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와 독자의 관계 — 우리는 왜 바카라을 읽는가

작가라는 인간 군상, 솔직함과 대범함

by김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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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바카라을 읽는가? 작가와 독자의 관계에 대한 단상


얼마 전 국내 최대 규모의 바카라 행사인 서울 국제 도서전을 다녀왔다. 당연하게도 돈을 꽤 썼다. 주로 소규모 부스에서 제목이 끌리는 바카라을 샀다. 대형 출판사 부스는 인파가 몰려 움직이기도 힘들 지경이라 오래 둘러볼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바카라을 그렇게 안 읽는다더니 도서전은 성수기 명동 거리마냥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전국에 숨어 있던 독서인들이 집결한 모양이다.


재미있던 점은 꽤 많은 부스가 출판사 대표와 직원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님을 초청해 즉석 사인본을 제공해 주는 곳도 많았다. 아마 출판사 측에서도 자기네 바카라을 사는 독자와 이렇게나 가까이서 만나고 이야기할 기회는 또 없을 것이다. 열성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바카라 재미있어 보이네,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게 되는 일반독자를 만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그렇게 오랜만에, 일반 서점에서 가판대 위에 얹어진—편집자와의 거리가 수 주 하고도 수십 킬로미터가 떨어진—차가운 소비가 아닌, 바카라을 쓰고 기획하고 만든 사람으로부터 제로거리로 바카라을 구매하게 되었다.


직접 기획한 바카라을 설명해주다 보니 훨씬 더 적극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편집자분들의 열정과 자신감, 심지어는 애틋함까지도 느껴지는 태도에 나도 모르게 구매욕이 일었다. 저렇게까지 애정을 담아 만들었으면 읽어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정해둔 예산을 초과해 버렸다.


그러나 예산 초과의 바카라 쇼핑은 결코 후회를 남기지는 않았다. 아직 그 많은 바카라 중 첫 번째를 반쯤 읽었을 뿐인데도 하나의 글을 만들어낼 만큼의 영감과 재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왜 글을 좋아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됐다. 나만큼이나 내면이 사사롭고 복잡한 사람들이 잔뜩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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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거침없는 솔직함을 지닌 인간상이다.


때때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어떤 현상이 있으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나치게 확장해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속에 어떤 모래알 같은 말들이 서로 뒤섞여 흩어지고 소용돌이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편안한 슬롯생활을 위해 예쁜 천으로 덮어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존재가 최대한의 솔직함을 결심하고 써 내려간 글은 그 감추고자 하는 욕망을 산산이 부수어버린다. 자신의 모래알을 바닥에 다 쏟아내고 스스로가 이렇게나 생각이 많고 자질구레하고 난잡한 존재라는 걸 드러내버린다.


그걸 보며 나는 위로받는다. 이 꼬인 심성이 세상에 또 존재하는구나. 사실 꽤 많구나. 나는 외톨이가 아니구나, 하고.


그렇다면 작가란 다 꼬인 심성을 가진 자들인가? 어떤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A를 A라고 심플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B에서 C가 되었다가, 또 Z쯤으로 점프했다가 한 바퀴 돌아서 뒤집어진 A를 내놓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난해함이 피곤할 때도 있다. 단순함을 동경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쓰는 이들, 작가들이 있기에 우리는 A에서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시선을 얻는다. 그 자유로움과 대범함이야말로 예술의 쓸모이리라.


혹은, 꼬인 심성은 우리 모두가 가진 것인데, 그걸 아주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작가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보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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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독서를 통해 연결감을 얻는다.


우리는 그 남다른 진솔함에 감탄하고 경외감을 느낀다. 자신을 감추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용기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젖혀진 천 아래에서 드러난 인간으로서의 나약함, 갈등, 질투,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고자 하는 강인함과 찬란함을 본다. 그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자기 자신을 본다. 그렇게 공감받고 위로받는다.


이런 특성이 에세이나 문학에만 해당되는 내용일까? 아니다. 재테크나 자기계발서, 실용서도 같은 특징을 공유한다. 결국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을 위한 글이라도 작가의 의도나 취향,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밖에 없다.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과 닮은 존재를 본다. 그렇게 작가와 독자 간의 일치가 일어날 때,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인 연결감을 얻는다. 이해받는 느낌을 받는다.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만도 버거운 이 슬롯에서 이해받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가족끼리도 쉽지 않다. 누군가가 날 이해한다는 느낌, 내 존재가 이해받는다는 느낌은 살아있어도 좋다는 긍정과도 같다. 너무나도 귀하고 값진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바카라을 읽는다. 이 세상에 너와 같은 존재가 또 있으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도 좋다는 확신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긍정받기 위해서다.





나 역시 간만에 좋은 바카라을 만나 연결감, 곧 긍정을 얻었다. 그것이 기뻐 글까지 쓰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아침 일찍부터 줄 서가며 도서전에 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비록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권을 받기까지만 한 시간이 걸리고 바카라 한 권 살펴보기 위해 여섯 사람을 뚫고 지나가야 했지만.


이러니저러니해도 내년에도 또 올 것이다. 또 새로운 깨달음과 뜻밖의 기쁨을 얻게 될 테니까. 한편으로는 다음 해에는 방문자가 아닌 참가자 자격으로 출석하고 싶기도 하다. 글을 사랑하고 독자를 궁금해하는 한 명의 작가로서 말이다. 충분히 꼬인 심성과 속을 뒤집을 대범함이 있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50CB7B26-EDF9-4A4C-A1DE-6DAABA0EA611_1_105_c.jpeg다 좋은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다음엔 아예 오후에 가던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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