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로 핀 꽃이 있다. 그 안을 찬찬히 뜯어보면 씀바귀 꽃도 있고, 냉이 꽃도 있고, 개망초도 있다. 누군가는 이것을 단순히 '꽃'이라 부르지만, 누군가는 저마다의 이름을 불러준다. 꽃이라 뭉뚱그려 부르면 그저 꽃으로 끝나지만,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면 꽃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름과 피는 시기, 특징 같은 각기 다른 갈래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우리는 비로소 그 꽃에 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게 된다.
칼릴 지브란은 《예언자》의 '이성과 감정에 대하여'라는 챕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에게 바라노니, 그대들의 분별과 욕구를 집에 온 두 명의 소중한 손님처럼 대우하라. 그대들은 어느 한 손님을 다른 손님보다 더 존중해서는 아니 되리라. 만일 그대들이 하나에 더 마음을 둔다면 결국은 둘 모두의 사랑과 믿음을 잃어버리리라.”
우리는 살면서 어떤 일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동시다발적인 생각과 감정을 겪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 복합적인 마음들을 일어난 일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버리는 우를 범하곤 한다.
온라인 게임인 김 아무개 씨는 늘 주눅이 들어 있다. 직속 상사의 잔소리를 꾸준히 듣다 보니 업무를 전달받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매사 자신감이 없는 모습은 겉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 날, 상사에게서 업무가 내려왔고 그날도 김 아무개 씨는 잔소리를 듣는다. 내면에서는 즉각 이런 생각이 인다. ‘맨날 잔소리나 듣는 나는 정말 못났다. 쓸모없는 나는 살 가치도 없어.’ 이런 생각이 드니 감정 또한 우울하기 짝이 없다.
김 아무개 씨처럼 우리는 일어난 상황과 감정, 생각을 하나의 견고한 덩어리로 본다. 덩어리가 클수록 해결바카라은 보이지 않는다. 김 아무개 씨는 상사가 사라지거나, 갑자기 능력이 생기거나,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이 피해자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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