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언제부터 점쟁이가 되었는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정청래의 미래가 어둡다

byFrancis Lee

정치가 종교가 되는 순간, 정치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신도가 된다. 그리고 팬덤이 정치의 중심에 서는 순간, 정치적 판단은 정바카라과 원칙이 아니라 충성도와 배신의 언어로 바뀐다. 요즘 민주당을 둘러싼 풍경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이 현상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김민석이 정청래를 꺾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선거는 끝났다.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끝났다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는 뜻이다. 패자는 승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신의 정치적 노선을 성찰하며 다음 기회를 준비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문법이다.

그런데 정청래의 태도는 달랐다. 그는 숫자로는 졌지만 자신의 주장이 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물론 패배한 정치인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과 선거 결과를 인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치적 신념을 지키는 것과 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정청래가 정말 민주주의 정치인이라면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저는 패배했습니다.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이제 김민석 대표가 민주당을 이끌어가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다만 제가 옳다고 믿는 정치적 원칙은 계속 지켜나가겠습니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자신의 신념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패배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지킬 자격이 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어딘가 다르다. 선거에서 졌는데도 정신적으로는 승리했다고 주장하고, 지도부에 들어간 자신의 지지 세력을 통해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 한다. 이것은 정치적 신념이라기보다 팬덤 정치의 몽니에 가까워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어준의 모습이다.

김어준은 이번 전당대회의 결과를 두고 친명계의 향방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친명이라는 간판이 의원들의 정치적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볼 것이라는 취지의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정치평론가가 정당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그가 오랫동안 보여온 정치적 위치다.

김어준은 단순한 평론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진보 진영의 중요한 정치적 국면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누가 살아남고 누가 몰락할 것인지, 어느 정치세력이 미래를 갖는지를 마치 판관처럼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모습에서는 평론가의 분석보다 정치적 점괘를 내놓는 예언자적 태도가 강하게 느껴진다.

김어준의 말이 맞느냐 틀리느냐가 핵심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왜 한 사람의 정치적 해석이 특정 진영에서 정치의 방향을 가늠하는 일종의 지표처럼 받아들여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는 점쟁이가 필요하지 않다.

민주주의에는 시민이 필요하다.

정당의 미래는 한 방송인의 예언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당원들의 투표와 국민의 평가, 정바카라의 성과와 정치인의 바카라임을 통해 결정된다.

그런데 팬덤 정치에서는 이것이 뒤집힌다.

정바카라보다 사람이 중요해지고, 사람이 아니라 팬덤의 감정이 중요해지고, 결국 팬덤의 감정을 해석해 주는 사람이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치평론가는 평론가가 아니라 팬덤의 사제가 된다.

누가 진짜 민주당이고, 누가 민주당의 배신자인지 판정하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지 예언하고, 누가 어느 진영에 붙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팬덤의 교권화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정치적 언어가 이제 팬덤 정치가 쇠퇴하는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팬덤 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팬덤이 정치를 동원할 수는 있지만 정치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선거 때는 열광이 힘이 된다. 그러나 국정을 운영할 때 필요한 것은 열광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재정을 관리하고, 외교적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구호와 충성 경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결국 국민은 팬덤의 숫자가 아니라 삶의 결과를 평가한다.

그래서 팬덤 정치가 일정한 한계에 도달하면 사람들은 피로해진다.

매번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하고, 내부의 다른 목소리를 배신자로 몰아붙이고, 조금만 다른 의견을 내면 공격하고, 선거에서 패배하면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정치에 시민들이 영원히 열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오산이다.

나는 지금 민주당에서 바로 그 팬덤 정치의 피로와 저항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민석이 당대표가 되고 정청래 계열의 최고위원들이 살아남았으며 친명 핵심 인사인 김용이 탈락한 결과는 단순한 계파 간 승패로만 볼 일이 아니다.

어쩌면 당원들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과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팬덤의 정치방식을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데 팬덤 정치의 논리는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재명을 지지하면 우리 편이다.”

“우리 편이면 이 사람을 지지해야 한다.”

“이 사람을 지지하지 않으면 배신자다.”

이 단순한 논리가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

민주주의란 원래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는 제도다. 정당은 교단이 아니다. 당원은 신도가 아니다. 정치인은 교주가 아니다.

따라서 정당 안에서 서로 다른 노선이 경쟁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경쟁에서 졌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정청래에게도 바로 이 점을 묻고 싶다.

당대표 선거에서 졌다면 깨끗하게 졌다고 말하면 된다. 그것이 정치인의 품격이다.

당원들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 선택의 의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새 지도부가 성공하도록 협력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내가 옳았다”는 것만 반복한다면 결국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스스로 좁히게 된다.

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패배한 사람이 아니다.

패배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청래가 앞으로 민주당에서 중요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다면 팬덤의 환호보다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박수보다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의 뜻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그렇게 비판했던 정치적 기득권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

김어준에게도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이 정말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면 이제 한 사람의 해석에 정치적 방향을 의존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김어준이 틀릴 수도 있다.

정청래가 틀릴 수도 있다.

김민석도 틀릴 수 있다.

이재명도 틀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다.

정치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김어준의 예언이 아니다. 정청래의 투지도 아니다. 이재명의 카리스마도 아니다.

결국 국민의 삶이다.

경제가 좋아졌는가. 청년에게 미래가 있는가. 슬롯적 갈등이 줄어들었는가. 국가의 재정은 건전한가. 권력은 절제되고 있는가. 정치가 시민의 삶을 개선했는가.

이 질문 앞에서는 모든 팬덤이 사라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팬덤을 다시 결집시키는 새로운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반대다.

팬덤으로부터 민주당을 해방시키는 정치가 필요하다.

김어준이 더 이상 진보의 미래를 점치는 사람이 될 필요도 없고, 정청래가 자신의 패배를 팬덤의 승리로 포장할 필요도 없다.

선거에서 졌으면 졌다고 말하면 된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믿으면 다음 선거에서 다시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굴복이 아니다.

오히려 패배를 인정할 수 있는 정치가 성숙한 정치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팬덤의 더 큰 함성이 아니다.

팬덤의 함성이 멈춘 뒤에도 남아 있을 수 있는 정바카라과 원칙, 바카라임과 절제의 정치다.

김어준이 언제부터 점쟁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점치는 사람보다 민주주의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더 민주주의에 가깝다.

그리고 그 기본을 잊은 정치인에게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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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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