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실패와 상처를 다시 쓰기

by프리여니v

어떤 경험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면 ‘성공’이라 부르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면 ‘실패’라 부른다. 우리는 경험을 그런 식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 결과가 아닌,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내면의 변화를 따져본다면 어떨까. 성공과 실패 중 무엇이 우리를 더 깊게 만드는 것일까? 너는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정호승 시인은 ‘실패에 대하여’에서 실패를 이렇게 표현했다.


실패는 나의 애인이다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애인이다
나는 애인의 손을 잡지 않으려고
맨발로 도망쳐 왔으나 결국
애인의 손에 목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나는 전생에서도 실패했다
전생했어도 인간으로 태어나
불행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일에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실패한테 무릎을 꿇고 울었다


우리가 살면서 실패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초보자에게 실패는 당연한 통과의례다. 그럼에도 안정을 추구하는 마음은 본능적으로 실패를 기피한다. 오로지 성공적인 경험 안에 머무르고자 스스로를 웅크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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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의 신호에 응답하고자 결심한 너라면, 이제 이 실패에 대하여 다시 써야 한다. 실패는 결코 부정적인 종착역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경험이자, 나에게서 뗄 수 없는 애인 같은 동반자이며, 무엇보다 명백한 ‘얻음’의 큰 축이다. 나는 실패를 통해 전보다 훨씬 풍미 깊은 영감을 얻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에게 실패는 어느덧 일상이 되어 있었다. 손대는 족족 실패가 내 앞길을 밝히고 섰으니까. 나를 쥐락펴락했던 가장 큰 실패는 직업적 실패였다. 안정적이고 능력 있는 온라인 게임인을 꿈꿨지만, 곧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임을 깨달았다.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야 했고, 내 방식대로 해내는 것에서 만족감과 열정을 느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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