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트, 뒤라스, 보부아르가 그린 기울어진 관계
늦은 아침, 레아는 셰리를 방에서 내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구두를 가져다주었고, 구겨진 셔츠와 양말을 챙겨주었고, 넥타이를 찾아주었다.
그는 옷을 입고, 창백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
레아는 문을 닫았고, 그의 발이 계단에서 비틀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창가로 달려갔다.
셰리는 현관 계단을 내려와 마당 한가운데 멈춰 섰다.
"그가 다시 올라온다, 그가 다시 올라온다!"
레아는 양팔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길쭉한 거울 속에서, 숨을 헐떡이는 늙은 여자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셰리는 다시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리에서 그는 어제 입었던 셔츠를 가리기 위해 외투의 단추를 채웠다.
레아가 커튼을 내리려는 순간, 그는 봄 하늘과 꽃 피기 시작한 마로니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탈출한 사람처럼 가슴 가득 공기를 들이마시며 걸어갔다.
콜레트의 소설 『셰리』에서 레아는 마흔아홉 살의 코르티잔이다. 그녀는 화려한 삶을 살아왔지만, 큰 스캔들이나 치명적인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고 비교적 평온하게 자신의 전성기를 마무리해가고 있었다.
반면 스물다섯 살의 셰리는 이제 막 결혼을 앞둔 상태였다.
6년 동안 이어진 이 둘의 관계에서 힘의 균형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셰리는 레아의 침실에서 그녀의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었다. 그는 레아에게 목걸이를 달라고 졸랐다. 왜 주지 않느냐고, 자기에게도 잘 어울린다고, 아니 오히려 레아보다 자신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레아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는 목걸이를 충분히 가지고 놀았으면 이제 그만하라며 그를 다그쳤다. 그러나 셰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레아가 자기가 목걸이를 훔쳐 갈까 봐 걱정하는 거냐고 물었다.
방 안에는 분홍빛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셰리는 그녀 앞에서 진주 목걸이를 목에 걸고 춤추듯 방 안을 걸어 다녔다.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자기 모습을 바라보았다. 젊고 아름다운 남자의 얼굴, 푸른빛이 도는 검은 머리, 단단한 가슴, 흰 눈동자와 작은 이, 그리고 목에 걸린 진주가 함께 빛났다.
"이리 줘, 진주 목걸이는 나한테 더 잘 어울려"
레아는 목걸이를 빼라고 얘기했지만, 셰리는 듣고 있으면서도 거울 속 자기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혹시, 내가 가져가버릴까봐 그래?"
"아니야. 내가 정말 그걸 준다고 하면, 너는 그냥 받아버릴 것 같아서"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대화 안에 두 사람의 관계가 거의 다 들어 있었다.
보석을 가진 쪽은 레아였지만, 거울 앞에서 빛나는 쪽은 셰리였다.
그것을 허락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사람은 레아였지만, 그 순간 방 안의 시선을 빼앗는 사람은 셰리였다.
하지만 관계의 중심축이 한꺼번에 기울어지는 일이 일어났다.
셰리의 어머니는 그에게 에드메라는 여성과의 결혼을 강요했다.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마련된 하나의 통과의례에 가까웠다.
레아에게 셰리의 결혼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별처럼 느껴졌다. 셰리 역시 에드메와의 결혼에 대해 건조하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셰리가 신혼여행을 떠난 뒤, 레아는 마침내 자기 안의 상실을 알아차렸다. 그렇게 그녀는 파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이 둘은 반년 가까이 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셰리가 다시 레아의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문지기 에르네스트가 여전히 자신을 알아보고 문을 열어주었다고 말했다. 레아는 네가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내 집의 사람들까지 바꿨어야 하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셰리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 돌아왔어"
그 순간 레아는 그의 말을 잠시 믿었다. 레아는 그를 끌어안고, "돌아왔구나"라고 속삭였다.
둘은 밤을 같이 보냈다. 하지만 밤이 지나고, 대화를 할수록 레아는 그가 돌아온 이유를 알아차렸다.
셰리는 사랑을 되찾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보호받고 싶었다. 어린 아내와의 생활은 그에게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처럼 다가왔던 것이다.
레아는 그제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은 셰리를 사랑했지만, 그를 미래로 보내지는 못했다. 그를 남자로 만들기보다, 오래도록 자기 품 안의 아름답고 버릇없는 아이로 붙들어두고 있었다.
“미안해, 셰리. 나는 우리에게 한 시간 뒤의 미래가 없는 것처럼 너를 사랑했어”
새벽빛이 자신에게 닿을 때 레아는 셰리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의 눈에는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을 붙들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셰리를 너무 오래 곁에 두었다는 사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가 자꾸만 자신의 침대로 돌아오려는 이유도, 새로운 삶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도, 모두 자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아는 셰리를 너무 오래 보호했고, 너무 오래 사랑했다. 그 결과 셰리는 어른이 되는 대신, 아이인 채로 나이를 먹고 있었다.
