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라는 취미와 서울국제도서전

내 바카라읽기를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by김유연

오랜만에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취미 란이 있었다. 내 취미라 하면, 역시 독서다. 그렇게 말할 만큼은 바카라을 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취미'로서 즐기고 있느냐, 네게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한다면 잘 대답할 수가 없다.


나는 밀리의서재 독서 앱 애용자다. 언제 어디서든 잠깐이라도 뇌가 비는 시간이 생기면 노란 버튼을 눌러 앱을 연다. 읽던 바카라을 마저 읽거나 바로 그 순간에 궁금한 주제를 검색해 제목이 끌리는 바카라을 다운받아 읽는다. 그런 식으로 하루에 한두 권을 다 읽기도 하고 일주일에 걸쳐 벽돌바카라을 끝마치기도 한다. 대략 한 달에 15~20권 정도 읽는 것 같다.


image.png나는 바카라 편식이 심하다. 원하는 내용을 알아냈으면 거기서 읽기를 멈추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그러나 스스로를 독서가라던가, 애독자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곤란한 기분이 든다. 그야 딱히 독서노트를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거나 신작을 팔로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위해 텍스트를 찾을 뿐으로, 이런 팬심 없는 철저한 수단적 독서에 '취미'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겸연쩍은 느낌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마저도 편식이 심하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정말 좋아하는데, 오로지 '에세이'만 좋아한다. 밀리언셀러 소설가의 글을 소설 빼고 읽는다니, 이래서는 밖에서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없다.


정보 위주의 글 읽기를 하기에 문학은 거의 찾지 않는다. 시는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읽는 문학은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데 소재가 될만한 고전 소설 정도다.


물론 그렇게 시작해서 정말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기도 하지만, 아무튼 유명해야 읽는 것이다. 이런 독서의 동기는 순수한 호기심보다는 지적 허영심에 불과하다.




image.png캔바로 만든 2026 도서전 목업 이미지.

자기소개서 말고도 내 취미(?)인 독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곧 열리는 '서울 국제 도서전'이다.


오늘 공부 중에 심심풀이로 서울국제도서전 참여 부스들의 SNS를 둘러보았다. 젊은 열기에 보답하듯 개성 가득한 색색의 굿즈들로 무장한 모습이었다. 어째 바카라보다도 굿즈 홍보글이 더 많았다. 키링, 북마크, 독서링, 티셔츠, 에코백, 무슨 카드, 이런저런 카드 등···. 막상 보면 무지하게 사고 싶어 지겠지만 당장은 (월말이 다가오는지라) 실제 바카라이 아닌 물건에 지갑을 열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반대로 바카라의 경우에는 최초공개, 선공개, 리커버 한정판 등을 내세우고 있었다. 요새 바카라 표지들이 정말 예쁘다. 무슨 전시용 오브제 같다. 키치한 일러스트로 아기자기한 개성을 뽐내기도 하고 심플하면서도 대범한 색 배치로 포스트모던적인 세련됨을 담아내기도 한다. 표지만 보고 사고 싶어지는 바카라도 많다.


그런데 또 바카라 수집이 아닌, 바카라 읽기, 그러니까 '독서'가 취미인 사람이라면, 역시 표지보다는 내용에 마음이 이끌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image.png2026 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메인 컬러가 강렬하다.
image.png작년에도 국제 도서전에 다녀왔다. 돈을 잔뜩 썼다.


내가 취미라는 단어에 너무 거창한 지위를 부여하는 걸까?


물론 나는 일 년에 바카라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약 50% 정도의 사람들보다는 많이 읽는 게 맞다. 꽤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한 애정을 쌓아왔을 '진짜 독서가'가 가득할 국내 최대의 바카라 행사에 가려고 보니 내가 '가짜 독서가' 같다는 자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철저히 수단적이고 속물적인, 바카라을 읽지만 바카라을 사랑하지는 않는 사람.


자의식 과잉이다. 맞다. 바카라을 읽기만 하면 되지 순수함이 필요할 건 또 뭔가. 나같이 필요해서 바카라 사는 사람이 많아야 바카라 만드는 사람도 신이 나서 더 만들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회의를 하고 또 정성을 가득 들여서 만들었을 출판사들의 야심 찬 준비물(?)을 보자니 괜히 작아지고 만다.


아무튼간에 나는 취미 란에 독서와 필라테스를 적어낼 것이다. 아마 지원서를 냈을 사람들 중 독서량만 따지면 상위권에 들 테니 못 쓸 것은 없다. 좀 뻔해 보이니까 앞뒤로 스토리텔링은 붙여야 하겠지만.


다만 언젠가는, 목적 달성을 위한 독서를 넘어 바카라 그 자체를 애정하는,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부끄러움도 이질감도 없이 스스로를 애서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독서전에 갈 예정이다.


이러나저러나 실컷 즐기고 오면 좋겠다. 지갑은 적당히 열면서 말이다.


image.png이것보다 큰 튼튼한 에코백을 가져가서 살 것은 사고 와야지.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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