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재명은 안팎으로 두들겨 맞나

독재가 아니라 독선이 문제다

byFrancis Lee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 만에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보수 진영의 유승민 전 의원과 진보 진영의 유시민 작가가 거의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 운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치적 좌표만 놓고 보면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사람이 가리키는 방향은 비슷하다. 유승민은 검찰의 권한을 축소한 뒤 경찰에 권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지적했고, 유시민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충성 경쟁과 당내 침묵의 문화를 비판했다. 기사 역시 이를 ‘비대해진 대통령 권력’과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경고라고 정리했다.

나는 이 현상을 이재명 정부가 독재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위험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독재가 아니라 독선이다.

독재는 제도와 법을 파괴하면서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선은 훨씬 교묘하다. 법도 지키고 선거도 치르며 의회도 존재한다. 그런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이 옳다는 확신에 빠져 다른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독선은 민주주의의 외형을 유지한 채 민주주의의 내용부터 말라죽게 만든다.

권력은 반대자를 없애는 것보다 반대자의 말을 듣지 않을 때 더 위험해진다

유시민의 이번 발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이재명 대통령을 ‘오만한 권력자’라고 평가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그가 지적한 것은 대통령이 소통하고 교감하고 공감을 이루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민주당 내부에서 실세에게 줄을 서고, 당내 경선의 문제에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폭 문화’에 비유했다.

이것은 단순한 인신공격이 아니다.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은 대통령에게 욕하는 야당 의원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 앞에서 모두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다.

대통령이 말하면 박수를 치고, 대통령이 방향을 정하면 이유를 찾고, 대통령의 측근이 움직이면 모두가 줄을 서고, 대통령에게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곧바로 적으로 분류된다면 그 순간부터 권력은 현실을 잊기 시작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충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유승민의 경찰개혁 비판 역시 가볍게 볼 수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의 비판은 정치적 공격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검찰개혁을 직접 연결한 대목은 정치적 주장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그 주장을 모두 배제하고 보더라도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남는다.

검찰 권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경찰 권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아닌가?

이 대통령 자신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경찰이 국가기관 가운데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수 있다며 국민의 우려를 언급하고 경찰개혁을 주문했다.

바로 이 대목이 역설적이다.

권력을 집중시켜 놓고 나중에 그 권력을 다시 견제하겠다는 방식은 좋은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원리는 권력을 크게 만든 뒤 선한 사람이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어느 누구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도록 권력을 쪼개놓는 것이다.

오늘의 대통령에게 좋은 경찰이 내일의 야당에게도 좋은 경찰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늘 우리 편을 지켜주는 권력기관이 정권이 바뀐 뒤 우리를 겨누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권력기관 개혁은 ‘누가 잡느냐’보다 ‘누가 잡아도 위험하지 않게 만드는가’가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야당이 아닐 수 있다

나는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가장 위험한 정치적 적이 국민의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당 내부의 침묵과 대통령 주변의 과도한 충성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야당은 원래 대통령을 비판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여당이 대통령을 비판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대통령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가 사라지고, 대통령의 판단을 비판하는 것이 곧 정권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 정당은 정당이 아니라 권력의 추종 집단이 된다.

유시민이 민주당 의원들의 ‘90도 인사’와 실세를 향한 줄서기를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정치에서 줄서기는 단순히 보기 싫은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정보의 왜곡을 가져온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현실보다 좋아지고, 정바카라의 실패는 축소되며, 반대 의견은 걸러진다.

그러면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될 수 있다.

권력의 가장 무서운 병은 고립이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더 섬뜩한 것은 유시민이 이재명 정부를 분석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분석 틀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권력 주변의 충성 경쟁과 인물의 질적 하락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 사용했던 ‘침팬지 폴리틱스’ 등의 개념을 다시 꺼냈다.

여기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 있다.

정권의 실패는 대통령이 악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대통령도 나쁜 구조 속에서는 나쁜 대통령처럼 행동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대통령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반론을 싫어하며, 여당이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옹호하고, 권력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 개인의 선의와 관계없이 권력은 변질된다.

이것이 권력의 구조적 위험이다.

그러므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강해지는 것과 대통령이 현명해지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매우 강한 대통령이다.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었고, 여당은 국회에서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다. 행정부를 움직일 수 있는 상당한 정치적 자원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강한 권력과 현명한 권력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강한 권력은 결정을 빨리 내릴 수 있다.

현명한 권력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대 의견을 듣는다.

강한 권력은 자신의 정바카라을 관철할 수 있다.

현명한 권력은 자신의 정바카라이 틀렸을 가능성을 먼저 검토한다.

강한 권력은 박수를 받는다.

현명한 권력은 박수받지 못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을 곁에 둔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대통령이 아니다.

더 많이 듣는 대통령이다.

‘독선’은 독재보다 먼저 찾아오는 경고음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재명 정부를 독재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선에 대한 경고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재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대개 그전에는 작은 징후들이 있다.

비판을 불편해하고,

충성을 능력보다 높게 평가하고,

반대자를 적으로 여기고,

정바카라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기관의 집중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권력은 점점 자신이 만든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현실과 권력의 인식 사이에 거대한 간극이 생긴다.

그때부터 지지율 하락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가 된다.

유시민 역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당시 만들어냈던 진보·개혁 진영의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사실 여부와 별개로 대통령이 곱씹어볼 만한 경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 해야 할 일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사람을 가까이 둬야 한다.

둘째, 민주당 내부에서 대통령을 비판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셋째,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을 특정 정치세력의 유불리가 아니라 권력분립이라는 원칙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넷째, 대통령에게 올라오는 정보가 대통령의 뜻에 맞게 가공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정바카라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국민이 변했다고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권력자의 겸손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살리는 것은 충성파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사람은 “대통령님이 옳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님, 그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말을 듣고도 화내지 않는 대통령이라면 강한 대통령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을 곁에 계속 두는 대통령이라면 위대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을 하나둘씩 밀어내고 충성 경쟁을 하는 사람들만 곁에 남긴다면, 아무리 높은 지지율과 강력한 국회 의석을 가지고 있어도 그 권력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유승민과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비슷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한 사람은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다른 한 사람은 대통령 권력의 오만과 집권연합의 붕괴를 지적한다.

이것을 단순히 ‘이재명 때리기’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통령이 귀담아들어야 할 경고음이다.

이재명 정부의 앞날을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 얼마나 강한가가 아닐 것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반대 의견을 견딜 수 있는가가 결정할 것이다.

독재는 법과 제도를 무너뜨리지만,

독선은 그보다 먼저 사람의 귀를 닫게 만든다.

그리고 권력자가 귀를 닫는 순간부터 권력은 국민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말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박수가 아니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는 것이다.

권력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제거할 때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곁에 둘 때 비로소 강해진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독재를 걱정하는 과장된 경고보다 훨씬 현실적인 경고다.

독선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다.

그 선을 넘는 순간,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것은 야당도 언론도 국민도 아니다.

결국 권력 자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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