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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줄타기 외교의 북한보다 나은 ‘강중국’이 되나?

정권만 살아남은 북한의 생존술은 한국의 모범이 될 수 없다

byFrancis Lee

강대국 사이에서 줄을 잘 타는 나라와 강대국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나라. 한국은 어느 쪽을 지향해야 할까?


북한은 지난 70여 년 동안 중국과 소련·러시아의 갈등을 활용하며 정권의 생존 공간을 확보해 왔다. 김일성은 중소분쟁을 이용해 양쪽의 원조를 끌어냈고, 김정일은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김정은은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도 유지하고 있다. 세 지도자는 서로 다른 국제정세 속에서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틈을 활용했다. 한쪽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고, 필요할 때 다른 쪽에서 지원과 협상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북한의 외교술은 정권 생존이라는 목적에는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가의 번영과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까지 성공하지는 못했다. 소련 붕괴 이후 북한 경제는 무너졌고, 1990년대에는 대기근으로 수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김정일은 미국과의 협상, 남북정상회담,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통해 외교적 고립을 완화하려 했지만 경제를 정상화하지 못했다. 김정은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과 군사기술을 얻으려 한다. 이 거래가 북한의 장기적인 국가 역량을 얼마나 높일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북한의 역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 능력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국가의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 정권이 살아남는 것과 국민이 잘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목표다. 한국이 북한의 외교에서 배울 것은 강대국 사이를 오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느 한 나라가 국가의 운명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사고다.


여기서 내가 제안하는 개념은 ‘강한 중견국’, 줄여서 ‘강중국’이다. 중국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강대국 사이에서도 자기 선택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중견국을 의미한다. 국제정치학에서 합의된 공식적인 국가 분류는 아니다. 강소국과 강대국 사이에 한국이 지향할 전략적 위치를 표현하기 위해 제안하는 개념이다. 이름을 붙였다고 국력이 커지는 것도, 미국이나 중국과 대등해지는 것도 아니다. 자칫 그럴듯한 국가적 구호로 끝날 위험도 있다.


따라서 강중국은 국력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름이 아니라, 실제 능력으로 검증해야 할 목표다. 강대국의 압박을 견디며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도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는가. 세계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기술과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가. 외부의 지원이 지연되더라도 핵심적인 안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국제규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를 반영할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 조건들을 갖춘 나라는 미국이나 중국과 모든 분야에서 대등할 필요가 없다. 강중국의 핵심은 강대국과 똑같은 힘을 갖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이 한국의 핵심 이익을 무시하거나 일방적으로 규칙을 강요할 때 그 비용을 감당할 능력에 있다. 강대국이 함부로 규칙을 강요할 수 없는, 대체하기 어려운 국가. 이것이 강중국의 지향점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줄타기 외교보다 훨씬 넓다.


김일성 시대에 중소분쟁은 북한에 기회였다. 1961년 북한은 중국과 소련 양쪽 모두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맺었다. 두 나라가 슬롯주의 진영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동안 김일성은 양쪽의 지원을 확보하고 자신의 자율성을 넓히려 했다. 하지만 그 균형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았다. 북한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다른 쪽과의 관계가 흔들렸고, 원조가 중단되면 경제계획도 타격을 입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그 취약성이 더욱 비극적인 형태로 드러났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북한은 주요 에너지 공급원과 경제 지원을 잃었다. 중국 역시 과거처럼 우호가격과 보조금에 의존하는 교역을 지속하지 않았다. 외교적으로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려 했던 북한은 정작 경제적 충격을 견딜 기반이 약했다. 산업과 농업, 국가 배급체계가 무너졌고 주민들은 기근에 내몰렸다. 북한 지도부는 정권을 보존했지만 그 비용은 주민에게 전가됐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으로 새로운 협상 자산을 얻었다. 2024년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고,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다.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과 군사기술을 얻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시에 중국과의 교역도 유지하고 있다.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북·중 고위급 교류는 러시아 쪽으로 군사적 무게중심을 옮기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중요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다만 이를 완벽한 균형외교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군사·안보 분야에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이 커진 만큼 북한은 새로운 위험도 떠안았다. 두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느 쪽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피할 수 없다. 북한의 줄타기는 이익을 제공하지만, 줄을 당기는 쪽의 힘이 달라지면 그만큼 취약해질 수도 있다.


한국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 문제를 마주한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한국 안보를 뒷받침하는 핵심 동맹국이고, 중국은 한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어느 한쪽과의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한국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냐는 압박을 받는다.


