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코끼리를 드는 방법, 유압이라는 힘

사람의 말도 힘을 만든다, 하지만...

발로 가볍게 밟으면 1톤이 넘는 자동차가 섭니다. 굴착기 운전석의 레버는 손가락으로 미는데 그 끝에서는 거대한 버킷이 땅을 파냅니다. 미용실 의자는 발판을 몇 번 밟기만 하면 사람을 태운 채 올라갑니다. 모두 물리 법칙을 통해 작은 힘을 거대한 결과로 바꾸는 유압 장치입니다. 작은 속삭임이 거대한 소문이 되어 사람을 움직이는 우리네 말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압력은 같고 힘은 커진다


유압은 파스칼의 원리에서 나옵니다. 밀폐된 액체에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이 모든 방향으로 똑같이 전달됩니다. 공기는 압력을 가하면 부피가 줄어들지만 액체는 거의 눌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액체를 채운 관으로 실린더 두 개를 연결하고 한쪽을 밀면 다른 쪽이 밀려 나옵니다.


여기서 두 실린더의 지름을 다르게 하면 힘이 커집니다. 압력은 양쪽이 같지만 힘은 압력에 면적을 곱한 값입니다. 지름이 열 배면 면적은 백 배이므로 힘도 백 배가 됩니다.


공짜는 아닙니다. 미는 쪽을 100밀리미터 밀어야 받는 쪽은 1밀리미터 나옵니다. 힘이 커진 만큼 움직이는 거리가 줄어듭니다. 힘과 거리를 곱한 값, 즉 일의 양은 처음과 똑같습니다. 유압은 힘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니라 힘과 거리를 맞바꾸는 장치입니다.


관은 구부러진다


자전거 브레이크는 손잡이와 브레이크를 철사로 잇습니다. 단순하지만 케이블은 되도록 곧아야 하고 꺾이는 곳마다 마찰로 힘을 잃습니다. 자동차처럼 엔진과 배기관을 피해 네 바퀴까지 고르게 힘을 보내야 한다면 이 방식으로는 설계가 어렵습니다. 유압은 관만 이으면 됩니다. 관은 얼마든지 구부러집니다.


우리말로는 '기름의 압력'이라는 뜻으로 유압이라 부르지만 영어로는 hydraulic입니다. 그리스어로 물을 뜻하는 hydor와 관을 뜻하는 aulos가 합쳐진 말입니다. 이 기술은 처음부터 물과 관이 한 묶음이었습니다.


브레이크 페달이 가벼운 이유


자동차 브레이크에는 유압만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세 단계를 거칩니다.


첫째는 페달 자체입니다. 발이 닿는 곳과 축 사이의 비율이 4대 1에서 6대 1쯤 됩니다. 여기서 지렛대의 원리가 작용해서 힘을 키웁니다. 둘째는 진공 배력장치입니다. 엔진이 공기를 빨아들이며 만드는 부압을 써서 밟는 힘을 네 배에서 여덟 배로 키웁니다. 셋째가 유압입니다. 마스터 실린더의 지름은 22밀리미터 안팎이고 브레이크 캘리퍼의 피스톤은 40에서 60밀리미터입니다.


세 단계를 거치면 발로 밟은 20킬로그램 정도의 힘이 패드를 누르는 톤 단위의 힘으로 바뀝니다. 시동을 끄고 페달을 밟아보면 돌처럼 딱딱합니다. 엔진이 멈춰 두 번째 단계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20톤급 굴착기의 작동 압력은 대기압의 300배 안팎입니다. 버킷이 땅을 파는 힘은 무게로 치면 13톤에서 15톤입니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입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삽조차 운전석에서는 손가락 하나로 움직입니다.


도어 클로저는 반대로 씁니다. 여기서 유압은 힘을 키우지 않습니다. 기름이 좁은 구멍을 지나가게 만들어 흐름을 늦춥니다. 문을 미는 힘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닫히는 속도를 깎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쇼크업소버도 같은 방식입니다. 같은 액체와 같은 실린더로 힘을 키울 수도 있고 움직임을 붙잡을 수도 있습니다.


물에서 기름으로


물을 쓰던 시절은 짧지 않았습니다. 1883년에 세워진 런던 수압 동력 회사는 55 바(1 바는 거의 대기압과 같은 압력입니다) 안팎의 압축수를 도시 배관망으로 보냈습니다. 이 물이 극장 무대를 올리고 화물 엘리베이터를 움직이고 타워브리지를 열었습니다. 회사는 1977년까지 운영됐습니다.


그런데도 기름으로 바뀐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물은 금속을 부식시킵니다. 윤활을 하지 못해 펌프와 실린더가 마모됩니다. 게다가 물은 0도에서 얼어붙습니다. 그리고 100도에서 끓습니다.


마지막이 가장 위험합니다. 브레이크는 자동차의 운동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긴 내리막에서 계속 밟으면 그 열이 브레이크액까지 올라옵니다. 액이 끓으면 기체가 생깁니다. 물은 100도에서 끓어 버리지만 브레이크액의 끓는점은 새 제품 기준 200도가 넘습니다.


기포가 섞이면


액체가 눌리지 않는다는 말은 정확히는 거의 눌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유압유에 200 바를 걸면 부피가 1퍼센트 남짓 줄어듭니다. 무시해도 되는 양입니다.


문제는 공기입니다. 공기는 잘 눌립니다. 관 속에 기포가 섞이면 페달을 밟는 힘이 앞쪽 액체를 미는 대신 기포를 찌그러뜨리는 데 쓰입니다. 페달은 푹 들어가는데 차는 서지 않습니다. 이것이 스펀지 현상입니다.


브레이크액은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밀폐된 계통이라도 고무 호스와 마개를 통해 공기 중의 습기가 조금씩 들어옵니다. 수분이 3.7퍼센트 섞이면 끓는점이 230도에서 155도로 떨어집니다. 그만큼 쉽게 끓고 그만큼 쉽게 기포가 생깁니다. 2년마다 브레이크액을 갈라고 하는 것은 액이 낡아서가 아니라 물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대가 없이 커지는 힘


유압은 힘을 키우는 대신 거리를 내줍니다. 잃는 것 없이 커지지 않습니다. 자연에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말은 다릅니다.


한 친구와 오래 나눈 이야기가 한두 마디로 압축되어 전해질 때, 그 말은 내주는 것 없이 커집니다. 그리고 옮겨지는 사이에 다른 것이 섞여 들어갑니다. 섞여 들어간 것이 있으면 힘은 원래 가야 할 곳으로 가지 않습니다. 축약되고 덧붙여진 말의 힘은 내 입에서 나왔을 때보다 훨씬 커지고 예리해질 수 있습니다.


애초의 내 생각과는 무관하게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브레이크는 안전하게 자동차를 세워주는 장치이지만 말은 신중하고 조심하게 내뱉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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