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은 이미 차기를 노리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고 있으면 자꾸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5·18이라는 우리 슬롯에서 가장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민주당과 충돌하고, 자신을 비판한 정치인을 고소하고, 국회에서 제명 논란까지 감수하고 있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런데 이진숙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단순한 돌출 행동이나 역사관의 문제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진숙은 이미 다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곧 '차기'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음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까지 자신의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장기적인 계산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물론 이진숙 본인이 실제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인의 행보는 말보다 결과를 통해 읽어야 한다.
지금 이진숙이 하고 있는 일의 결과가 무엇인가.
전국적인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보수 지지층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과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진숙’이라는 정치적 캐릭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대선주자가 만들어지는 전형적인 초기 과정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이다.
뚜렷한 차기 주자가 없다.
오세훈, 한동훈, 장동혁 등 여러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국민의힘 전체를 압도하는 상황은 아니다.
당은 분열되어 있고, 보수 진영 내부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적으로 비어 있는 공간이 생긴다.
정치인은 그 공간을 차지하려고 한다.
이진숙이 바로 그 공간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은 정치권력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누가 떠오르는지, 누가 내려가는지, 어떤 발언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지, 어떤 갈등이 정치적 자산으로 전환되는지를 누구보다 잘 안다.
이진숙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바카라적 성과가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국민의 머릿속에 박아 넣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5·18 논란은 이진숙에게 엄청난 정치적 노출을 가져왔다.
민주당은 이진숙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추진했고, 결국 8월 26일 본회의에서 재석 159명 가운데 찬성 157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진숙의 역사인식에 바카라임을 묻는 정치적 행동이다.
그러나 이진숙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이진숙은 ‘5·18 논란의 국회의원’이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제명하려는 정치인’이 됐다.
그리고 이 두 번째 이미지가 보수 지지층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진숙이 16.2%를 기록해 장동혁 31.4%, 오세훈 24.1%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아직 1위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이미 단순한 주변부 정치인의 숫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민주당이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민주당이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이 정말 이진숙을 약화시키고 있는가?
오히려 반대일 가능성은 없는가?
이진숙에게 가장 좋은 것은 무엇일까.
민주당이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민주당이 강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제명을 추진하고, 언론에 이름을 올리고, 국회에서 논쟁을 벌이고, 이진숙을 정치적 탄압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진숙은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나의 정치적 상징이 된다.
“민주당이 나를 제명하려 한다.”
이 한 문장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에 아주 좋은 정치적 구호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제명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이진숙은 이를 “민주당 독재”라고 규정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은 지금 이진숙을 때리고 있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이진숙에게 정치적 무대를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실수 가운데 하나가 상대방이 원하는 싸움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이진숙이 정말 차기를 노리고 있다면 지금 그녀가 원하는 것은 ‘조용한 정치’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전국적인 관심이다.
논쟁이다.
갈등이다.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선명한 진영 구도다.
그런데 민주당이 바로 그것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당이 이진숙의 역사인식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5·18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주장이 있다면 그것은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키워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당은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이진숙을 정치적으로 죽이고 싶다면 오히려 더 냉정해져야 한다.
제명이라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이진숙이 주장하는 내용을 하나씩 해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진숙의 발언에 대해 감정적으로 분노할 것이 아니라 자료를 제시하고, 역사적 사실을 제시하고, 학문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진숙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좋다. 당신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무엇인가?”
“경제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
“청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연금은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외교와 안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출산과 지방소멸에는 어떤 해법이 있는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진숙이 지금 가장 잘하는 것은 ‘싸움’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계속 싸움을 걸어주면 이진숙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운동장에서 계속 경기할 수 있다.
반대로 국정의 문제를 들이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5·18을 둘러싼 논쟁에서는 선명한 정치적 캐릭터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면 국정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진숙의 정치적 약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정말 이진숙을 경계한다면 그 약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이진숙을 제명하라’가 아니라 ‘이진숙에게 국정을 맡길 수 있는가’를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이것이 훨씬 무서운 공격이다.
국민에게 이진숙을 판단하게 만들되, 판단의 기준을 ‘민주당이 이진숙을 얼마나 싫어하는가’가 아니라 ‘이진숙이 대한민국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진숙이 가장 어려운 시험을 받게 된다.
보수 핵심층에서는 선명한 정치인이 인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도층을 얻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은 후보를 만들 수 있지만, 중도층의 선택이 없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이진숙이 진짜 차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반드시 중도층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이 지금처럼 계속 이진숙을 공격한다면 이진숙은 굳이 중도층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히려 보수 핵심층에 더 강하게 붙으면 된다.
“민주당이 나를 공격한다.”
이것만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민주당이 빠져서는 안 될 함정이다.
민주당은 이진숙을 너무 쉽게 키워주고 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이진숙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민주당과 싸우는 구도를 만들어주면 이진숙은 당내에서 더욱 빠르게 정치적 상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싸우는 사이 이진숙만 성장하는 이상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진숙 입장에서는 얼마나 좋은 정치 환경인가.
민주당은 자신을 공격해준다.
국민의힘은 자신을 방어해준다.
언론은 자신을 보도해준다.
보수 유튜브는 자신의 이름을 확산시켜준다.
이렇게 되면 이진숙은 가만히 있어도 정치적 몸집이 커진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이진숙을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더 정교하게 상대하라는 것이다.
5·18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역사적 바카라임을 묻되, 제명 쇼에 모든 정치적 에너지를 쏟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진숙에게 정바카라을 요구해야 한다.
공약을 요구해야 한다.
국정 비전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국민 앞에서 검증해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말해보라.”
이 질문이야말로 이진숙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다.
정치적 논쟁의 무대에서는 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따라서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이진숙의 몸집을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이진숙이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정치적 공격이다.
이진숙을 제명시키는 데 성공하면 민주당은 하루의 정치적 승리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진숙에게 ‘민주당에 의해 탄압받은 보수의 전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면 민주당은 장기적으로 더 큰 정치적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
정치에서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만이 승리가 아니다.
상대가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빼앗는 것도 승리다.
나는 지금 민주당이 바로 이 차이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이진숙은 어쩌면 이미 차기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이진숙의 계산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진숙을 공격하되, 이진숙이 원하는 방식으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
이진숙을 비판하되, 이진숙의 정치적 몸집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비판해서도 안 된다.
이진숙을 제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진숙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를 국민 앞에서 설명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바카라임은 이제 이진숙에게 있다.
“민주당이 싫어서 이진숙을 지지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진숙이 대한민국을 잘 이끌 것이라고 믿어서 지지하는 것인가.”
이 질문을 국민에게 던져야 한다.
바로 여기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이진숙이 지금 노리는 것이 정말 차기라면 더욱 그렇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싸움이다.
그 싸움 속에서 몸집을 키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싸움을 해주는 대신, 검증을 해야 한다.
제명보다 검증.
분노보다 논리.
공격보다 질문.
그것이 이진숙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정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민주당이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이진숙의 현재 지지율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진숙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싸움 한가운데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현재 1위인 사람이 아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모두가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이진숙이 지금 바로 그런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주당은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진숙을 어떻게 제명할 것인가?”
가 아니라,
“이진숙이 차기 대선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이것이 훨씬 더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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