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을 위해서라면 차라리 최신 무기를 보내자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방공무기 천궁-Ⅱ를 지원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명분은 분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산 KN-23·24 탄도미사일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천궁-Ⅱ를 투입해 이 미사일과의 실전 교전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한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산 미사일의 추가 공급과 북한 미사일부대의 러시아 배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하느냐, 러시아 편을 들어야 하느냐’는 이념적 대립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정도, 러시아에 대한 반감도, 미국과 서방에 대한 맹목적 추종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북한과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러시아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지원을 거부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국가의 외교와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국익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천궁-Ⅱ를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제공하는 것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천궁-Ⅱ 지원론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북한의 KN-23·24는 한국이 유사시 직접 상대해야 할 미사일이다. 그런데 그 미사일이 지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을 실제 전쟁에 투입하고, 그 성능과 운용 결과를 관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경우 북한이 전쟁을 통해 축적하는 귀중한 실전 경험을 남의 나라 전쟁 이야기로만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하는 군사 데이터를 한국이 적극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는 매우 타당하다. 특히 탐지·추적·요격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북한 미사일의 실제 비행 특성, 요격 성공과 실패 사례는 한국군에게 상당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그러니 천궁-Ⅱ를 보내자’고 결론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천궁-Ⅱ 역시 한국군의 핵심 방공자산이다. 현역 포대나 전시 비축 물량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할 한국의 방공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신규 생산분을 보내더라도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천궁-Ⅱ는 이미 중동 국가들과 수출계약이 체결돼 있어 생산능력과 납기 문제가 있고, 실제 전장에 투입하려면 운용요원 교육과 정비·부품, 재보급, 지휘통제체계 연동까지 필요하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한국이 천궁-Ⅱ를 통해 북한 미사일의 실전 데이터를 얻는 동안 러시아 역시 천궁-Ⅱ의 실전 운용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반복적인 교전을 통해 탐지와 교전 양상을 분석할 수도 있고, 장비가 공격받아 일부가 노획된다면 한국 방공체계의 취약점을 분석할 가능성도 있다.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된 상황에서는 이러한 정보가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까지 계산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보다 냉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이 최신 방공무기를 보내야 한다면 반드시 천궁-Ⅱ여야 하는가?
나는 오히려 이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한국은 현역 핵심 무기를 내주는 방식보다 한 단계 앞선 최신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하고, 기존 세대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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