그리고 동이 틀 무렵, 레아는 셰리를 돌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
*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우친 관계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서로를 망가뜨릴 수도, 그리고 보호하면서 미성숙한 상태로 남겨두기도 한다.
뒤라스의 『연인』은 1929년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지금의 베트남 남부지역의 메콩강을 건너는 작은 나룻배 위에서 또 다른 관계가 시작된다.
그곳에는 열다섯 살의 백인 소녀가 난간에 기대 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성용 중절모와 낡아서 거의 비칠 듯한 실크 드레스, 그리고 굽 높은 금빛 구두를 신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갈 버스 옆에는 검은색 리무진 한 대가 서 있었다. 흰 운전복을 입은 운전사가 딸린 큰 차였다. 그 안에는 유럽식 옷차림을 한 중국계 남자가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차에서 내려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아와 셰리의 관계가 나이 차이로 기울어져 있었다면, 이 관계는 훨씬 더 많은 축 위에 있었다. 중국계 남자는 식민지의 부동산을 장악한 부유한 중국계 금융 소수자 집안의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돈을 쥐고 있었고, 그는 그 돈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반면 소녀의 세계는 가난하고 위태로웠다. 학교 교사였던 어머니는 삶에 지쳐 있었고, 실패한 토지와 빚, 가족의 몰락 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큰오빠는 도박과 아편에 잠식되어 있었고, 어머니의 돈과 가족의 것을 훔쳐가며 집안을 계속 갉아먹고 있었다.
메콩강 나룻배 위에서 남자가 소녀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그는 그녀를 사디크 여자학교 교장의 딸로 오해하고, 자신도 근처에 산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소녀에게 버스 대신 자신이 사이공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소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남자는 운전사에게 소녀의 짐을 버스에서 내려 검은 차에 실으라고 말했다.
소녀는 처음으로 가족의 굴레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첫 만남 뒤 남자는 학교로 소녀를 데리러 와서 기숙사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그는 기숙사로 찾아와 소녀를 검은 자동차에 태워 사이공 중심부와 떨어진 중국인 거리의 방으로 향했다.
처음 사랑을 나눈 두 사람은 비로소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소녀는 남자에게 자기 집 이야기를 했다.
집에는 돈이 없었고, 이제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큰오빠는 어머니의 돈을 훔쳐 아편굴에 드나들었고, 때로는 그곳의 사람들이 어머니에게 돈을 받으러 오기도 했다. 어머니는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고, 이 모든 일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말을 듣고 남자는 내가 돈이 있어서 온 것이냐고 물었다.
소녀는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이 관계의 한가운데를 찌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를 그런 식으로 욕망했다고 말했다.
그의 돈과 함께, 그의 검은 자동차와 함께, 그가 속한 부유한 세계와 함께. 처음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이미 검은 리무진 안에 있었고, 이미 돈의 세계 안에 있었다. 그러니 그에게 돈이 없었다면 자신이 어떻게 했을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사이공의 좁은 방에서 거의 매일 만났다. 일 년 반 동안. 그러나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후에 남게 될 시간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를 채운 것은 가벼운 말들뿐이었다. 신문 기사 같은 이야기들, 날씨와 소문, 그리고 주변에 사소한 잡담들, 그리고 침대였다.
두 사람은 그들의 관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누구도 그것을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남자는 그 모든 것을 견디어 냈다. 그녀 가족들의 모욕도, 침묵도, 자신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되는 시간까지도 인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그를 강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는 소녀를 원했지만, 그녀를 자신의 삶으로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결국 떠나는 쪽은 소녀가 되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탈출에 가까웠다. 어머니의 실패한 땅과 빚, 큰오빠의 파탄, 식민지의 가난한 생활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프랑스로 가는 배는 가족이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출구였고, 동시에 이 사랑을 끝내는 경계가 되었다.
소녀가 프랑스로 가는 배에 올랐을 때, 그는 부둣가에 나와 있었다. 그의 검은 자동차는 다른 차들과 떨어져 서 있었다. 앞자리에는 흰옷의 운전사가 있었고, 뒷좌석에는 그가 있었다.
소녀는 처음 그를 만났던 메콩강 나룻배 위에서처럼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둘 사이에는 강이 아니라 출항하는 배와 멀어지는 땅이 있었다. 남자는 점점 얼굴을 잃고, 검은 자동차의 형체로만 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그 형체도 사라졌다. 항구가 사라졌고, 땅도 사라졌다.
떠나는 것은 소녀였지만, 그 장면에서 더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은 남자였다. 그는 부두에 남아 있었고, 그의 돈과 자동차와 운전사도 그와 함께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데려오지 못했다. 처음 소녀를 태웠던 검은 리무진은 마지막에는 그녀를 붙잡지 못한 채 멀리서 사라져 갔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이혼을 했고, 몇 권의 바카라을 출판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남자가 파리에 왔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그녀는 목소리만으로도 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남자는 그저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이후의 말들을 그는 오래 찾지 못했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끝내 그녀를 사랑하지 않게 될 수 없을 거라고, 죽는 순간까지 그녀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털어놓았다.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남자는 끝내 그 관계의 기울어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은 단 한 번 ‘여전히’라고 말할 뿐이지만, 그 한 단어만으로도 남자의 시간은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명백했다.
