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민주당TV에 지면 안 된다고?

팬덤 정치의 극단적인 현상을 보여준다

byFrancis Lee

참으로 기묘한 장면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인 민주당TV를 출범시켰다. 첫 방송에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직접 출연했고, 한때 동시접속자가 5만8000명에 이르렀다. 민주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그런데 정작 같은 시간 방송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약 2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고, 슈퍼챗은 무려 55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과정에서 나온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민주당TV에 지면 안 된다.”

도대체 무엇에 지면 안 된다는 것인가.

정바카라인가. 국정 운영인가. 경제 성장인가. 국민의 삶인가. 민주주의의 수준인가.

그것이 아니다. 유튜브 시청자 숫자에서 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한마디가 지금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는 이제 정바카라의 경쟁을 넘어 조회수의 경쟁이 되고 있다. 정당의 성패가 아니라 유튜브 채널의 승패가 중요해지고 있다. 정치적 신념은 방송에 대한 후원금으로 전환되고, 정치적 지지는 특정 채널의 시청자 수를 늘리는 행위로 나타난다.

이것이 팬덤 정치가 도달한 새로운 단계다.

팬덤 정치의 가장 무서운 특징은 정치를 스포츠 경기처럼 만든다는 데 있다. 우리 팀이 이겨야 하고 저쪽 팀은 져야 한다. 우리 방송의 시청률이 높아야 하고 상대 방송보다 많은 사람이 봐야 한다. 우리 편 유튜버에게 더 많은 후원금을 보내야 하고 다른 진영의 유튜버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

정치를 바라보는 질문 자체가 달라진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누가 이겼는가”가 된다.

“무엇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가 아니라 “우리 편에게 유리한가”가 된다.

“저 주장이 사실인가”가 아니라 “저 사람이 우리 편인가”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정치적 판단은 사라지고 팬덤의 충성 경쟁만 남는다.

스포츠 팬이라면 상대팀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다른 의견이 패배하기를 바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는 국가의 방향과 시민의 삶을 결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덤 정치는 이 차이를 지워버린다.

김어준이라는 개인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어준이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오히려 이번 사건은 그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시 보여주었다.

문제는 김어준의 영향력 자체가 아니라 그 영향력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팬덤의 심리다.

“민주당TV에 지면 안 된다”는 말은 단순히 김어준을 좋아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하나의 방송을 하나의 진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진영의 승리를 위해 돈을 지불한다.

이번에 몰린 5500만 원의 슈퍼챗 역시 단순한 콘텐츠 후원금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방송이 좋아서 후원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쪽에 지면 안 된다”는 심리가 작동했다면 그 돈에는 정치적 응원의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우리가 당신 편이다.”

“우리가 당신 방송을 지켜주겠다.”

“저쪽에 밀리지 않게 하겠다.”

이것은 미디어 소비가 아니라 정치적 동원에 가깝다.

과거의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정보를 얻었다. 그러나 팬덤 시대의 시청자는 방송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자신이 믿는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 확인하고, 자신이 속한 진영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이 공격받으면 콘텐츠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잘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의 잘못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 정치인을 공격하는 사람부터 적으로 규정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버가 다른 유튜버와 경쟁하면 콘텐츠의 질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의 전쟁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지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이것은 합리적인 정치적 판단이라기보다 팬덤의 본능에 가깝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TV의 출범 역시 단순히 새로운 정당 홍보채널 하나가 생긴 사건으로 볼 수 없다. 정당이 이제 유튜브라는 거대한 정치 플랫폼 안에서 독자적인 해석 권력을 구축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당이 자신의 정바카라과 입장을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정당이 자기 목소리를 갖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정당은 자신의 공식 입장을 말할 수 있지만 자신의 공식 입장을 공식적인 진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민주당TV가 “민주당의 입장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상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이것이 옳은 해석이고 다른 해석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당이 정치의 주체를 넘어 해석의 권위자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TV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더욱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언론의 편향성과 미디어 권력의 독점을 비판해왔다. 그런데 이제 민주당 역시 거대한 미디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플랫폼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느냐이다.

정바카라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가.

시민과 소통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기 진영의 해석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인가.

만약 민주당TV가 김어준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더 많은 슈퍼챗을 받고, 더 강력한 팬덤을 만드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민주당TV는 결국 김어준의 또 다른 버전이 될 뿐이다.

정당이 유튜버와 시청률 경쟁을 시작하는 순간 정치와 방송의 경계가 무너진다.

정당이 유튜버의 팬덤을 부러워하는 순간 정당은 정바카라을 파는 조직이 아니라 콘텐츠를 파는 조직이 된다.