이때 모든 사안에서 양쪽의 중간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미국이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 제한에 동참하라고 요구하고, 중국이 이에 경제적 보복으로 대응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기가 발생해 미국의 협조 요구와 중국의 경고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그때 가서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결정하려 한다면 외교적 선택지는 이미 상당히 좁아져 있을 것이다.


강중국의 첫 번째 조건은 전략적 자율성이다. 모든 외부 압력을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다. 양보할 사안과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을 스스로 구분하고, 그 결정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교적 자율성은 정상회담의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에서 나온다.


그 기반은 경제적 회복력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수출국이지만 수출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외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정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 핵심 소재와 장비의 공급 차질, 에너지 공급의 불안이 누적되면 경제 규모가 커도 취약해질 수 있다.


중국과의 교역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답은 아니다.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유지하면서 대체 시장과 공급자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 시장과의 협력도 마찬가지다. 국내에 핵심 기술과 연구역량, 생산 기반을 축적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정 국가가 시장을 닫거나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경제 전체가 흔들리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강중국은 모든 것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급자족 국가가 아니다. 국제분업에 참여하면서도 외부 충격을 견딜 대안을 가진 나라다. 다른 나라를 압박할 능력보다 다른 나라의 압박을 견딜 능력이 더 중요하다.


두 번째 조건은 기술적 대체 불가능성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 원전, 인공지능, 우주항공, 첨단 방위산업에서 한국의 역량이 커질수록 국제슬롯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진다. 생산시설을 보유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핵심 기술과 특허, 연구인력, 설계 능력을 확보하며 국제 기술표준과 산업규칙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


한국의 기술이 다른 국가의 산업과 안보에 필요한 요소가 된다면 한국을 배제하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진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와 인재 양성, 기술 유출 방지, 핵심 소재 확보를 하나의 국가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에 기술과 연구역량을 축적하고 세계시장에서 혁신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신뢰할 수 있는 방위력이다. 한국은 이미 상당한 국방력과 방위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를 실질적인 자율성으로 연결하려면 정찰·감시와 미사일 방어, 정밀타격, 사이버 방어, 무인체계, 지휘통제와 군수지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외부 지원이 지연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방위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기반이다. 강중국을 추구한다고 동맹을 약화하거나 미국과 인위적으로 거리를 벌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한국이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키우고 동맹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수록 한미관계는 더 안정적인 협력관계가 될 수 있다. 동맹은 자주국방의 대체물이 아니다. 한국의 방위력을 보완하고 억제력을 높이는 수단이다.


그런데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만으로 충분할까? 한국이 더 체계적으로 키워야 할 네 번째 조건은 국제정치의 결정이 내려지는 현장에서 자국의 이해를 설명하고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정치적 영향력이다.


이스라엘은 이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스라엘의 대미 영향력을 로비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랜 역사적 관계와 중동의 전략적 이해관계, 정보·군사 협력, 방위산업의 연계, 미국 슬롯 내부의 다양한 친이스라엘 지지 기반을 공유해 왔다. 여기에 미국 의회와 정당을 상대로 장기간 구축한 정치적 네트워크가 더해졌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은 2019~2028년 이스라엘에 군사원조 330억 달러와 미사일 방어 지원 5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실제 지원은 의회의 예산 승인 절차를 거쳐 집행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정상 간 친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제도와 이해관계 위에 놓여 있다.


미국의 정치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조직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관련 정치활동위원회는 의원들에게 이스라엘 관련 정바카라을 지지하도록 설득하고 선거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선거자금과 로비가 정바카라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가자지구 전쟁 이후에는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행동과 그에 따른 인도주의적 참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미국 슬롯에서 커졌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네트워크를 참고하자는 것은 이스라엘 정부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거나 그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유보하자는 뜻이 아니다.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을 구축하는 기술과 그 국가가 실제로 행사하는 권력의 정당성은 별개의 문제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은 특정 국가의 정바카라을 모방하는 일이 아니라, 자국의 이해를 외국의 정치과정에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와 관계망을 만드는 방법이다.


