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빈소 장례식, 가족장, 일일장이 대세가 된다고?

3일장도 그리 오래된 제도는 아니다

byFrancis Lee

한국의 장례문화가 바뀌고 있다. 사흘 동안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이하던 3일장 대신 가족끼리 조용히 고인을 보내는 가족장, 빈소를 아예 마련하지 않는 무빈소 장례, 하루 만에 장례를 마치는 일일장이 확산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전통의 붕괴라고 비판하는 것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라고 생각했던 3일장 역시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상례는 오늘날과 달랐다. 유교적 예법에 따라 부모의 죽음을 애도하는 삼년상이 중시됐고, 시신을 수습하고 입관한 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도 여러 절차가 있었다. 매장 이후에도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기간이 이어졌다. 물론 삼년상이란 시신을 3년 동안 매장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장례와 매장,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기간은 구별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조선시대의 상례가 오늘날처럼 사망 후 사흘째 발인하는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표준화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3일장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결정적인 역사적 자료는 1973년의 가정의례준칙이다.

정부는 1969년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하면서 혼례와 상례, 제례를 간소화하려 했다. 당시 준칙은 장례를 5일 이내에 치르도록 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3일장을 구체적인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1973년 5월 17일 개정된 가정의례준칙은 장례를 3일장으로 치르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이 준칙은 같은 해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오늘날의 3일장이 국가의 제도적 기준으로 명시된 중요한 역사적 시점이다.

국가기록원의 가정의례준칙 관련 자료를 보면 당시 정부가 장례를 간소화하려 했던 이유도 분명하다. 과도한 비용과 허례허식을 줄이고, 국민의 생활 형편에 맞는 합리적인 의례를 정착시키려는 것이었다. 정부는 장례 기간뿐 아니라 화환과 만장, 답례품, 음식 접대 등 여러 관행을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는 것이 효도의 증거처럼 여겨지던 슬롯적 분위기를 바꾸려 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발견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매우 오래된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3일장이 실은 1970년대 국가의 의례 간소화 정바카라과 맞물려 표준화됐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부터 변함없이 이어진 제도가 아니다. 1973년이라는 시점은 조선의 마지막 시기와 비교해도 그리 오래 전이 아니다. 3일장이 제도적 기준으로 명시된 지 불과 반세기 남짓 지났을 뿐이다.

물론 정부가 준칙을 발표했다고 국민의 관습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니다. 양순미·유일상이 2017년 학술지 『가족과 문화』에 발표한 「해방 이후 한국 상례 변화와 슬롯문화적 의미」는 해방 이후 상례의 변화를 제도적 요인과 슬롯문화적 요인을 함께 놓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장례 절차의 간소화, 매장에서 화장으로의 변화, 음식 접대와 상복 관행의 변화, 장례식장과 장례 전문 인력의 등장 등을 살폈다. 제도만으로는 관습을 바꾸기 어려우며, 슬롯적 환경과 가치관이 함께 변해야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연구의 중요한 결론이다.

이것은 지금의 장례문화 변화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3일장이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도 제도와 슬롯적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다면, 3일장에서 가족장과 무빈소 장례로 옮겨가는 변화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친척과 이웃의 관계가 달라졌다. 온라인 게임 동료와 지인의 장례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슬롯적 의무도 과거보다 약해졌다. 장례비용은 커졌지만 조문객은 줄어드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직접 조문하는 대신 조의금을 전달하는 관행도 널리 확산했다.

최근의 자료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님을 보여준다. 머니투데이가 2026년 5월 보도한 고이장례연구소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무빈소 장례 비중은 2024년 17.3%에서 2025년 20.0%로 상승했고, 2026년 1~4월에는 22.2%에 이르렀다. 이는 전국 전체 장례의 비율이 아니라 해당 업체의 서비스 이용 사례라는 한계가 있지만, 무빈소 장례를 선택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장례의 형식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족장이나 무빈소 장례는 전통을 거스르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장례의 본질은 며칠 동안 빈소를 운영하느냐에 있지 않다.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사람들이 슬픔을 나누며,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데 있다. 빈소에서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했다고 해서 고인을 더 사랑한 것이 아니며, 빈소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인을 소홀히 대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오히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한 비용과 형식적인 접대를 강요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전통의 정신을 왜곡하는 일이다. 장례를 치르는 가족이 경제적 부담에 짓눌리고, 상주가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정작 고인과 작별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면 무엇을 위한 장례인지 되물어야 한다. 유족의 형편과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를 간소화하는 것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물론 간소화가 곧 애도의 포기를 뜻해서는 안 된다. 빈소를 마련하지 않더라도 가족이 고인을 추모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만 장례를 치르더라도 가까운 친척과 지인에게 작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장례의 규모를 줄이면서도 고인을 기억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기능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장례의 형식은 달라져도 인간의 존엄과 애도의 가치는 사라져서는 안 된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통은 고정된 화석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식은 끊임없이 달라져 왔다. 한때 당연하게 여겨졌던 관습도 새로운 생활환경과 가치관 앞에서 바뀐다. 3일장 역시 그러한 역사적 변화의 결과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가족장과 무빈소 장례를 전통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3일장이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불변의 전통이 아니었다면, 무빈소 장례와 일일장 역시 새로운 시대의 장례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의 형식을 무조건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그 형식이 지키려 했던 가치를 오늘의 현실에 맞게 이어가는 일이다.

전통은 변하지 않는 형식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정신이다. 3일장을 지켜야만 효도하는 것이 아니다. 무빈소 장례를 치른다고 불효하는 것도 아니다. 고인을 존중하고 유족의 슬픔을 보듬을 수 있다면 가족장이든 일일장이든 충분히 존엄한 장례다. 이제 우리는 장례의 규모가 아니라 애도의 깊이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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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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