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새벽

꿈같은 여행

byfreejazz


추석연휴가 시작되던 날

기계처럼 쉼 없이 일을 해서

고장 나기 직전의 몸을

겨우 이끌고 온 새벽 무렵,

침대에 누워 창문 밖에 걸린

하얀 보름달을 가만히 바라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연휴의 자유로움에 이끌려

문득 자동차 키를 찾았다


초가을 새벽의 제법 찬 공기에

얇은 후드점퍼를 꺼내 들고

나는 조용히 현관문을 여닫았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적막감(寂寞感)만이 느껴졌고,

새벽하늘엔 둥근 달만이

홀로 고요한 밤을 지키고 있었다


자동차 시동을 걸어 블루투스를 켜니

마침 재생되는 초가을의 음악이

차 안을 따뜻하게 감싸며 흐른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선율이 이어지며

달을 향해 쏘아 올린 그 곡의 제목은

"Shoot the Moon"

반복 재생시킨 그 음악의 멜로디가

희미해지기 시작한 깊은 새벽녘,

나는 한강을 건너

남산 소월길을 따라 산 중턱을 올랐다


시간이 멈춘 듯 그때 그 자리에서

가만히 바라본 서울 도심 풍경

가파른 길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주홍 불빛의 가로등과

골목골목 내뿜고 있는 인간미

그리고 주변에서 가득 울려 퍼지는

풀벌레 우는 소리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는

볼 수 없던 따뜻한 정경(情景)에

잠시 피곤함을 잊고 있던 무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곳 한양도성에

짙은 여운(餘韻)을 내려놓고

나는 다시 떠날 채비를 했다

몸은 자동차 운전석에 앉았지만

눈은 아직 차창 밖을 응시한 채

나는 조용히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다시 우리 집 침대 위의 나

나는 잠시 여행을 한 것인가

아님 여행을 하는 꿈을 꾼 것인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는 내 손에는

여전히 자동차 키가 들려져 있다

포근했던 초가을 새벽

휴일의 여유(餘裕)와

달의 마력(魔力)에 이끌려

잠시 떠났던

꿈같은 새벽 여행




사진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202137.html



https://youtu.be/jlJX_9FMbp8?si=ZBKoh1EdbhNI-B91

'Shoot the Moon', Norah Jones (2002)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의 2002년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에 수록된 감미로운 어쿠스틱 곡.

가사에 여름과 가을이라는 계절 명칭, 그리고 눈(snow)과 꽃(flowers)이라는 계절감 있는 단어가 차례로 등장해서 사계절 내내 어울리는, 노라 존스 특유의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담긴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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