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의 정치가 통치의 정치에 자리를 내줄 때가 되었다

유시민의 팬덤 정치가 정청래를 무너뜨렸다고?

byFrancis Lee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 결과는 단순한 당대표 교체가 아니다. 김민석의 승리와 정청래의 패배는 민주당 내부에서 정치의 문법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김민석 후보는 최종 경선에서 정청래 후보를 제치고 당대표에 올랐다. 특히 결정적인 장면은 호남이었다. 전남·광주와 전북에서 김민석은 합계 57.54%를 얻어 정청래의 32.65%를 24.89%포인트 차로 눌렀다. 이후 서울·경기에서도 근소하게 앞서며 누적 득표율 격차를 벌렸다.

이 숫자를 단순히 “김민석이 잘해서 이겼다”라고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민주당의 핵심 당원들이 정청래보다 김민석을 선택했느냐이다.

정청래는 지난 1년 동안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개혁성과 전투성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지층의 열광을 끌어냈다. 반면 김민석은 당정 협력과 통합,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결국 두 정치 스타일의 충돌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싸우는 정당인가, 통치하는 정당인가.

이 질문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김민석을 선택했다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다.

물론 이것을 곧바로 “민주당이 팬덤 정치를 버렸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청래는 여전히 4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친청계 인사들도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했다. 따라서 팬덤 정치가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중요한 변화는 있다.

팬덤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당이 야당일 때는 싸움이 정치의 중요한 기능이 된다. 상대를 공격하고, 정부를 견제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집권당이 되는 순간 정치의 질문은 달라진다.

“누가 더 강하게 싸우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는가”가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당은 더 이상 단순한 저항의 정당일 수 없다. 이제는 국정의 성과에 바카라임을 져야 한다. 경제성장, 일자리, 부동산, 민생, 외교·안보, 슬롯통합이라는 현실의 문제에 답해야 한다.

그런데 팬덤 정치의 가장 큰 약점은 정치적 동원에는 강하지만 통치에는 반드시 강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팬덤은 적을 필요로 한다.

팬덤의 결속은 “우리”와 “그들”의 구분에서 강해진다.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할수록 내부 결속은 쉬워진다. 정치적 언어는 점점 과격해지고, 반대 의견은 배신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가 운영은 다르다.

국가는 팬덤으로 운영할 수 없다.

정바카라에는 비용이 따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며, 타협이 필요하다. 어제의 적과도 오늘은 협상해야 하고, 지지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성숙은 열광의 정치에서 숙의의 정치로, 동원의 정치에서 통치의 정치로 넘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호남 당심이 보여준 것도 바로 그 가능성이다.

호남에서 김민석이 정청래를 25%포인트 가까이 앞섰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특히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핵심 지지 기반이다. 이곳에서 강성 개혁 노선을 상징하는 정청래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 국정 운영을 내세운 김민석에게 표가 몰렸다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단순히 “더 강한 민주당”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제 묻기 시작했을 수 있다.

“그래서 집권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유시민의 역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청래의 호남 패배를 둘러싸고 유시민의 비판과 발언이 하나의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유시민이 이재명 정부를 흔든다고 받아들인 호남 당원들의 반응”이라는 분석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유시민 때문에 정청래가 졌다고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한 사람의 방송이나 발언이 수십만 명의 당원 표심을 만들어냈다고 보는 것은 정치 분석이라기보다 음모론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오히려 유시민의 발언은 민주당 내부에 이미 존재하던 어떤 균열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 균열은 이것이다.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는 것과 이재명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같은 것인가?”

민주주의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구분이다.

정부를 지지한다고 해서 정부의 모든 정바카라을 옳다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권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당 지도부의 모든 판단에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민주주의는 지지자 내부에서 비판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의 비판이 민주당에 불편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기 때문이 아니다.

팬덤의 논리와 통치의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팬덤은 “우리 편인가 아닌가”를 묻는다.

통치는 “그 정바카라이 옳은가”를 묻는다.

팬덤은 충성을 요구한다.

통치는 바카라임을 요구한다.

팬덤은 박수를 원한다.

통치는 결과를 요구한다.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리고 집권 2년 차로 갈수록 이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정치적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기대는 성과에 대한 요구로 바뀐다. 유권자는 더 이상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만을 묻지 않는다.

“내 삶이 실제로 좋아졌는가?”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팬덤 정치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팬덤은 과거의 전투를 기억하지만 국민은 현재의 삶을 평가한다.

팬덤은 대통령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를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물가와 집값과 일자리와 의료와 교육을 이야기한다.

팬덤은 정치적 적을 이야기하지만 국민은 자신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바로 이 간극이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정치적 장벽이 될 것이다.

따라서 김민석의 승리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하나의 메시지일 수 있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과 대통령의 모든 것을 추종하는 팬덤은 다르다.”

김민석은 이재명 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동시에 당정일치가 대통령에 대한 맹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대목이 오히려 중요하다.

집권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대통령과 경쟁하는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되어서도 안 된다.

집권당의 역할은 대통령을 성공시키되,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제동을 걸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을 갖는 것이다.

협력하면서 견제하고, 지지하면서 비판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집권당이 가져야 할 가장 어려운 균형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이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청래의 패배는 정청래 개인의 패배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정청래식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사건일 수도 있다.

반대로 김민석의 승리는 김민석 개인의 승리일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 ‘통치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김민석에게도 함정은 있다.

통치의 정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당정일치를 강화하다 보면 이번에는 정반대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팬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권력의 관료화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성 팬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자동으로 성숙하는 것은 아니다.

팬덤을 넘어야 하지만 당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대통령을 지지해야 하지만 대통령과 다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당의 단결을 추구해야 하지만 단결을 획일성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는 단순하다.

팬덤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팬덤을 넘어서는 것이다.

정치적 열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도와 정바카라과 성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청래가 보여준 열정도 민주주의의 자산이다. 문제는 그 열정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으로 전환될 수 있느냐이다.

김민석의 과제 역시 마찬가지다.

안정과 통합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덤의 피로감이 무관심과 냉소로 바뀔 수 있다.

정치는 열광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열광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결국 국민은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내기 위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더 낫게 만들라고 권력을 위임한다.

그래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진짜 승부는 8월 17일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다.

김민석이 증명해야 할 것은 자신이 정청래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민주당이 팬덤의 정당을 넘어 통치의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정부가 증명해야 할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결집시키느냐가 아니다.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설득할 수 있느냐다.

그것이 집권의 마지막 단계이고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다.

어쩌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민주당 당원들은 이재명 정부를 버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정권의 정치가 팬덤의 정치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팬덤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팬덤 없이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김민석의 승리가 이재명 정부에 던지는, 가장 불편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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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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