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공기 속
피사리한 논에서의 흙냄새가
유난히도 끈적하게 올라왔다
짙은 녹음(綠陰) 속
저 멀리 풀벌레 울음소리가
늦은 오후의 정적(靜寂)을 깨웠다
한낮의 따가운 햇볕에
갈색으로 변한 양쪽 팔에서
아직은 무더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이른 저녁까지도 뜨겁던 태양이
고도(高度)를 점점 낮춰오자
바람이 제법 살랑살랑 불어왔다
이윽고 붉게 물든 노을은
구름에 가린 채 자취를 감추었고
회색빛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엔
점점 어둠이 드리워졌다
석양(夕陽)이 질 무렵,
나는 남겨짐과 떠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떠나보내는 것들에 대해
무언가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나는 홀로 여기 남겨졌지만
떠남을 아쉬워하면 할수록
이별은 더욱 쉽지 않았다
조용한 여름밤
어느덧 바람은 멈추었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먼 하늘에 비행기 한 대가
반짝이며 지나간다
저 항공기는 밤을 새워
지구 반대편을 향해 날아갈까
비행기가 지나간 하늘을 보며
떠나간 것들을 그리워하던 그때
밤하늘엔 별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견우와 직녀를 갈라놓은
두텁고 깊은 은하수를 기다리며
자연스레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수줍게 피어난 달맞이꽃이
말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노란 꽃망울 한가운데
반쯤은 생각을 맡기고 싶은
그런 여름밤이었다
(사진) 여름밤의 은하수
(출처)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405210600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