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슬롯에 첫 발을 내딛었던 그해 겨울, 퇴근길 공원을 가로지르다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잎을 떨군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고, 마른나무 냄새가 코끝에 와닿았다.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마른, 부러질 것 같은 냄새. 그 순간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꼭 나 같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은 늘 지나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월요일에 눈을 뜨면 어느새 금요일이었고, 봄인가 싶으면 겨울이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참 빠르다"라고 웃으면서 말했지만, 나에게 그 말은 다르게 다가왔다. 빨리 지나간 시간 속에 나라고 부를 만한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회의, 작업, 보고, 다시 회의. 나는 분명 하루 종일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내가 선택한 박자가 아니었다. 남이 정해준 템포에 맞춰 달리다 보니, 정작 내 심장이 어떤 리듬으로 뛰는지 잊어버렸다. 번아웃은 그렇게 왔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시간으로 살지 못해서. 겨울나무처럼, 나는 서 있었지만 살아 있는 냄새는 나지 않았다.
탱고를 처음 만난 건 우연이었다. 친구 소개로 이끌려 간 초급 수업. 낡은 마룻바닥의 연습실 문을 열었을 때, 조금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정열의 붉은 드레스도, 장미를 문 댄서도 없었다. 대신 어색하게 서 있는 사람들, 긴장한 손바닥의 땀 냄새, 갓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 특유의 풋풋한 향기가 있었다.
첫 수업에서 배운 것은 화려한 스텝이 아니라 걷기였다. 선생님은 말했다. "탱고는 걷는 춤이에요. 음악을 듣고, 상대를 느끼고, 그다음에 한 걸음." 나는 그 한 걸음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몰랐다. 서두르면 파트너와 부딪히고, 음악을 놓치면 걸음이 붕 떴다. 수십 년을 걸어온 내가, 걷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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