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어김없이 시조카들이 놀러온다. 그 집은 아들 하나에 딸 하나다. 사촌 오빠와 우리집 첫째가 좀 닮은 편이다. 둘이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별 뜻은 없었다. "얘네 둘은 왜 이렇게 닮았어? 아들 하나 더 낳을까? ㅋ" 물론 불가능한 걸 안다. 딸만 둘인 우리 집에, 아들이 없다는 게 좀 아쉬워 농담이 100% 한번 던져 봤다.
이윽고 엄마의 답장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아들은 저 집에 있으니 됐어."
"둘도 지금 정신없는데 애들 뒤치다꺼리하다 인생 끝내고 싶어?"
"다른 건 포기하고 애만 키우고 살아. 그럼."
"애 셋까지 생각하는 건 미친 생각이야."
"재벌집도 요샌 그리 많이 안 낳아."
"울 집에 아들 없어도 아무 문제 없고 오히려 천만다행이거든."
나는 문득 엄마의 심리가 궁금해졌다. 딸이 자식 하나 더 낳겠다는 농담에, 왜 저리 흥분했을까?
그 대화를 캡처해 챗GPT에 붙여 넣었다. "엄마 왜 이러는지 심리 설명 좀." 딸이 제 엄마의 마음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게 물어보는 시대. 나는 그런 딸이다.
GPT는 꽤 그럴듯한 답을 내놨다. 엄마의 핵심은 '셋째를 반대한다'가 아니다. 본인의 힘들었던 육아 경험을 지금 강하게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앉았다. 우리 엄마는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나를 미워해서 저 말을 쏟은 게 아니다. 저 문장들은 미움이 아니라, 당신의 육아가 그만큼 지옥이었다는 오래된 고백이 딸의 사진 한 장에 눌려 터져 나온 거였다. 아빠는 나를 낳는 날에도 친구들과 약속 잡고 술을 먹는 사람이었으니까. 육아를 함께 했을리가 없다.
문제는, 나는 그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엄마 말이 다 맞다. 나도 매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자꾸 이상한 문장 하나를 곱씹는다. 남편이 밉다는 것도, 아이가 싫다는 것도 아닌데, 이 문장만은 선명하다. 요즘 나는 혼자 살고 싶다. 이건 대체 무슨 마음일까.
40개월 아이와 2개월 아기를 키우는 건 쉽지 않다. 나는 둘째에게 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남편은 단유를 하고 그냥 분유를 먹이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말이 내 입에서 곱게 나가는 법이 없다. 그가 "그냥 분유 먹이자" 한마디를 하면, 나는 그 말의 내용이 아니라 온도에 반응한다. 짜증과 분노로 되받는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열받게 하고, 나는 열받은 그대로 그에게 쏟는다.
첫째는 둘째를 질투한다. 둘째가 겨우 잠들려 하면 굳이 다가와 깨운다. 그래서 나는 자주 두 아이를 방을 나눠 떼어 놓는다. 남편은 첫째 육아에 전념한다며 하루 종일 아이를 데리고 바깥을 돈다. 그 말은 그럴듯한데, 남는 건 나 혼자 신생아를 안고 있는 방이다. 나는 그 텅 빈 하루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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