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렌터카 여행의 마무리

골에서 오슬로까지

by간서치

2026년 8월 5일 수요일 · 골에서 오슬로까지, Rv7과 E16 도로 190km, 주행 3시간


농가의 아침


새벽부터 마당의 닭들이 울어 댔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도대체 몇 마리가 우는지 모를 만큼 많았다.

아침 공기는 상쾌했지만 이날도 비가 내렸다. 마당에 나가 보니 새벽잠을 깨운 녀석들이 젖은 풀밭을 헤집고 있었다. 흰 수탉과 검은 수탉, 갈색 암탉들은 우리가 다가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농가 숙소의 반전은 조식에서 나왔다. 식당이 있는 붉은 건물 입구에는 '외양간과 마구간, 1730~1750'이라고 새긴 나무 팻말이 붙어 있었다. 옛날에 소와 말을 키우던 건물이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니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외양간이던 곳에 이런 화려한 것이, 뜻밖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2025년 9월 노르웨이 왕세자 부부가 이곳에서 리셉션을 열었다고 한다. 허름한 농가인 줄만 알았는데, 만만찮은 곳에서 아침을 먹은 셈이다.


어제 체크인할 때 만난 수다스러운 주인이 직접 구운 빵을 내왔다. 노르웨이 전통 빵인지는 모르겠지만, 갓 구워 정말 맛있었다. 여기에 어쩌면 노르웨이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구운 연어를 곁들여 실컷 먹었다.


주인장은 식탁에 오른 계란이 마당의 닭들이 오늘 낳은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새벽잠을 설치게 한 녀석들이지만 이렇게 신선한 계란을 내주었으니 용서해 주기로 한다.


떠나기 전에 식당 한쪽 선반 앞에서 걸음이 멈췄다. 소녀 도자기 인형과 작은 노르웨이 국기, 그리고 손으로 돌리는 커피 그라인더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인데, 외양간에 샹들리에를 건 이 집 자체가 그런 조합이다. 옛것을 리모델링하여 지금껏 지켜 온 주인장의 모습이 저 소녀에게 비쳐 보이는 듯하다.



오슬로로 가는 길


이제 오슬로 공항으로 출발한다. 구글 지도에 찍힌 거리는 190km, 예상 시간은 3시간이었다. 닷새를 달려 보니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에서 같은 거리를 갈 때보다 1.5배에서 2배쯤 시간을 잡으면 맞았다. 차가 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산길과 공사 구간을 많이 지나서 그런 것 같다.


조카는 노르웨이에 와서 다 좋았는데 딱 하나, 곰을 못 만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곰이 강가에서 연어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게 될 줄 알았단다. 그런데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우연히 커다란 곰 동상을 만났다. 이곳에 실제로 곰이 많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카는 동상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그 마을은 곰 공원이 있는 플로였다. 노르웨이의 야생 곰은 대부분 북쪽 국경 지대에 산다고 하니, 이번 길에서 곰을 만나기는 애초에 어려웠다.



렌터카를 반납하며


첫날 충전 앱 결제가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여기서 마저 해야겠다. 한국에서 충전 앱을 여러 개 깔아 갔지만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 Kople 앱을 깔고 나서부터는 막힘이 없었다. 앱이 알려 주는 곳을 찾아가면 바로 충전이 시작되었다.


반납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급속 충전기를 찾았다. 배터리를 70퍼센트 이상 채워 돌려줘야 추가 요금이 붙지 않는다. 비가 많이 내렸지만, 이제는 빗속에서도 충전쯤은 어렵지 않았다.


오후 2시 무렵, 공항 AVIS 렌터카 주차 구역에 무사히 반납했다. 첫날의 걱정과 달리 전기차는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노르웨이에서 렌터카 여행을 계획한다면 전기차를 강력히 추천한다.



닷새간의 렌터카 여행을 돌아보며


그동안 달린 길을 지도 한 장에 그려 보았다. 오슬로 공항에서 북서쪽으로 올라갔다가 서해안을 따라 베르겐까지 내려오고, 다시 동쪽으로 산을 넘어 공항으로 돌아온 길이다. 모두 1,330km, 운전만 20시간 50분이었고,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를 건넌 페리 1시간 10분은 따로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너무나 많다. 비 내리는 트롤스티겐 열한 굽이를 내 손으로 운전해 올랐고, 전망대에 서니 무서웠던 마음이 경외로 바뀌어 있었다. 셰르브스포센에서는 물보라에 셋 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고, 보링포센에서는 딸이 바라던 트레킹을 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갔던 두 폭포가 가장 오래 남았다.


화성 같은 하르당에르비다 고원을 가로지른 길도 빼놓을 수 없다. 비가 가장 많이 온다는 베르겐에서는 오히려 여행 중 가장 맑은 하늘을 만났다. 캠핑장에서 고기와 연어를 구워 먹은 저녁, 밤 11시가 넘어도 환한 백야, 게이랑에르에서 비를 맞으며 서서 먹은 어묵 샌드위치 같은 작은 장면들도 자꾸 떠오른다.


아쉬운 것도 있다. 닷새 가운데 날이 좋았던 것은 이틀뿐이었다. 게이랑에르 피오르드는 갑판에서 흠뻑 젖어 가며 보았지만, 비에 가려 제대로 보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문 닫기 직전의 빈모노폴레로 와인을 사러 뛰어다니고, 일요일에는 맥주 한 병 구하지 못했다. 그때는 진땀이 났지만, 지금은 두고두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기차를 타고 오슬로 중앙역까지


차를 돌려주고 나니 이제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뚜벅이다. 공항 기차역으로 내려가 오후 2시 36분 열차에 올랐다. 닷새 전 자정에 이 공항에 내렸을 때는 셔틀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는 기차다. 오슬로 중앙역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제 뭉크가 거닐었던 칼 요한스 거리를 걸어 입센을 만나러 간다.



https://blog.naver.com/customs_man/22442876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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