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해 준 그 시절의 Pop 음악
아직도 진행형인 6월의 기억,
충격(衝擊)과 상처(傷處) 그리고 치유(治癒)
그 과정에서 함께한 Pop 음악.
As I Lay Me Down : Sophie B. Hawkins
(1995)
1995년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해였습니다.
당시 불과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그때까진 여린 마음을 지닌 학생이었기에,
멘탈(Mental)까지도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던
쓰디쓴 기억이 있습니다.
충격 그 자체였던 그 해의 그 기억은 그래서,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
깊은 슬픔 그대로 묻혀 있습니다.
1995년 6월 29일 목요일 저녁
(그날은 날짜와 요일까지 제 기억 속에 있네요.)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위해 매점에서 저녁을 먹고
학교 자율학습실로 올라가는 길,
매번 보이던 법원, 검찰청 건물은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그 옆에 보이던, 선명했던 분홍빛의
백화점 건물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그 주변에서 뭔지 모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 그날 저녁 폐장 직전에 건물 두 동(棟) 중 한 동 붕괴)
그래서 "이게 도대체 뭐지?"
하는 마음으로 학교 자율학습실에 올라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야자(夜自) 당직 선생님께서
급하게 자율학습실로 들어오셔서,
"믿을 수 없지만 조금 전,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며,
근처에 사는 학생들은 지금 당장
집에 가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었던 현상을 목격한 지 이틀 뒤
저는 겨우 정신을 차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찌어찌 등교를 했던 그날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희생자 가족이 생긴 같은 반 제 친구의 바카라상에는,
슬프디 슬픈 하얀색의 국화꽃다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 후, 울음바다가 되었던 장례식장.
하지만 그 친구도, 그리고 우리도
그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달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고2 1학기 기말고사를 코앞에 뒀지만
교복을 입은 채로, 장맛비가 내리던 날도,
그리고 찌는 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던 날도,
삼풍백화점 참사(慘事)의 구조작업에
자원봉사자로 현장에 함께 있었습니다.
그 습하디 습한 장마철에,
난생처음 보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현장에서
생존자가 실려 나오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땀과 피와 눈물로 우리는,
그해 여름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습니다.
그때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기적이 일어났는지
생존자가 연이어 발견되었고,
뉴스에서는 속보(速報)로,
신문에서는 대서특필(大書特筆)로,
그 소식이 떠들썩하게 보도(報道)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애타게 찾던 그 친구의 누나는
끝끝내 생존자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항상 친절한 말씨와
따뜻한 표정으로 저를 반겨주며
과자나 과일을 내어주던 그 누님은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피비린내가 진동하던 그 현장에서
저는, 그리고 우리는
구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걸 지켜보며
더 이상 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걸 느낀 채
짙은 슬픔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둬야만 했습니다.
근처 강남성모병원의 앰뷸런스(ambulance) 소리와
처참하게 붕괴된 건축물의 잔해(殘骸)와
생전 처음 맡아보는 현장에서의 냄새는
저의 귀와 눈, 그리고 코를 습하디 습하게 만들었고,
때마침 장마가 시작되면서 저의 몸과 마음 모두
축축하게 젖어들었습니다.
습한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작업을 하다 보니
손바닥과 팔꿈치 어딘가에서는 피가 계속 흘렀고,
그 피와 땀과 눈물은 사고 현장 곳곳에 뿌려졌지만
며칠 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자 금세 말라버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 날이 쌀쌀해지자
참혹했던 사고 현장을 찾는 이들은 눈에 띄게 줄었고
아침마다 사고 현장 옆을 지나던 스쿨버스는
노선을 다른 길로 변경했습니다.
지름길을 놔두고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점점 그 장소를 멀리 하게 되고
또 언론의 보도까지 뜸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고통도 조금씩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렇게 맞은 1995년 11월
Sophie B. Hawkins가 부른
"As I Lay Me Down"이
미국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
차트(Chart) 1위에 올랐습니다.
아마 그해 연말까지 줄곧
차트 1위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때 저를 따뜻하게 위로해 줬던 음악 중 하나가
바로, 이 여성 싱어송라이터
Sophie B. Hawkins의
은은한 수채화와도 같았던, 이 곡입니다.
사실 이 곡은,
사랑스럽고 잔잔한 멜로디를 통해
애틋하지만 희망적인 감성을 전달해 주는
그녀의 대표 발라드 곡입니다.
당시 주간 영국 차트 논평에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듣거나
혹은 길고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듣기에
가장 좋은 부드러운 발라드 곡이라며,
이 곡을 추켜세웠습니다.
*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As_I_Lay_Me_Down
하지만 저는 지금도 간혹 이 노래를 들으면
1995년에 입은 상처로 인한 아픈 마음을
이 노래를 통해 따뜻하게 위로받던 생각이 나서
살짝 눈시울이 젖을 때도 있습니다.
올해로 삼풍 참사(慘事)는
어느덧 31주기(周忌)가 되었네요.
삼풍 참사뿐만 아니라,
그 전년도(1994년 10월)에 있었던 성수대교 붕괴 등
(그때도 가까운 분들 중 희생자가 있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모든 희생자분들의
넋을 기리며, 하늘에서는 모두
편안하게 잠드시길 기원합니다.
마음 따뜻했던 누님, 이제 부디 편히 눈 감으소서...
(참고 1) "As I Lay Me Down"가 수록된,
Hawkins의 앨범, "Whaler"의 표지
(참고 2) "As I Lay Me Down" 노래
(출처 : YouTube)
https://youtu.be/c0f8ZYdorcA?si=EfNADDDkZh7yMkpz
(참고 3) 30년이 지나도 똑같은 고통으로...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30주기 추모식 관련 기사
https://1661-2014.org/news/?bmode=view&idx=166458634
(참고 4) 지금도 여전히 무너지는 백화점
- 부산 롯데백화점 지하 1층 천장 붕괴 뉴스
- 이 사고로 31년 전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 '26년 5월 31일 자 서울신문 뉴스 참고
https://www.seoul.co.kr/news/society/2026/05/31/202605315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