서 늘 조마조마했던 나로서는, 가끔씩 보게 되는 이런 의기투합이 싫지 않았다.

아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여태 한 번도 방문을 잠그는 법이 없는 내 아들.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아토피로 눈두덩이 발갛게 부어 있었다. 그 눈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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