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열심히를 원하지 않는다!

by프리여니v
말은 자연스럽게 흐른다


종종 “오빠에게 물어봐, 다 알려줄게”라며 너스레를 떨어대는 짝꿍에게, 오늘은 장난스레 물었다. “그래? 그럼 오빠에게 '말'이란 건 뭐야?” 짝꿍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말은 히히히히힝—.” “아니, 그 말 말고 입에서 나오는 말!” 그제야 그는 자못 진지한 얼굴로 답을 내놓았다. “말은 의사소통 수단이지. 내 감정과 정보를 전달할 때 쓰는 표현 수단 중 하나.”


꽤 어려운 질문이었을 텐데도 그는 상당히 정확한 답을 했다. 내가 언어치료를 배우며 가장 먼저 들었던 정의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몸짓, 표정, 그림, 혹은 단순히 빛의 깜빡임으로도 소통할 수 있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로 ‘말’을 선택한다. 그것이 가장 쉽게 쓰이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플랫폼_그림설명-031.png


하지만 인류의 진화사를 들여다보면, 인간이 말을 선택한 것은 사실 생존을 건 치명적인 도박이었다. 정교한 발성을 위해 인간의 후두는 목 아래로 하강했고, 그 대가로 기도와 식도가 교차하는 위험한 구조를 갖게 되었다. 즉, 인간은 정교한 언어를 얻는 대신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위험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된 셈이다.


또한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전체 에너지의 20%를 쏟아붓는 비효율을 감수하며, 소리를 내는 순간 포식자에게 위치가 노출될 위험까지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처럼 언어는 결코 안전하거나 당연하게 얻어진 기능이 아니다. 질식의 공포와 에너지의 과부하를 뚫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와 나누고자 했던 인류의 뜨거운 열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토록 어렵게 얻어낸 말이긴 하지만, 말 자체를 어렵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말은 적당한 속도로, 특별한 노력이나 머뭇거림 없이 쉽고 자연스럽게 흘러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반복, 막힘, 연장을 겪는 이들이 있다. 우리는 이를 ‘말더듬(Stuttering)’이라 부른다.


말더듬은 음이나 음절의 반복, 연장, 혹은 막힘 등으로 인해 구어의 유창성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 심리, 환경 등 다중적인 요인이 얽혀 발생하며, 특히 말더듬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말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회피나 도피 행동 같은 부수적인 증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프리여니v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당신의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습니다.

11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6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5화마음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