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기주의로 슬롯 분열을 노리는 자들이 바로 빨갱이다.
나는 주진우에게 묻고 싶었다.
영화를 봤는가?
그런데 그가 이미 한 대답은 놀랍다.
“토할 것 같아서 안 봤다.”
그렇게 영화를 보지도 않은 사람이 영화의 역사적 왜곡을 주장하고, 감독과 배우를 공격하고, 배우의 외모를 두고 “북한상”이라고 조롱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이것은 영화 비평이 아니다.
영화는 핑계일 뿐이다.
주진우는 지난 9월 30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영화 ‘암살자(들)’을 비판하면서 배우 유해진을 두고 “북한상”이라고 했다. 자신이 그런 표현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을 편들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을 사실상 ‘공범’으로 규정하고, 영화가 흥행해 돈을 벌더라도 “다 뺏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그리고 정작 영화는 보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 대한 찬반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박정희와 육영수의 역사적 의미를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다. 영화의 특정 장면이 사실과 다르다면 자료를 제시하고 반박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영화를 보지도 않고 “패륜영화”라고 규정하고, 배우에게 북한이라는 낙인을 찍고, 제작진과 배우를 ‘공범’이라고 부르는 것은 비평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선동이다.
더구나 이 논란은 주진우의 일탈로 끝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단다. 주진우는 다른 해외 영화제에서도 상영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이 영화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 전체가 나서서 해외 영화제에 상영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것은 비평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된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보지 않으면 된다.
역사 왜곡이라고 생각한다면 반론을 쓰면 된다.
관객에게 사실관계를 알려주고 판단을 맡기면 된다.
그런데 왜 정치권이 나서서 영화의 상영 자체를 막으려 하는가?
왜 싱가포르의 영화제에까지 한국 정치인이 개입하려 하는가?
그것은 자신들의 역사관과 다른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주진우의 공격 이후 일부 극우 성향 단체들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해진의 집 앞까지 찾아갔다. 영화에 대한 불매운동뿐 아니라 배우가 광고하는 기업에 대한 공격도 벌어졌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익숙한 한국 정치의 한 장면을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좌표’를 찍는다.
그 사람에게 ‘빨갱이’ 혹은 ‘종북’이라는 낙인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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