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층계를 비워두는 다정한 거리

[ 꽃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 10

by정원에

◕ 층꽃나무

초가을의 메마른 산기슭이나 바위틈을 걷다 보면, 척박한 마사토 흙더미 속에서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포슬한 청자빛 꽃송이들을 층층이 매달고 서 있는 꽃을 만납니다. 층꽃나무입니다.


이름에는 ‘나무’라는 묵직한 돌림자가 붙어 있지만, 줄기의 밑동만 단단한 목질로 변할 뿐 윗부분은 겨울마다 말라 죽는 반관목(半灌木)의 야생 식물입니다. 풀의 여림과 나무의 굳건함을 반씩 나누어 품은 채 살아가는 참으로 독특한 존재지요.


층꽃나무의 지혜는 이름처럼 ‘층’에 있습니다. 줄기를 따라 피어나는 꽃들의 정갈한 배열 방식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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