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무뎌지는 것 중에...
얼마 전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선배를 만났습니다. 이 선배가 엄청난 오디오파일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오디오 이야기를 하더군요. 언제부턴가 스피커에서 고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한참을 만지작거리며 부품도 바꿔보고 별짓을 다 해봤다고 말입니다.
전 취미로 기타를 칩니다. 한동안은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기타 음색이 영 먹먹한 게 답답한 소리가 나더군요. 앰프에서 트레블을 올려 보기도 하고, 이퀄라이저 페달을 추가해 보기도 했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선배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둘이 서글프게 미소를 지으며 소주잔을 부딪혔습니다. 둘 다 원인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는 것을 말입니다.
나이가 들면 노화 현상이 여러 가지 나타납니다. 제일 먼저 오는 게 노안입니다. 수정체를 당겨주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가까운 것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증상입니다. 당장 병이나 과자의 라벨에 있는 작은 글씨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하니 노안은 바로 알아차립니다. 돋보기나 누진다초점 렌즈로 대부분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청력의 노화는 소리에 민감하지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전체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특정 주파수 이상의 높은 소리만 들리지 않게 되니까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범위는 20Hz에서 20,000Hz 사이입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높은 쪽 소리부터 들리지 않게 됩니다. 선배처럼 오디오파일이거나, 저처럼 악기를 다루거나 하지 않으면 쉽사리 느낄 수 없는 노화현상입니다.
의학계의 일반적인 통계에 따르면 나이에 따라 들리지 않게 되는 주파수 영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10대 이하: 오롯이 20,000Hz 부근까지 청취 가능
20대: 약 17,000Hz ~ 18,000Hz로 감소 시작
30대: 약 16,000Hz 내외
40대: 약 14,000Hz ~ 15,000Hz
50대: 약 12,000Hz 대역으로 축소
60대 이후: 10,000Hz 이하로 급감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죠? 20대부터 주파수 범위가 줄어들기 시작하니 말입니다. 60대 이후는 흔히 이야기하는 대역의 주파수까지 들리지 않게 되면서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합니다. 보청기가 필요한 시점이지요.
국내에서는 확인된 적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쇼핑센터나 공공장소에서 청소년이 몰려다니면서 반슬롯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소리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성인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 16,000Hz ~ 18,500Hz 사이의 초고주파를 방출하여 청소년에게만 불쾌감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 장치는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처럼 괴롭다는 뜻에서 일명 '모스키토'라 불립니다.
2010년 유럽평의회는 이 장치를 청소년을 해충 취급하는 비인도적인 기구로 규정하고, 유럽 각국에 판매 및 설치 금지 법률을 마련하라고 공식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모기를 쫓아내겠다는 초음파 제품은 모기가 800Hz 이하만 들을 수 있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게 밝혀졌는데, 인간 청소년을 해충처럼 쫓아내는 기술은 서글프게도 성공한 셈입니다.
본인이 어느 주파수 영역까지 들을 수 있는지는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소리의 높이를 올려가며 현재 들리는 소리의 주파수를 표시해 주는 동영상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자동차에서 항상 들려오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면 차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잡소리가 사라졌다고 좋아하기 전에 어쩌면 청각 검사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