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러 간다

낯선 사람의 품에서 나를 만나다

byFreewinds

밀롱가에서 춤을 추고 디제잉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커플이 안는 모습을 보았다. 음악이 시작되면 낯선 두 사람이 마주 서고, 잠시 서로의 팔 안에 들어간다. 음악이 끝나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름도, 직업도, 그날의 마음도 알지 못한 채로.


처음부터 이런 순간의 의미를 알았던 것은 아니다. 탱고를 시작한 이유는 아주 사적이었다. 예쁜 여자와 춤추고 싶었다. 음악이 좋아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 서서 호흡을 느끼고, 몸을 맞대고 음악 속을 걷는 일이 궁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자를 안을수록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 탱고를 배울 때는 포옹이 쉽지 않았다. 손끝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고, 어깨에는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갔다. '너무 세게 안는 건 아닐까', '불편해하지 않을까', '내 몸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을까'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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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아트탱고에서 수업을 받던 시절이었다. 한쪽 벽이 거울로 된 연습실에서 초보인 나는 춤을 잘 추는 한 여인에게 몇 차례 춤을 청했다. 하지만 매번 거절당했다. 한 번쯤은 괜찮았다. 누구에게나 선택할 자유가 있으니까. 그런데 거절이 반복되면서 그 여자에게 다가가는 일이 두려워졌다. 내가 앞에 서면 그녀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나는 어색하게 서 있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가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그날 피곤했을 수도 있고, 단순히 나와 춤추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은 이유를 모르면 스스로 이유를 만든다. '내가 춤을 못 춰서 그런가.'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가.'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가.' 나는 거절을 나에 대한 평가로 받아들였다.


그 뒤로 밀롱가에서 춤을 청하기 전에 상대의 표정을 살폈다. 거절당할 것 같으면 아예 다가가지 않았다. 상처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포기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음악은 흘러갔다. 누군가는 춤을 신청했고, 누군가는 웃으며 플로어로 나갔다. 한 곡이 끝나고 또 다른 곡이 시작됐다. 나는 계속 앉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거절이 두려워 스스로 포기했던 기회가 아깝다.


그래서 이제는 가능하면 일어난다. 잘 출 수 있을 것 같아서가 아니다. 상대가 나를 선택할 것 같아서도 아니다. 음악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거절당하면 다시 앉으면 된다. 다음 곡을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다시 신청하면 된다. 탱고에서 어려운 것은 춤을 잘 추는 것이 아니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어서서 낯선 사람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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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탱고 디제이이자 탱고 춤꾼. 음악과 춤, 그리고 탱고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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