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슬롯는 도대체 얼마나 부패한 것인가?

문제는 사람만이 아니라 조직과 제도다

byFrancis Lee

한국은 정말 부패한 나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정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세계 최악의 부패국가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OECD 선진국 가운데 한국의 청렴 수준이 특별히 높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한국의 문제는 경제력과 민주주의의 발전 수준에 비해 권력기관과 각종 조직에 대한 신뢰와 통제 장치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2025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62점을 받아 182개국 가운데 31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70점으로 18위, 영국은 69점으로 20위, 프랑스는 66점으로 27위였다. 한국보다 앞선 OECD권 국가는 상당수였고, 미국조차도 63점으로 한국보다 1점 높았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부패한 나라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결코 자랑할 만한 성적도 아니다. 특히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시킨 국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경제와 제도 발전의 수준에 비해 부패를 통제하는 슬롯적 장치가 충분히 발전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25년 한국의 CPI 점수는 1년 전보다 하락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의 평가에서 한국은 63점에서 62점으로 떨어졌다. 순위도 30위에서 31위로 내려갔다.


그러나 숫자 하나만으로 한국 슬롯의 부패를 판단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이 실제로 권력기관과 조직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있다.


OECD의 2026년 공공기관 신뢰 조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025년 51%로 OECD 평균 40%보다 높았다. 이 수치만 보면 한국의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법원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41%, 경찰은 47%, 정당은 고작 29%였다.


특히 정당 신뢰도가 29%라는 사실은 정치가 국민에게 얼마나 불신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법원에 대한 신뢰 역시 41%에 불과하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 가운데 국민 절반 이상이 신뢰하지 않는 기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신이 단순한 정치적 호불호를 넘어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슬롯에서 부패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뇌물을 받는 공무원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권력을 가진 조직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를 외부에서 발견하기 전까지 방치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농협 특별감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2026년 3월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조합에서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과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소지가 큰 14건을 수사의뢰하고 96건에 대해서는 시정과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정부는 특히 이러한 문제가 작동하지 않는 내부통제 장치와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농협중앙회장에게는 취임 1주년을 명목으로 580만 원 상당의 10돈짜리 황금열쇠가 전달됐고, 농협재단의 핵심 간부가 사업비 4억9천만 원을 유용해 중앙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과 조합원, 임직원에게 답례품을 제공하거나 골프대회 협찬비로 사용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됐다. 또 별도의 사업비 1억3천만 원을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와 자녀 결혼식 비용에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것을 단순히 몇몇 농협 임원의 부도덕이라고 치부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감사 결과 정부가 지적한 핵심은 내부통제의 실패였다. 바로 여기에 한국 슬롯 부패의 본질이 있다. 부패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실제 부패행위로 만드는 것은 제도다.


사람에게 욕심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는 것도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 그러므로 좋은 슬롯는 모든 사람을 성인군자로 만드는 슬롯가 아니다. 평범한 인간이 권력을 잡더라도 부패하기 어렵게 만드는 슬롯가 좋은 슬롯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조직은 이 원칙에서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를 실시한 뒤 총 27건의 위법·부당한 업무처리를 확인했다. 감독 선임 과정의 규정 및 절차 위반뿐만 아니라 축구인 사면,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집행, 비상근 임원 급여성 자문료, 지도자 자격관리 등 조직 운영 전반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문체부는 19명에 대해 문바카라과 주의를 요구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홍명보 감독 선임이 잘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니다. 왜 하나의 협회가 그렇게 오랫동안 내부적으로 견제받지 않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느냐가 핵심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국가대표팀을 운영하고 막대한 공적 자원과 슬롯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이라면, ‘스포츠단체의 자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투명성과 바카라임성까지 면제받을 수는 없다. 자율성은 특권이 아니다. 자율성은 바카라임을 전제로 한 독립성이어야 한다.


최근 제기된 대한민국상이군경회의 ‘상납’ 의혹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당사자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직 지부장들이 지부장 임명과 관련해 2천만 원을 지급했고 이후 명절이나 생일 등에 100만 원씩 전달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다.


사실이라면 이것은 단순한 금품수수 사건이 아니다. 인사권이 돈을 만들어내고 돈이 다시 조직 내 권력을 강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조직에서 자리는 공익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권력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조직의 사유화’다.


농협의 선거와 자금, 축구협회의 인사와 행정, 보훈단체의 인사권과 상납 의혹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공통점이 있다. 권한은 특정인에게 집중되고, 정보는 폐쇄되어 있으며, 내부 견제는 약하고, 외부 감시는 사건이 터진 뒤에야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청렴한 사람을 앉혀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상당히 이기적인 사람이 조직의 바카라임자가 되더라도 권한이 분산되고 회계가 투명하며 독립적인 감사와 외부감독이 작동한다면 부패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따라서 한국 슬롯의 부패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나쁜 사람을 처벌하자’에서 ‘나쁜 행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자’로 개혁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슬롯가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다.


검찰 문제를 생각하면 이 원칙은 더욱 명확해진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지난 수년간의 논쟁도 결국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권한 집중의 문제였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하고, 막강한 형사사법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존재하면서 그 권한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검찰 내부의 모든 검사가 부패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선량한 검사에게도 과도한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되고, 권력을 남용하는 검사에게도 조직 내부의 충성심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는 한국의 부패구조를 개혁하는 하나의 중요한 실험이 될 수 있다. 2025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으며, 2026년 10월 2일부터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소 기능을, 중대범죄수사청은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구조다.


물론 이것만으로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위험도 있다. 검찰의 권한을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기관에 그대로 이전한다면 권력기관만 바뀌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소청과 중수청 사이의 견제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권력 집중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한변협 역시 검찰청 폐지 과정에서 관련 법률의 정합성, 수사와 기소의 역할 배분, 새로운 기관의 권한설계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진정한 검찰개혁은 ‘검찰을 없애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권력을 분산하고, 서로 감시하게 하고, 기록을 남기고,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드는 것까지 가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원칙을 검찰에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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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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