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익산에 내려가 뜨개 가방에 작은 손잡이를 달려다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뜨개 시집 가방에서 뜨개 북슬리브로 살짝 용도를 변경했다. 가져간 굿즈들을 바닥에 죽 펼쳐 놓는다.
"그림 그리기도 바쁠 텐데 언제 이런 걸 다 만들었어? 힘들지 않았어?"
엄마의 걱정 어린 말이 듣기 좋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나를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삶을 지탱하는 데 큰 힘이 되곤 한다. 엄마는 심해에 잠겨 있던 나를 뭍으로 끄집어내 준 은인이기도 하다. 물론 다시 심해에 들어가고 싶게 할 때도 있긴 하지만.
남편, 엄마, 나 셋이 빙 둘러앉아 굿즈의 적정 가격을 결정했다. 자잘한 준비를 마저 하는 동안 시간이 늦어 내일을 위해 그만 정리하고 모두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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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첫날의 아침이 밝았다.
엄마는 어딜 가든 가족들과 외출할 때면 음식을 챙기는 사람이다. 너무 많이 챙기지 말라고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려다 아이스박스에 과일과 간식, 물 등을 챙기시는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본다.
'기분 좋은 이틀을 보내자.'
딸과 처음 함께 참여하는 행사에서 좋은 추억 가득 만들 생각에 소녀처럼 들떠있는 김시인님이다. 짐들을 차에 싣고 엄마 차에 올라탔다. 면허가 없는 나는 아직도 엄마 차를 얻어 탄다. 행사장으로 출발하며 엄마가 기도를 시작했다. 가족들이 무탈하길 바라는 엄마만의 작은 의식이다. 차 안 가득한 엄마의 기도 소리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어쩌면 난 저 기도 때문에 무탈하게 40년을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참 좋다.
익산의 구도심은 낡음의 아름다움이 있다.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에 있던 낡은 건물 앞에 멈춰 서서 엄마와 둘이 나란히 각자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시의 소재로, 나는 그림의 소재로 사용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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