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가 전기를 만든다 — 100년 상식이 뒤집힌 날
다이아몬드는 비싼 보석일 뿐만 아니라 천연 물질 중 가장 단단한 광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 다이아몬드에 전혀 다른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물질'이라는 수식어입니다.
기타를 쳐본 적 있다면 '피에조 픽업'을 들어봤을 겁니다. 통기타 브리지 아래 끼우는 얇은 부품인데, 줄의 진동이 이 부품으로 전달되면 그 압력이 전기 신호로 바뀌어 앰프로 전달됩니다. 이게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입니다. 결정에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발생하는 현상이죠.
올해 8월 31일 사이언스데일리에 이 압전효과와 관련한 흥미로운 소식이 실렸습니다. '절대로 전기를 만들 수 없다'라고 여겨졌던 다이아몬드가, 충분히 얇게 만들어 구부리면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홍콩대학교(HKU) 전기전자공학과 Zhiqin Chu 교수와 기계공학과 Yuan Lin 교수 연구팀이 올해 3월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입니다.
압전효과가 나타나려면 결정 구조가 비대칭이어야 합니다. 압력을 받았을 때 양전하와 음전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쏠려야 전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수정(석영)이나 티탄산바륨 같은 압전 소재는 모두 이런 비대칭 격자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 하나하나가 사방으로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며 배열되어 있습니다. 압력을 가해도 전하가 한쪽으로 쏠릴 이유가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100년 넘게 '다이아몬드는 비압전성 물질'이라는 게 과학계의 정설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를 아주 얇은 막 형태로, 그것도 단결정이 아닌 다결정(폴리크리스탈린)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다결정이란 작은 결정 알갱이들이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는 구조를 말합니다.
핵심은 '결정 경계'에 있었습니다. 알갱이와 알갱이가 만나는 경계면에서는 원자 배열의 완벽한 대칭이 깨집니다. 이 얇은 막을 구부리자 경계면에서 전하 쏠림이 발생했고, 안정적이고 반복 가능한 전압 신호가 측정됐습니다. 한두 번의 우연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현상이라는 점이 이 연구의 핵심입니다.
연구팀의 해석이 특히 흥미롭습니다. 압전 성질이 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대칭적인 다이아몬드 벌크 결정 속에 가려져 있다가 결정들이 맞닿은 불완전한 경계면에서 대칭이 깨지며 비로소 발현되었다는 겁니다. 대칭을 깨뜨리자 숨어 있던 성질이 모습을 드러낸 셈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원래도 단단하고,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열전도율이 높고, 생체 적합성까지 뛰어난 소재입니다. 여기에 압전 성질이 더해지면 초소형 센서, 스스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 하베스터, 웨어러블 기기, 나아가 몸속에 이식하는 의료기기의 전력원으로도 쓸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배터리 교체 없이 심장이나 관절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전력을 얻는 장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직은 실험실 단계입니다. 초박막 다결정 다이아몬드를 대량으로, 균일하게 만드는 공정이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100년간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혔던 물성이 뒤집혔다는 사실 자체가, 다른 '절대 안 되는' 물질들을 다시 들여다볼 이유를 하나 만들어준 셈입니다.
기타 피에조 픽업이 나무 판 아래 조용히 숨어 줄의 진동을 전기로 바꾸듯, 앞으로는 다이아몬드 막이 우리 몸이나 기계 어딘가에 숨어 미세한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줄지도 모릅니다. '절대 안 된다'던 100년 동안의 상식이, 물질을 충분히 얇게 만들고 나서야 뒤집혔습니다. 여러분의 결혼반지도 발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아쉽게도 보석 다이아몬드는 완벽한 단결정이라 불가능합니다. 반지의 다이아몬드를 나노 크기 알갱이로 곱게 갈아 다결정 박막으로 완전히 재가공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참고: Jing et al., "Uncovering piezoelectric effect in polycrystalline diamond membranes," Science Advances,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