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대를 평가하고 비교하게 된다. 나와의 우위를 비교하고 타인과 비교우위를 통해 서열을 결정한다. 마음속이지만 이 결정을 통해 상대와 어떻게 대할지를 정한다. 그것은 드러나지 않은 경쟁이자 자연스러운 생존의 본능 의식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그런 본능은 미술품을 보면서도 드러난다. 크기를 보고 색을 보고 작품의 형상을 보면서 그동안 자신이 지닌 지식에 대입하고 새로움을 찾는다. 비교본능 속에 어느 순간 자신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판단의 결과다. 해석의 결과다. 그리고 작품을 다시 볼 때마다 고쳐지고 바뀌면서 새로운 형상으로 자리 잡는다.
그것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나기 때문이다. 작품은 단순한 표현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작가의 사상이 담겨있다. 결국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성을 드러내는 표현물이다. 작품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의 사상을 알려고 노력하면 자신과 그림은 더욱 가까워지고 작가와 관객은 새로운 인연의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가끔 개인미술관을 가면 작가가 얼마나 애정을 담고 있는지가 보이는 듯하다. 바로 건물을 짓고 그 속을 채운 작품은 평생의 모든 것이 녹아 있는 모습이다. 그 가치를 얼마나 잘 정리하여 드러내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지만 작품을 위해 건물을 짓는 애정 속에 모든 것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바카라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과 사색을 통해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것은 어느 순간 변화의 계기가 되고 더욱 성숙한 느낌을 담아내는 작품이 완성되는 길이 만들어진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며 수많은 형상 속에서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형태가 있되 형태가 없는 움직이는 산물이다. 땅속에서 겉은 썩어 버리고 한 줌 뼈만 남은 유골같이 허울을 던지고 하나만 선택한다. 형태에서 추상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식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형태로 남긴다. 작품은 우주가 되고 형상이 되고 인식하는 존재로 다가오며 다시 무수한 언어의 형태에 의해 확산된다. 그것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될 때 가치를 지닌다.
서예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도 물 흐르듯 흘러가는 붓의 매력과 그림 드리듯 그려가는 문자의 표현력이다. 자연 그대로를 닮은 글씨는 인간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만든 창조물이지만 그것은 바로 삶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글씨를 쓰면서 옛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읽어 보려고 노력한다. 글자 한 획에 숨어 있는 그 흐름이 어떤 삶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찾아보려 한다. 글씨를 보면서 그 사람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또한 그 속에 녹아있는 마음과 행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글이던 그림이던 춤이든 노래든 그것은 삶의 표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삶은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