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쓸모와 재미에 관하여
돈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작가가 있을까. 글만으로 돈이 되려면 희귀한 정보를 담고 있거나 누군가가 참고할 만한 독특하고 구체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실용적인 ‘쓸모’를 줄 수 있어야 타인의 지갑을 열 수 있다.
그렇기에 돈이 되는 글쓰기, 실용적인 글쓰기, 마케팅적 글쓰기에 대한 작법서가 넘쳐나는 현실이다. 글 만으로 먹고사는 생계를 꿈꾸면서 쓰고 싶은 글과 소위 먹히는 글 사이를 지그재그로 헤매인다.
그러나, 언제든 하루키의 여행기를 읽고 나면, 여태 진행시켜 온 ‘돈이 되는 글쓰기’에 대한 주장이 정말이지 와르르,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쌓았지만 태풍을 버틸 도리가 없는 성긴 돌담처럼. 에세이 세 장을 채 버티지 못한다. 그저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밌어서 다음 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고, 남아있는 두께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어쩔 수가 없다.
오늘로 《먼 북소리》를 세 번째 읽었다. 어김없이 재밌고, 황량하고 꺼칠한 로도스 섬의 풍경을 상상하며 푹 빠져들고 만다.
글의 재미만으로 돈을 쓰게 하고 당신을 애정하게 만드는 일은 얼마나 위대한가. 그 문체와 표현에 깜짝 놀라 사람 가득한 카페에서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피식하고 마는 힘은, 그 영향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지. 그가 톱클래스 작가임을 알고 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얕은 질투심을 느끼고 만다.
물론 누군가는 그의 에세이가 소설에 비해 형편없다고 할지도 모른다.(그런 비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하루키의 수필을 소설보다 훨씬 좋아한다. 담백하고 소박한 주제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기발한 생각들이 송곳처럼 튀어나온다. 나는 거기에 푹 빠져 이탈리아 로마의 시끄러운 길거리에 기꺼이 뛰어든다. 자극을 받아들이는 위치의 뉴런들이 기뻐 춤을 춘다. 오랜만이야, 즐거워, 하며 발꿈치를 세워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글 자체의 재미. 그 본질적인 가치의 왕 앞에서는 어떤 마케팅 기법, 독한 후킹 멘트도 속절없이 힘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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