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모전 서류 합격 - 면접 탈락 후기
메이저 제작사의 드라마 공모전 최종 심사에 합격 후, 나는 면접장에 앉아있었다.
30일 아기의 똥기저귀를 갈다 합격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삐걱이는 몸을 이끌고 면접장을 향했다. 신생아의 밤중수유 때문에 잠을 4시간 넘게 자지 못해 눈은 충혈돼 있었다. 머리는 빙글빙글 돌았다. 입은 옷에서 젖이 배어나올까봐 속옷 안에 손수건을 몇겹씩 대었다. 집을 나서기 전에 유축을 했고, 돌아가서 다시 먹일 시간을 머릿속으로 계산하면서 앉아 있었다.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답을 하는 동안에도 몸의 어딘가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어째서인지 몇가지 질문을 받았을 때 발끈하고 말았다. 심사위원과 쓸데없는 논쟁을 벌였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라는 말을 들으며 면접장을 떠나던 순간은 '망했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떨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붙든 건 억울함이 아니었다. 저 몸을 끌고 왜 거기까지 갔을까, 그 질문이었다. 안 갈 이유는 완벽했다. 산후 한 달이 안 됐고, 신생아 둘째가 있고, 42개월짜리 첫째가 있고, 합격 후의 활동은 더욱더 보장을 하지 못했다. 못 가겠다고 한 줄 보내면 그만이었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았을 거다. 오히려 잘했다고, 몸부터 챙기라고 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갔다.
'최종합격'이라는 네 단어에 무척이나 흥분하면서.
이 글은 그날의 기억에서 시작한다.
80일 된 아기를 재우는 데 사십 분이 걸린다.
등에 땀이 찬다. 끝없이 우는 아기 뒤통수에도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손바닥으로 등을 토닥이가, 토닥이는 속도를 아주 천천히 줄이다가, 마지막 한 번을 두드리지 않고 손을 그대로 올려둔 채로 삼십 초를 버텼다. 그 삼십 초가 제일 길다. 여기서 손을 떼는 타이밍을 놓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성공했다. 아기를 아기침대에 눕히고, 발끝으로 기어서 방을 나왔다.
문을 닫기도 전에 42개월 첫째가 "동생 볼래" 라고 천진하게 외치며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는 동생의 뺨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깨우지 마!!!"
그 네 글자를 소리지르고 싶은 욕구가 목끝 까지 올라왔다. 나도 안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첫째는 울고, 그 우는 소리에 둘째도 깬다. 나는 두 아이를 동시에 안고 다시 어르고, 달래고, 토닥이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두시간을 흘려보내야 아이들은 진정된다.
나는 첫째의 손을 떼어내고, 그 애를 데리고 거실로 데리고 왔다. 바카라장에서 바카라을 꺼내, 최대한 흥을 끌어올리며 바카라을 읽어줬다. 그순간 울고 싶었지만, 두 아이의 엄마는 울 수 있는 시간도 없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뒤에야, 나는 육아서를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화가 목까지 차오른 그 순간, 내가 머릿속에 떠오른 일이 하필 공부다.
첫째가 동생을 꼬집는 이유를 나는 모르지 않는다. 사랑을 확인하려는 거다. 그걸 아는 것과, 그 순간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내가 요즘 듣고 있는 바카라은 아델 페이버와 일레인 마즐리시의 《형제자매 싸움 없이 키우기(Siblings Without Rivalry)》다. 두 사람은 아동심리학자 하임 기너트에게서 배운 사람들이고, 부모 워크숍을 수십 년간 운영하며 실제 부모들의 말을 모아 바카라을 썼다.
이 바카라의 핵심은 생각보다 밋밋하다. 아이의 질투를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질투에 이름을 붙여주라는 것.
"동생 예뻐해야지"가 아니라 "동생 때문에 화나지?"라고 말하기. 감정을 금지하면 감정은 억압되어 뺨을 꼬집고, 머리를 때리는 방식으로 표출된다. 하지만 감정에 이름이 붙으면 그건 언어가 된다. 언어화된 감정은 예쁜 포장지를 붙여줄 수 있다.
이 바카라에는 기억할만한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아이들은 똑같이 대접받을 필요가 없고, 각자 고유하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것. 나는 그동안 공평을 계산하고 있었다. 첫째한테 삼십 분 줬으니 둘째한테도 삼십 분. 그런데 첫째가 원한 건 삼십 분이 아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이렇게 해봤다.
"동생이 자니까 엄마가 너한테 못 오지. 그래서 짜증나지."
첫째가 나를 빤히 봤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본인의 주장대로라면) 동생을 쓰다듬었다. 물론 바카라에서 배운 문장 하나가 42개월짜리를 바꾸지는 않는다. 그날 밤 나는 결국 소리를 질렀고, 아기는 깼고, 두 아이는 동시에 울었고, 나는 거실 바닥에 좌절한채 무릎에 고개를 묻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나는 같은 문장을 또 썼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