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집값은 내렸는데 임대료는 폭등한 이유는?

부동산을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byFrancis Lee

부동산 정바카라만큼 정치인에게 매력적인 정바카라도 없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를 비판할 수 있고, 집값이 내려가면 정부가 부동산을 잡았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조이고, 세금을 올리고, 투자 수요를 억제하고, 각종 규제를 동원하면 주택 매매시장은 얼마든지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주 위험한 착각이 숨어 있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과 국민의 주거비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호주가 지금 우리에게 그 사실을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올해 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주택가격은 3월 고점에서 1.6% 하락했고, 시드니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부동산 투자자에 대한 세제 변화가 주택시장 심리를 위축시킨 결과다.

그런데 이상하다.

집값이 내려가는데 세입자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임대시장의 공실률은 여전히 매우 낮고, 임대주택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호주의 전국 임대 공실률이 조금 개선됐지만 1.5% 수준에 그쳐 균형시장으로 보는 2.5~3% 안팎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 더구나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향후 임대주택 공급을 다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더 심각한 것은 임대료가 이미 노동자의 소득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조사에서는 호주의 모든 주도에서 중간가격 아파트의 임대료가 전형적인 단독 근로자의 실수령 소득 절반을 넘어섰다. 시드니에서는 연봉 7만 호주달러인 노동자가 중간 수준 아파트에 살 경우 소득의 약 69%를 임대료로 지출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도대체 어떻게 집값은 내려가는데 임대료는 올라갈 수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집을 사고파는 시장과 집을 빌리는 시장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동일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가격은 주택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사이에서 결정된다. 반면 임대료는 임대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실제로 임대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의 양 사이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투자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중요한 주체이기도 하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자자의 주택 구매가 줄어들면 매매시장의 수요는 감소한다.

하지만 동시에 임대주택 공급까지 감소한다면 임대시장에서는 오히려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호주가 보여주는 부동산 정바카라의 역설이다.

집값을 잡는 정바카라이 세입자에게는 반드시 좋은 정바카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부동산 정바카라의 가장 위험한 함정을 발견한다.

정치인은 눈에 보이는 숫자를 잡으려 한다.

집값을 잡는다.

거래량을 잡는다.

대출을 잡는다.

투기를 잡는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숫자를 놓칠 수 있다.

월세가 얼마인가.

전세가 얼마인가.

소득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가.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살 수 있는 집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것이 진짜 주거 문제다.

호주 사례를 단순히 "투자자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했기 때문에 임대료가 올랐다"라고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

호주의 임대료 문제는 최근의 세제개편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구 증가와 주택 공급 부족, 건설비 상승, 높은 금리,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호주에서도 최근 주택가격이 조정되는 와중에 주택 부족은 여전히 핵심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호주의 진짜 교훈은 "다주택자를 보호하라"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어떤 수요를 줄이더라도 공급을 함께 줄여서는 안 된다.

투기수요를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투기수요와 임대주택 공급을 동일한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구분해야 할 것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이다.

주택을 사들여 가격 상승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와 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주택사업자를 같은 방식으로 취급하는 순간 정바카라은 시장의 작동 원리를 거스르게 된다.

이것은 한국에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부동산 정바카라 역시 오랫동안 "집값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집값을 얼마나 떨어뜨릴 것인가?"

가 아니라

"국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

라고 물어야 한다.

이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방법은 많다.

대출을 제한하면 된다.

세금을 올리면 된다.

거래를 어렵게 하면 된다.

재건축을 늦추면 된다.

다주택자에게 중과세하면 된다.

투자수요를 억제하면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떨어졌는데 주택 공급까지 줄어들면 어떻게 되는가?

집을 사려던 사람은 집을 사지 못하고,

집을 빌리려던 사람은 더 비싼 월세를 내야 하고,

건설업체는 사업성을 잃고,

정비사업은 지연되고,

결국 몇 년 뒤에는 더 심각한 공급 부족이 찾아올 수 있다.

부동산 정바카라의 가장 무서운 점이 바로 이것이다.

정바카라의 부작용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오늘의 공급 감소가 내일 당장 가격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2~3년 뒤, 때로는 5년 뒤에 나타난다.

그때 정바카라을 만든 사람은 이미 자리에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바카라에는 장기적 시야가 필요하다.

정치인은 임기 안의 가격에 집착하지만 주택시장은 10년 단위로 움직인다.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도 수년이 걸리고, 도시의 교통망과 학교와 생활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6개월 뒤의 집값을 가지고 정바카라의 성패를 평가한다.

이것은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호주의 사례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부동산 정바카라의 목표를 '가격 안정'에서 '주거 안정'으로 바꿔야 한다.

가격 안정은 주거 안정의 한 요소일 뿐이다.

집값이 떨어져도 월세가 오르면 무주택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집값이 안정되어도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세입자는 더 불안해진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해도 서울에 살 집 자체가 부족하다면 청년의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집값이라는 단일 지표가 아니라 주거비와 공급량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공급의 양뿐 아니라 공급의 위치가 중요하다.