*
모든 관계가 처음부터 분명한 불균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떤 관계는 오랫동안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지속된다. 그러나 어느 날, 그 안정이 사랑의 균형이 아니라 한 사람의 믿음 위에 세워진 것이었음이 드러난다.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는 바로 그런 순간을 기록한다.
작품은 한 여성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첫 번째 일기는 9월 13일 월요일, 모니크가 오래된 제염소 유적지에 머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혼자 바카라을 읽고, 음악을 듣고, 오랜만에 되찾은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아직은 파국의 기록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의 모니크는 혼자 있는 시간을 낯설지만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니크는 남편 모리스와 함께 코트다쥐르의 작은 마을 무쟁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의사인 모리스는 로마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니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고, 모니크는 혼자 차를 몰고 파리로 돌아가야 했다.
학회는 일주일 동안 예정되어 있었다. 모니크는 그 시간을 정처 없이 떠돌며 보내기로 한다. 남편도, 딸들도 없이, 어디서 멈추고 어디로 갈지를 오직 자신이 정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은 결혼 이후 처음으로 그녀에게 주어진 자유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남편 모리스가 없을 때면 언제나 딸들이 함께 여행을 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넋 빠질 정도로 좋아하는 콜레트와 말 많고 까다로운 뤼시엔이 그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잊혔던 환희 같은 것이 내게 되살아난 것이다. 이 자유는 나를 20년이나 더 젊게 한다. 바카라을 덮자 나 자신을 위해 이런 글 윤 쓰기 시작했을 정도니까. 마치 스무 살 때처럼.
모니크는 혼자 남겨진 시간이 외로울 거라고 생각했다. 늘 곁에 있던 남편도, 딸들도 없이 혼자 여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길 위에 놓이자 그녀 안에서는 오래전에 잊고 지내던 감각들이 천천히 되살아났다.
그녀는 풀밭 위에 담요를 펼쳐두고,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모차르트를 들었다. 바카라을 읽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오래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햇빛과 바람, 낯선 도시의 공기 같은 사소한 것들이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느껴졌다.
모니크는 그 자유가 자신을 다시 스무 살의 시간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느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오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모니크는 22년의 결혼 생활 동안 완전히 혼자인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남편이 없으면 딸들이 있었고, 딸들이 없으면 다시 남편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홀로 남겨졌을 때 어떤 사람이 되는지를 한 번도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리고 바로 그 공백이 처음 그녀 앞에 도착하는 순간에 일기가 시작되었다. 혼자가 된 시간과 글을 쓰기 시작한 시간이 정확히 겹쳤다.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가 아닌, 오직 자기 자신으로 남겨진 순간에야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자유처럼 느껴졌던 시간 속에서 모니크는 조금씩 균열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이라고 믿어왔던 결혼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9월 25일: 창은 캄캄했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언제까지였더라? 이전에는 가끔 모리스 없이 혼자 외출했다 돌아오면, 붉은 커튼 사이로 늘 한 줄기 불빛이 새어 나오곤 했다.
그 사실은 눈에 띄는 큰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사소한 부재부터 찾아왔다. 어느 날 밤, 모니크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창은 캄캄했다. 예전 같으면 붉은 커튼 사이로 한 줄기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모리스가 집 안에 있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시처럼 보였던 그 불빛이 없었다. 이제 창은 어두웠다.
모니크가 붙잡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장면들이었다.
함께 음악을 듣던 저녁, 파리 거리를 나란히 걷던 시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새어 나오던 불빛.
그녀는 오랫동안 그 모든 것을 결혼의 자연스러운 균형이라고 믿었다. 남편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그의 친구들을 맞이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그의 성공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는 것. 그것이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여자가 생겼어
그러나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모니크는 조금씩 다른 사실에 가까워졌다. 자신이 관계를 붙들고 있는 동안에도 모리스는 오래전부터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다른 여자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여자의 존재는 갑작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던 관계가 마지막으로 드러난 결과처럼 보였다. 모니크는 그제야 자신이 믿어왔던 ‘동등한 자리’가 정말 같은 곳에 놓여 있었는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마지막 일기에서 모니크는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두렵다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했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것은 남편 모리스가 떠나간다는 사실만은 아니었다. 정말 두려운 것은 자신이 지난 시간 동안 어떤 관계 안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모니크는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다.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다. 같은 시간을 지나왔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떤 관계에서는 이별의 순간보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혼자 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더 잔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사랑은 왜 늘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잔인한 걸까?
마음의 균형과 관계의 권력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상대가 떠난 뒤에도, 말이 끝난 뒤에도, 불빛이 꺼진 뒤에도 혼자 그 자리에 남는 사람은 늘 더 사랑했던 쪽이다.
더 잔혹한 것은 그다음에 온다. 자신이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