그리고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시청자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민주당이 정말 해야 할 일은 김어준을 이기는 것이 아니다. 김어준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 김어준보다 더 많은 슈퍼챗을 받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당TV가 해야 할 일은 오히려 김어준과 다른 미디어가 되는 것이다.

팬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시민이 들어야 하는 말을 해야 한다. 민주당에 불리한 통계도 보여주어야 한다. 민주당 정바카라의 실패 가능성도 설명해야 한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사람도 출연시켜야 한다. 반대 진영의 논리도 왜곡 없이 소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당TV가 틀릴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TV는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TV는 또 하나의 정치 팬덤 채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 김어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20만 명이 본다고 해서 그 주장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5500만 원의 슈퍼챗이 들어왔다고 해서 그 주장이 옳다는 뜻도 아니다. 조회수도 진실의 증거가 아니고, 후원금도 진실의 증거가 아니며, 팬덤의 열광도 진실의 증거가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다수는 진실의 증거가 아니다.

진실은 팬덤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것은 민주당TV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100만 명이 보는 민주당TV의 주장이라고 해서 옳은 것이 아니며, 1만 명이 보는 작은 채널의 주장이라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가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후원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가이다.

얼마나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사실을 얼마나 정직하게 인정할 수 있느냐이다.

그런 점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민주당TV에 지면 안 된다”는 말은 웃고 넘길 말이 아니다.

정치가 스포츠가 되어버렸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치 팬덤에게는 상대 진영의 승리가 곧 자신의 패배다. 그래서 상대 진영의 논리가 옳은지 여부보다 상대 진영이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이렇게 되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가 사라진다.

“혹시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도 틀릴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도 틀릴 수 있다.

내가 속한 진영도 틀릴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도 옳은 말을 할 수 있고, 내가 싫어하는 언론도 사실을 보도할 수 있으며, 내가 반대하는 진영에서도 국가를 위해 필요한 정바카라을 내놓을 수 있다.

이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 민주주의다.

그러나 팬덤 정치는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 편이면 옳고 상대편이면 틀린다.

우리 편의 선동은 열정이고 상대편의 선동은 가짜뉴스다.

우리 편의 유튜버가 돈을 벌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이고 상대편 유튜버가 돈을 벌면 정치 장사다.

이중잣대가 일상화된다.

그리고 그 순간 정치적 이성은 서서히 무너진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과정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민주당TV가 경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미디어가 경쟁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경쟁의 목표가 무엇인가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인가.

더 좋은 정바카라을 설명하기 위한 경쟁인가.

더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기 위한 경쟁인가.

아니면 단순히 “우리 편이 저쪽을 이겨야 한다”는 경쟁인가.

후자라면 그것은 언론 경쟁이 아니다.

팬덤의 응원전이다.

5500만 원의 슈퍼챗은 그래서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 돈은 오늘날 정치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정치인은 콘텐츠가 되고, 유튜버는 정치인이 되며, 시청자는 팬이 되고, 팬은 후원자가 된다.

그리고 정치적 신념은 조회수와 댓글, 구독자 수와 슈퍼챗으로 측정된다.

이것이 팬덤 정치의 극단적인 모습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민주당TV에 지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TV 역시 김어준에게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둘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느냐가 아니다.

어느 쪽이 더 많은 사실을 말하느냐이다.

어느 쪽이 자기 진영의 잘못을 더 솔직하게 인정하느냐이다.

어느 쪽이 반대 의견을 더 많이 허용하느냐이다.

어느 쪽이 자신의 해석이 틀릴 가능성을 더 많이 열어놓느냐이다.

그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진짜 미디어의 승리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반대의 장면을 보고 있다.

“우리 편 방송이 져서는 안 된다.”

바로 이 말이 정치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정치는 더 이상 무엇이 옳은지를 묻는 과정이 아니라 누가 이기는지를 확인하는 응원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응원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다음에는 이성이 사라지고,

마지막에는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는 겸손이 사라진다.

결국 가장 위험한 정치인은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는 정치인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진영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방송과 유튜브와 팬덤이 끊임없이 확인해주는 순간, 민주주의는 토론의 장이 아니라 신념을 확인하는 집단의식으로 변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민주당TV에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TV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이기는 것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두 방송을 보면서도

“혹시 둘 다 틀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질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질문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시민이 아니라 팬이다.

그리고 팬이 많아질수록 민주주의는 오히려 가난해진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Francis Le···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1,42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50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쿠팡 기사들의 근로시간을 규제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