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톨릭교회, 교황청과 맞서나

가톨릭교회도 이제는 생존 자체를 위해 거듭나야 한다

byFrancis Lee

교황청이 최근 독일 주교회의의 '미사 중 평신도 강론 허용'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교황청은 강론은 성품성사를 받은 사제와 부제의 고유한 직무이며, 이는 단순한 규율이 아니라 전례의 본질에 속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전례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다. 현대 가톨릭교회가 전통과 변화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독일 가톨릭교회는 오래전부터 보편교회 안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개혁을 요구해 온 교회였다. 여성의 역할 확대, 평신도의 사목 참여, 교회 운영의 민주화, 성직주의 극복 등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독일 신학계와 교회 현장에서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부 교구와 본당에서는 평신도가 사실상 강론에 준하는 말씀 선포를 담당하는 사례도 이어져 왔고, 이는 교황청과 지속적인 긴장을 낳았다.

독일 교회가 이러한 길을 선택한 배경에는 분명한 현실이 있다. 유럽 교회는 지금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수년 동안 매년 수십만 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성직자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독일 교회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한 해 30만 명이 넘는 신자가 가톨릭교회를 탈퇴한 해도 있었으며, 주일 미사 참석률 역시 과거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신학생 수는 수십 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많은 본당들이 통폐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독일 교회는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복음화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왔다.

반면 교황청은 교회의 위기와 별개로 전례의 본질은 시대적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회의 일치와 성사의 본질은 현실적 어려움보다 우선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신학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으며, 보편교회의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그러나 동시에 변화하는 슬롯 속에서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늘날 슬롯는 20세기와 전혀 다른 환경 속에 있다. 여성은 정치·경제·학문·문화 전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평신도들은 슬롯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지도층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복음을 전하는 공간도 성당 안이 아니라 학교와 온라인 게임, 인터넷과 SNS, 지역슬롯와 일상의 현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복음 선포의 방식 역시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접근을 요구받고 있다.

이 점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강조했던 '새 복음화'는 오늘의 교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그는 복음의 내용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 속에서 복음을 새롭게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시 말해 변해야 하는 것은 복음 자체가 아니라 복음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오늘날 현대인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이들은 평신도들이다. 그들은 온라인 게임과 가정, 교육과 문화, 디지털 공간에서 동시대인의 고민과 언어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이해하고 있다. 새 복음화의 정신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세계 기독교의 성장 양상을 보면 중요한 공통점이 나타난다. 활력을 유지하거나 성장하는 공동체일수록 평신도의 자발적인 참여와 사역이 활발하며, 복음 선포 역시 성직자 중심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사명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대로 유럽의 전통 교회들은 제도 중심의 운영 속에서 급속한 세속화와 신자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전례 방식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교회가 시대와 소통하는 방식이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독일 교회와 교황청의 충돌은 어느 한쪽의 승패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톨릭교회가 21세기에도 살아 있는 복음 공동체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역사적 질문이다. 교회의 정체성과 전통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복음은 언제나 당대의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선포될 때 생명력을 얻었다. 제도는 시대에 따라 발전할 수 있지만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복음을 살아 있는 언어로 증언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쇄신이 필요하다. 유럽 교회의 지속적인 신자 감소와 성직자 감소라는 객관적 현실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새 복음화가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교회는 시대와 대화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변화는 신앙의 포기가 아니라 복음의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며, 21세기 가톨릭교회는 그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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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오래 살면서 종교와 여행과 문화 탐방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 지식으로 농사를 짓게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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