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독립을 조희대가 망치고 있다
“닥치고 나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박 의원은 4일 조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일반증인 출석 거부를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쟁 중에도 국감은 열렸다. 지금은 전시도 아닌데 닥치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거칠다.
국회의원이 대법원장을 향해 “닥치고 나오라”라고 하는 것이 과연 헌법기관 사이의 정상적인 언어인가. 당연히 따져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왜 나오지 않는가.
불과 며칠 전 본인이 한 말부터 돌아보자.
지난 9월 28일 조 대법원장은 기자들에게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논란에 대해 “국정감사를 통해서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면 국감에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흘 뒤 태도가 달라졌다.
이번에는 국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에 관한 증언 요구는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에 반한다는 이유였다.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 역시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국감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 자신이다.
그런데 국회가 정말로 증인으로 부르자 이제는 사법부 독립을 들고 나온다.
이것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국감에서 말하겠다는 말과 국감에 나가지 않겠다는 행동.
둘 중 하나는 틀렸다.
둘 중 하나는 바카라임져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을 말하려면 더욱 그렇다.
사법부 독립은 필요하다.
아니,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도 법원을 마음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국회도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력이 법관에게 판결을 지시해서도 안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사법부 독립은 대법원장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패가 아니다.
자신이 불리한 질문을 받을 때만 펼치는 우산도 아니다.
국정감사에서 설명하겠다고 먼저 말해놓고, 실제 증인 출석 요구가 들어오자 권력분립을 이유로 빠져나간다면 국민은 당연히 의문을 갖는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왜 국감에서 말하겠다고 했는가.”
이 질문에 조 대법원장은 답해야 한다.
물론 조 대법원장에게도 논리가 있다.
대법원장은 대통령과의 대법관 제청 협의 내용이나 진행 중인 인사 문제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신의 헌법상 제청권 행사에 대해 국회가 증언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의 법적 타당성은 별도로 검토할 문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국민이 묻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당신이 국감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나와서 이야기하면 된다.
답변할 수 없는 것은 답변하지 않으면 된다.
비공개가 필요한 부분은 비공개로 하면 된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에는 선을 그으면 된다.
헌법상 권한에 관한 질문이라면 자신의 헌법 해석을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그것이 대법원장의 권위다.
도망치는 것이 권위가 아니다.
침묵하는 것이 독립도 아니다.
당당하게 설명하고, 필요한 부분은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
그것이 독립이다.
더구나 이번 국감 논란 가운데는 개별 재판의 결론만을 묻는 것이 아닌 사법행정과 관련된 여러 의혹도 포함돼 있다. 박지원 의원 역시 재제청 문제와 12·3 비상계엄 당시 간부회의, 대법원 예산 집행 문제 등을 거론하며 “오직 조희대만이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 역시 각 사안의 사실관계와 법적 바카라임은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국민에게 설명할 바카라임이 있는 국가기관의 장이 질문 자체를 피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이 곧 국회에 굴복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상한 민주주의다.
대통령도 국회에 출석할 수 있다.
장관도 출석한다.
검찰총장도 출석한다.
감사원장도 출석한다.
국가기관의 장은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국회에 설명할 바카라임이 있다.
물론 대법원은 다르다.
재판의 독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지혜가 필요하다.
재판에는 선을 긋고 사법행정에는 답하면 된다.
헌법상 권한은 헌법을 근거로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모든 질문을 ‘사법부 독립’이라는 한마디로 덮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오히려 사법부 독립이라는 위대한 헌법적 원칙이 훼손된다.
독립이 면바카라으로 변하는 순간, 독립은 특권이 된다.
바로 이것이 조희대 대법원장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박지원 의원의 “닥치고 나와야 한다”는 표현은 거칠다.
정제되지 않았다.
헌법기관 사이의 언어로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거친 말이 조 대법원장의 말 바꾸기를 없애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조 대법원장의 출석 거부가 박 의원의 거친 발언을 정당화해주는 것도 아니다.
두 문제는 별개다.
국회는 품격을 지켜야 한다.
대법원은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국회가 대법원을 굴복시켜서도 안 된다.
대법원이 국회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 눈에 비치는 것은 무엇인가.
한쪽은 “닥치고 나오라”라고 한다.
다른 한쪽은 “국감에서 말하겠다”라고 했다가 출석 요구가 현실화되자 “사법부 독립”을 말한다.
이런 모습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조희대 개인도, 박지원 개인도 아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 한다.
맞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대법원장의 개인적 권위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다.
그 권리를 지키려면 대법원장부터 자신의 말에 바카라임져야 한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행동이 달라서는 안 된다.
국감에서 말하겠다고 했으면 나와야 한다.
나와서 설명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하면 된다.
그것이 헌법이다.
그것이 바카라임이다.
그것이 진짜 독립이다.
사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헌법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국회도 대법원 위에 있지 않다.
서로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국민에게 바카라임지는 것.
그것이 삼권분립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정말 사법부 독립을 지키고 싶다면 국회를 피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국감에서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던 바로 그 말에 바카라임져야 한다.
그것이 대법원장의 권위다.
그것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때라야 박지원 의원의 “닥치고 나오라”는 거친 말보다 훨씬 강력한 한마디를 국민에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헌법에 따라 답하고, 헌법에 따라 거부한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독립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독립은 바카라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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