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교회답지 않을 때 교회는 사라지게 되어 있다
교회는 지금 역사상 가장 거대한 경쟁자를 만났다. 그것은 다른 종교도, 무신론도 아니다. 손바닥 안에 들어 있는 인공지능(AI)이다.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이제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성경 해석을 묻고, 기도를 부탁하며, 삶의 의미와 죽음, 용서와 고난을 상담하는 '디지털 영적 동반자'의 역할까지 수행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목회자를 찾아가던 질문들이 이제는 AI에게 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종교의 역할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대적 신호다.
이러한 변화는 교회의 쇠퇴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Gallup에 따르면 미국인의 교회·성당·회당 등 종교기관 신자 비율은 1937년 73%에서 2020년 처음 50% 아래로 떨어졌고, 최근에도 종교 행사 참여 비율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2025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7%만이 종교를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답했고, 종교가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가진 성인은 2004년 54%에서 2022년 37%까지 감소했고, 2025년에는 40%로 소폭 반등했지만 장기적인 탈종교화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종교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며, 비종교인의 절반 이상은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 종교를 갖지 않는다고 답했다. 과거 신앙을 가졌던 비종교인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이 개신교 출신이라는 점도 한국 교회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주목할 점은 사람들의 영적 갈증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갈증을 해소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AI는 언제든 질문을 받아주고, 사용자를 비난하지 않으며, 즉시 답을 제공한다. "왜 하나님은 내게 이런 고난을 허락하셨는가", "용서란 무엇인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이제는 생성형 AI를 향하고 있다. AI는 목회자의 자리를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상담과 정보 제공이라는 종교의 일부 기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특히 젊은 여성층의 종교 참여가 과거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거부감, 교회의 정치화, 여성 리더십 문제, 슬롯문화적 가치관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반면 최근에는 일부 젊은 남성층에서 종교 참여가 다시 증가하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이는 종교의 위기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세대와 성별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끝내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 공동체다. AI는 설교를 써 줄 수 있지만 성찬을 나눌 수는 없다. 성경을 요약할 수는 있지만 함께 눈물 흘리며 기도할 수는 없다. 병실을 찾아가 손을 잡아 줄 수도, 절망 속에 있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견딜 수도 없다. 이것이 인간 공동체인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AI와 경쟁하려 하지 말고, AI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설교를 더 길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경청해야 한다. 교리를 더 많이 암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들을 더 많이 품어야 한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슬롯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청년과 여성들이 왜 교회를 떠나는지 방어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진지하게 귀 기울여야 한다. 교회가 질문을 억압하는 공간이 아니라 질문을 환영하는 공간이 될 때, 사람들은 다시 교회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역사는 교회가 외부의 박해 때문에 무너진 경우보다 내부의 신뢰를 잃어 쇠퇴한 경우가 훨씬 많았음을 보여준다. AI는 교회를 무너뜨리는 적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의 본질을 되묻는 거울이다. 사람들이 AI에게 영적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은 신앙이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경청의 대상이 부족해졌다는 증거일 수 있다.
결국 교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다. 신뢰다. 복음은 알고리즘으로 전송될 수 있지만 사랑은 공동체 안에서만 경험된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희생을 실천하지는 못한다. 교회가 복음보다 권력을, 섬김보다 권위를, 사랑보다 이념을 앞세운다면 사람들은 계속해서 교회를 떠날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다시 교회다움을 회복한다면 AI는 교회의 경쟁자가 아니라 복음을 돕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교회의 위기는 AI의 등장이 아니라 교회다움의 상실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교회의 부흥 역시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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