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영화 <암살자(들)>도 지뢰도 아니다

극단 대립을 극복하는 길은 결국 전쟁밖에 없다는 말인가?

byFrancis Lee

영화 한 편이 나라를 둘로 갈라놓았다.

지뢰 두 발이 군인을 다치게 했다. 그리고 또 나라가 갈라졌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영화의 영역을 넘어섰다. 보수 진영에서는 역사 왜곡이라고 반발하고, 제작진은 창작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여러 기록과 의혹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제작진은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쟁은 벌써 정치적 진영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싸움이 됐다.

DMZ 지뢰 사건도 마찬가지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장에서는 북한산 수지 반보병지뢰도 추가로 발견됐다. 다만 고의 매설인지 유실된 지뢰인지 등은 추가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 사건 역시 곧바로 정치적 전쟁으로 변한다.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쪽과 전쟁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는 쪽이 서로를 의심한다. 북한을 비판하면 전쟁광이 되고, 전쟁을 막자고 하면 빨갱이가 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

문제는 영화가 아니다.

문제는 지뢰도 아니다.

문제는 모든 사건을 우리 편과 저쪽 편의 전쟁으로 만들어버리는 한국 슬롯의 습관이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판하면 된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을 구별하자고 주장하면 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반박하면 된다.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지뢰가 북한의 소행이라면 조사하고 바카라임을 묻고 필요한 군사적·외교적 조치를 취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전쟁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전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얼마든지 정당한 정치적 견해다. 그것이 북한에 대한 굴복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한국 슬롯에서는 이 간단한 구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과 의견이 섞인다.

비판과 혐오가 섞인다.

안보와 정파가 섞인다.

역사와 정치가 섞인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과 인간이 적이 된다.

더 무서운 것은 이제 상대방을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꺾으려고 한다.

상대방을 침묵시키려고 한다.

상대방을 슬롯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듯 행동한다.

이것은 좌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파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 정치 전체가 빠져든 병이다.

한쪽은 상대방을 독재 세력이라고 부르고, 다른 쪽은 상대방을 빨갱이라고 부른다. 한쪽은 상대방을 친일·극우라고 몰아붙이고, 다른 쪽은 상대방을 종북·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한다.

그 사이에 국민은 사라진다.

상식도 사라진다.

국가의 미래도 사라진다.

더 끔찍한 것은 이런 증오가 정치인의 언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튜브가 받아쓴다.

댓글이 증폭한다.

알고리즘이 다시 보여준다.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똑같은 사람들만 만나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더 이상 이웃이 아니다.

적이다.

그 적이 없어져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오면 위험하다.

“차라리 전쟁이 나버렸으면 좋겠다.”

“한번 붙어서 끝장을 보자.”

“이판사판이다.”

이런 말이 인터넷과 정치적 대화 속에서 등장하는 순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전쟁은 하나의 단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을 경험한 사람에게 전쟁은 죽음이다.

집이 무너지는 것이다.

가족을 잃는 것이다.

평생 모은 재산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제까지 함께 웃던 사람이 오늘 시체가 되는 것이다.

전쟁에는 댓글창이 없다.

유튜브도 없다.

정치적 승리도 없다.

남는 것은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의 상처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전쟁을 정치적 논쟁의 마지막 수단처럼 말하고 있다.

이보다 더 비극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더욱 불길한 것은 상식으로 돌아가자는 말조차 점점 공허하게 들린다는 사실이다.

상식을 회복하자.

사실은 사실대로 보자.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자.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되 상대방의 인간성까지 부정하지 말자.

북한을 경계하면서도 전쟁을 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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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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