한국은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에만 의존하는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거나 의회의 다수당이 달라져도 한국의 이해가 지속적으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의 의원과 정바카라 담당자, 주정부, 기업, 대학, 연구기관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지역슬롯에 가져오는 이익과 반도체·조선·배터리·원전·방산 협력이 미국의 일자리와 기술 경쟁력,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 슬롯와 학계, 기업인, 문화계가 정바카라 논의에 참여할 통로도 넓힐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로비는 뒷거래가 아니다. 법과 규정을 지키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정바카라 옹호 활동이다. 한국의 이해를 미국 정치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다.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에도 이익이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특정 정권의 호의에만 기대지 않는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 외교적 영향력은 정상회담에서 얻는 친밀감보다 오래 유지되는 제도와 이해관계에서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경험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침략을 우크라이나의 외교 실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2022년 전면 침공의 바카라임은 러시아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주권국가로서 서방과 협력할 권리가 있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경험은 국제적 약속이 실제 안보를 얼마나 보장하는지 묻는다.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에서 미국과 영국,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기존 국경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는 핵확산금지조약에 비핵보유국으로 가입하면서 핵무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부다페스트 각서는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국가에 맞서 군대를 자동으로 투입하겠다는 상호방위조약은 아니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2022년 전면 침공을 감행했다.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지원을 확보했다. 미국 내 우크라이나계 시민단체와 정치인들도 의회에 지원을 촉구했다. 2024년에는 약 61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법안이 통과됐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정치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전쟁 이전에 확고하고 장기적인 안보보장을 제도화하지 못했고, 전쟁 이후에도 미국 의회의 정치적 갈등에 따라 지원이 지연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의 차이를 로비의 유무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두 나라의 역사와 안보환경, 미국과의 관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 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나라와 평상시부터 자국과의 협력을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을 구축한 나라의 처지는 같지 않다.


한국은 한미동맹이라는 중요한 안보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의 정권과 의회 구도가 바뀔 때마다 한국의 이해를 새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유지하고, 양국 산업의 상호이익을 구체화하며, 의회와 행정부 양쪽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동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특정 대통령과의 친분을 외교적 성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다섯 번째 조건은 국제규칙을 만드는 능력이다. 경제·기술·군사 분야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갖추더라도 그 역량을 국제협상의 영향력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성과의 상당 부분을 다른 나라의 결정에 맡기게 된다. 한국은 유엔과 다자기구에서의 외교, 국제 기술표준 설정, 공급망과 무역규칙 협상, 기후변화와 보건·해양안보 협력에서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일본, 인도, 호주, 아세안 등과 분야별 협력을 넓히는 일도 중요하다.


한국이 모든 국제문제에서 발언권을 독점할 수는 없다. 대신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규칙을 만드는 데 참여하고, 다른 중견국과 협력해 강대국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도 여러 국가가 공통의 기준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면 대응할 여지가 커진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경제적 회복력이 없으면 외교적 자율성은 약해진다. 핵심 기술이 없으면 다른 나라가 한국의 협력을 필요로 할 이유도 줄어든다. 독자적인 방위 능력이 취약하면 안보 위기에서 외부의 선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통로가 부족하면 경제력과 기술력으로 확보한 이익조차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


따라서 강중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국내총생산이나 국방비, 수출액의 규모만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특정 국가가 핵심 소재의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고, 특정 시장이 닫혀도 다른 시장으로 전환하며, 외부 지원이 늦어져도 핵심 방위 임무를 수행하고,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충돌해도 한국이 스스로 정한 국익의 기준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강중국의 실질적인 시험대다.


모든 분야에서 자급자족할 필요는 없다. 국제협력과 상호의존은 한국이 활용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핵심은 의존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어느 한 나라와 협력할 때 얻는 이익이 크더라도 그 관계가 악화됐을 때 감당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호의에 의존하는 외교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줄타기 외교를 발전시켰다. 김일성은 중소분쟁을 활용했고, 김정일은 소련 붕괴 이후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정권의 생존 공간을 확보하려 했으며,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새로운 협상 자산으로 바꾸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외교적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경제적 취약성과 국민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렀다. 한국이 본받을 것은 북한의 정권 생존술이 아니라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도 선택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사고다.


‘강중국’이라는 이름이 한국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을 실제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럴듯한 국가전략 구호에 그칠 것이다. 그러므로 강중국은 이미 달성한 지위가 아니라 검증해야 할 목표다. 한국이 국제규칙을 얼마나 바꾸는지, 외부의 압박을 얼마나 견디는지, 국민의 안전과 번영을 얼마나 지키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처럼 생존을 위해 강대국의 틈새를 찾아 헤매야 하는 나라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역량을 더 고도화하고 국제정치의 영향력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을 잘 타겠다고 약속하기보다, 어느 쪽도 한국의 핵심 이익을 가볍게 무시할 수 없도록 국가의 역량과 대안을 키워야 한다.


강중국의 길은 강대국과 대등한 척하는 데 있지 않다. 강대국의 힘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힘에 국가의 미래를 맡기지 않는 데 있다.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는 줄타기의 달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줄을 당기는 쪽에도 잃을 것이 많은 나라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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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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