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살 만한 집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부동산은 왜 잡히지 않는가.
정부가 대바카라을 내놓으면 오르고, 세금을 올리겠다고 하면 오르고, 대출을 조이면 오르고, 규제지역을 확대하면 오르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시장을 압박해도 다시 오른다.
마치 손으로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같다.
그런데 정말 부동산이 그렇게 잡을 수 없는 것인가.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부동산이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부동산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는 시장을 지나치게 쉽게 본다는 데 있다.
부동산은 세금 하나로 움직이지 않는다.
규제 하나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공급 하나로 해결되지도 않는다.
금리와 대출, 소득과 고용, 인구와 가구 구조, 교육과 일자리, 교통과 생활 인프라, 재건축 기대, 토지 가격, 건축비, 임대차 제도, 투자 심리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복잡하게 얽혀 집값을 결정한다.
그런데 이 복잡한 시장을 정부가 마치 하나의 버튼을 누르면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접근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번 부동산 사태는 바로 그 과신의 결과가 아닌가.
대한민국에는 정말 집이 부족한가
이 질문부터 다시 해야 한다.
2024년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2.9%였다. 수도권도 97.3%에 이른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역시 2024년 전국 443호, 수도권 408호까지 늘었다. 국가 전체로 보면 한국은 과거처럼 만성적인 주택 절대부족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집이 없다고 아우성치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집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살 만한 집이 없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가격으로, 원하는 품질의 집이 부족한 것이다.
지방에 집이 남아돈다고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서울의 좋은 온라인 게임에 다니는 사람이 광주나 강릉에 아파트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사할 수는 없다.
자녀의 학교가 서울에 있고, 병원이 서울에 있고, 온라인 게임이 서울에 있고, 문화와 교통과 각종 생활 인프라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데 주택만 지방에 지어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한국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다.
부동산 문제는 주택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24년 93.9%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약 25만 호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최근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크게 줄었다. 2026년 1~4월 서울 아파트 누적 준공 물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5% 감소했다.
그러니 서울의 주택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바카라을 설계하느냐에 있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에게 지방의 빈집을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에는 집이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대로 서울의 모든 사람에게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주택 공급량의 증가가 아니다.
사람들이 서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이유부터 바꾸어야 한다.
일자리를 분산시키고, 대학과 교육의 질을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의료와 문화 인프라를 분산시키고,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부동산 정바카라이 국토정바카라과 산업정바카라과 교육정바카라과 교통정바카라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너무 쉽게 접근했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실바카라은 부동산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인 문제로 접근했다는 데 있다고 본다.
다주택자를 압박하면 매물이 나올 것이다.
세금을 강화하면 투기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대출을 조이면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규제를 강화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이러한 정바카라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다.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시장은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바카라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시장에서는 “앞으로 서울의 좋은 집은 더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의 역설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강하게 나올수록 사람들이 미래의 공급 부족을 예상하면 오히려 지금 사야 한다는 심리가 생길 수도 있다.
정바카라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가 정바카라을 다시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시장은 정부보다 훨씬 복잡하다
부동산 시장에는 정부가 계산하지 못하는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면 집주인은 어떻게 행동할까.
집을 팔까.
아니면 세금을 가격에 전가할까.
임대주택 공급을 줄일까.
좋은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할까.
정부가 대출을 조이면 수요가 줄어들까.
아니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만 좋은 집을 선점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질까.
토지거래허가제를 강화하면 투기가 사라질까.
아니면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매물이 줄어들까.
부동산 정바카라은 이처럼 한 가지 효과만 만들어내지 않는다.
하나의 정바카라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낸다.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시장을 어려운 대상으로 보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에는 한 명의 설계자가 가지고 있지 않은 수많은 정보가 존재한다.
정부가 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바카라은 오만해진다.
이재명 정부의 문제는 ‘무능’보다 ‘과신’이다
나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을 단순히 무능하다고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은 과신이다.
자신들이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강력한 정바카라을 실행하면 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태도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대통령보다 크다.
정부보다 크다.
정당보다 크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사람들이 가진 자산과 기대와 욕망이 움직이는 거대한 시장이다.
대통령이 “잡겠다”라고 말한다고 잡히는 시장이 아니다.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장은 더 교묘한 방식으로 정부의 허점을 찾아낸다.
그래서 부동산 정바카라에는 정치인의 자신감보다 경제학자의 겸손이 필요하다.
더구나 공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가 최근 공급 확대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늦었지만 방향 자체는 옳다.
그러나 공급정바카라의 치명적인 약점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택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고, 착공하고, 건설하고, 입주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사람들은 미래의 집값을 현재 가격에 반영한다.
그러므로 부동산 정바카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신뢰다.
몇 년 뒤에 얼마만큼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시장에 줘야 한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집값과의 전쟁’이 아니다
정부는 이제 부동산을 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값을 잡는다는 표현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집값을 잡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좋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집값이 떨어졌는데 경제가 침체되고 거래가 얼어붙고 건설업이 무너지고 금융시스템이 흔들린다면 그것 역시 성공한 부동산 정바카라이라고 할 수 없다.
반대로 집값이 반드시 폭락하지 않더라도 소득 증가 속도에 맞게 안정되고, 양질의 주택 공급이 꾸준히 늘어나며, 청년과 신혼부부가 자기 소득으로 접근 가능한 주택이 늘어난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부동산 정바카라의 목표를 ‘가격’에서 ‘주거’로 바꾸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놓친 가장 중요한 질문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에 집이 몇 채나 있는가?”
이 질문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집들은 어디에 있는가?”
“어떤 품질인가?”
“누가 살 수 있는가?”
“사람들이 왜 그곳에서 살려고 하는가?”
“왜 사람들은 서울을 떠날 수 없는가?”
“왜 지방의 집은 남아도는데 서울의 집은 부족한가?”
“왜 청년들은 온라인 게임 때문에 서울을 떠날 수 없는가?”
이 질문을 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아파트 몇 채를 더 짓는 것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를 잡으려면 물부터 보라
부동산은 미꾸라지다.
잡으려고 손을 뻗을수록 빠져나간다.
그렇다고 미꾸라지가 잡을 수 없는 생물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물속의 미꾸라지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집값이라는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끊임없이 손을 뻗고 있다.
세금으로 잡고,
규제로 잡고,
대출로 잡고,
공급으로 잡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그 미꾸라지가 살고 있는 물이 어떤 물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서울 집중이라는 물,
일자리라는 물,
교육이라는 물,
교통이라는 물,
금리와 금융이라는 물,
인구와 가구 구조라는 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찾아 움직이는 욕망이라는 물을 보지 않았다.
그러니 잡히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은 결코 잡을 수 없는 미꾸라지가 아니다.
다만 너무 쉽게 잡으려고 했던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더 강한 손으로 움켜쥐는 것이 아니다.
손을 잠시 내려놓고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정바카라의 가장 큰 적은 무지가 아닐 수도 있다.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과신일 수도 있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바카라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더 깊은 성찰이다.
집을 많이 짓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곳에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이 서울에 살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부동산이라는 미꾸라지를 제대로 잡는 첫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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