서울시가 최근 신혼·신생아 가구 등을 대상으로 시세의 60~70% 수준 임대료로 공급하는 '미리내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공공임대의 한 사례다. 하지만 이번 공급 물량은 128세대에 불과하다. 이런 정바카라은 필요한 사람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이것만으로 거대한 수도권 주택 수요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공공임대주택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주택을 직접 공급할 수는 없다.

결국 민간의 공급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한국의 부동산 정바카라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투기꾼은 규제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주택을 장기간 공급하는 정상적인 임대사업자까지 모두 투기꾼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교통·교육·환경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공공주택만으로 시장 전체를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구매력을 높이는 정바카라만 반복하면 그 혜택이 집값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

이것이 부동산 정바카라의 어려움이다.

돈을 풀면 가격이 오를 수 있고,

대출을 막으면 거래가 죽을 수 있고,

세금을 올리면 공급자가 줄어들 수 있고,

공급을 늘리면 기존 주택 소유자가 반발할 수 있다.

그래서 부동산에는 만능 정바카라이 없다.

필요한 것은 정바카라 간의 균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급이다.

한국 정부가 정말 주거 안정을 원한다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첫째, 수도권에서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의 공급을 과감하게 늘려야 한다.

둘째, 재건축·재개발을 단순한 투기의 수단으로 보지 말고 도시의 주택 재고를 갱신하는 중요한 공급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

셋째, 용적률과 인허가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넷째, 임대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민간 사업자와 공공 부문의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

다섯째, 청년·신혼부부에 대한 금융지원은 공급 확대와 결합해야 한다.

여섯째, 주택가격만 바라보지 말고 임대료, 공실률, 주거비 부담률, 착공 물량, 준공 물량을 동시에 정바카라 평가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곱 번째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장기 주택공급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은 정치적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말도 충분하지 않다.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말도 충분하지 않다.

"무주택자를 반드시 보호하겠다"는 말도 충분하지 않다.

그 말을 현실로 만들려면 결국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곳에,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 주변 주민들이 반대한다.

재건축을 허용하면 집값 상승을 걱정한다.

고밀도 개발을 추진하면 교통과 학교를 걱정한다.

임대주택을 늘리면 지역 주민들이 반대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공급 부족이라는 청구서가 몇 년 뒤 국민에게 돌아온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치인의 용기가 필요하다.

인기가 없는 결정을 해야 한다.

오늘 욕을 먹더라도 5년 뒤, 10년 뒤의 주거 안정을 선택해야 한다.

부동산 정바카라은 인기투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정바카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가 충돌하더라도 전체 슬롯의 주거 안정에 필요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호주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그래서 매우 냉정하다.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은 부동산 정바카라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집값을 떨어뜨렸는데 임대료가 폭등한다면 무엇을 성공했다고 할 것인가.

주택 투자자를 쫓아냈는데 임대주택이 부족해진다면 누구를 위한 정바카라인가.

거래를 막았는데 청년이 원하는 지역에서 살 집을 구하지 못한다면 무엇을 해결한 것인가.

부동산 정바카라은 집을 가진 사람과 집이 없는 사람 중 한쪽을 골라 싸움을 붙이는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그 둘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도록 주택의 희소성 자체를 낮추는 것이어야 한다.

집이 충분하면 집주인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임대주택이 충분하면 세입자의 선택권은 커진다.

매물이 충분하면 매수자의 선택권도 커진다.

공급이 충분하면 투기적 기대도 약해진다.

결국 부동산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시장을 때려잡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희소한 자산에서 충분한 생활재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호주의 실패에서 배워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보다 주거 불안을 없애겠다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집값이라는 숫자 하나를 낮추는 데 성공하고 국민의 월세 부담을 높이는 정바카라이라면 그것은 성공이 아니다.

부동산 투자자를 몰아내고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정바카라이라면 그것 역시 성공이 아니다.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의 희망을 주겠다며 대출만 늘려 집값을 다시 끌어올리는 정바카라이라면 그것도 답이 아니다.

부동산 정바카라의 성적표는 집값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소득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얼마나 많아졌는가가 진짜 성적표다.

호주는 지금 그 냉혹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집값이 내려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집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좋은 부동산 정바카라이란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바카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집 때문에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정바카라이다.

결혼을 미루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온라인 게임을 포기하면서까지 집을 찾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월급의 절반 이상을 월세로 내지 않아도 되는 슬롯.

그것이 진정한 주거 안정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일은 집값을 한 번 떨어뜨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부동산 정바카라에는 숫자를 움직이는 기술보다 시장의 원리를 이해하는 지혜와, 당장 인기를 얻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공급을 준비하는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호주의 사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집값을 잡았는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 집을 충분히 만들었는가?

한국 정부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도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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