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행사 첫날을 마무리하고 엄마, 아빠, 나, 셋이서 뒤풀이를 했다. 남편과 아이들은 시댁 가족 행사에 참석하러 갔기 때문에 뒤풀이 인원이 소소하다. 오랜만에 나의 원가족 모임이다.
익산에 오면 다사랑 치킨이 빠질 수 없다. 익산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공부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종종 다사랑 치킨을 사 와 아빠, 엄마, 나, 셋이서 집에서 조촐한 맥주 파티를 하곤 했다. 그때 당시 쿠폰 10장이 모이면 치킨 한 마리가 공짜여서 쿠폰으로 공짜 치킨도 여러 번 사 먹었던 옛날 옛적 그 시절.
다사랑 치킨에서 반반 치킨과 생맥주를 포장해 집으로 향했다.
"수고했네~ 많이 팔았어?"
"아빠! 치킨 사 왔어!"
"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치킨 먹고 싶었는데 아빠가 먹고 싶은 거 어떻게 알았데?"
"다 알지~"
난 원래 아빠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마흔이 다 돼서야 응어리를 풀고 잘 지내기로 합의를 했는데, 합의한 후로는 쭉 사이가 좋다. 역시 쌍방 합의는 중요하다.
나와 아빠는 성격이 똑같다. 아빠랑 사이가 좋아진 후로는 부쩍 아빠에 대한 이해도가 급상승해서 성격이 똑같은 아빠를 나에게 대입해 엄마에게 아빠의 언어를 번역해 줄 수 있게 되었다. 'x+y+z=?' 였던 미지수 투성이의 공식이 'x=아빠의 생각', 'y=아빠의 감정', 'z=아빠의 언어'에서 아빠 대신 나를 대입하자 마냥 물음표였던 결괏값이 정답의 근사치로 가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아빠 때문에 속상해할 때마다 종종 아빠랑 이혼하라고 할 정도로 100% 엄마 편이었는데, 아빠랑 사이가 좋아진 후 부작용이라면 100% 엄마 편에서 80% 엄마 편이 되어 가끔 아빠 편을 들어주게 되어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엄마 미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소박한 맥주 파티가 끝났다.
오늘은 꿀잠 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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