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추억, 東明港에서

byfreejazz


설악동에서 거나하게 취한 이른 저녁,

시외버스를 타고 속초 시내로 들어간다

설악의 그림자가 호수까지 내려온 속초,

청초호 호수공원의 산바카라로를 따라

아무 말없이 혼자 걷고 있던 무렵

노을이 호수 위에 비치며 붉게 타올랐다

해가 완전히 진 뒤 나는 갯배가 다니는

東明港 앞바다로 향했다


그날따라 전혀 쓰지 않던 소주를

짭짤한 새우 과자를 안주 삼아 마시니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번져왔다

홀로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

과자봉지를 바스락거리게 하는

바닷바람 소리를 뒤로 한 채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이곳엔

두툼한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여름밤이 깊어갈수록

항구의 정박한 배에서 풍기는

특유의 끈적한 바다 냄새가

점점 커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내 몸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눈앞에 보이던 건 어두운 밤바다

하지만 내 기억 속 어딘가에 각인된

어느 여름날의 검푸른 바다가 되어

그날 밤 이곳 東明港에 있던 나를

밤새도록 뒤척이게 하고 있었다


그 여름의 동해바다,

어둠이 파도가 되어 출렁이며

넘실넘실 소리 내었다

잠이 들어도 내 곁을 떠나지 않을

파도소리가 그리워

나는 끝내

밤바다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여름이면 더 깊어지는 바다의 숨결

여름이면 더 그리워지는 동해바다

그 여름의 끝,

속초 東明港에서






작가의 이전글주재원, 귀임 후 5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