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성 제목의 속지 마세요!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제법 평범한 날들이었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TV를 켰다.
아침 뉴스를 보고, 채널을 돌렸다. 많은 채널 속에 딱히 볼만한 게 없었다.
나의 시선을 고정시킨 건 이십여 년 전에 방영했었던 ‘내 남자의 여자’라는 드라마였다.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드라마로, 결혼 전이라 딱히 공감대도 없고 당시 나에게는 그저 그런 드라마였다.
결혼 후, 이 드라마가 나를 확 잡아 이끌었다.
이름처럼 지고지순한 '지수'는 세상 착한 여자. 교수인 남편과 가정을 위해 희생하며 주변을 살뜰히 챙기고
돌보면서 사는 것이 전부인 여자였다.
반면 지수의 친구 '화영'은 이름처럼 불꽃같은 여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치명적이고 아름다운 여자로 나온다.
서로 상반된 여자 주인공들 곁에 지수의 남편 '준표'는 가장 문제적인 인물로 나온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이 드라마의 제목이 암시하듯, 준표는 지수의 절친인 화영과 바람을 피운다. 교수라는 체면도 지수가 쌓아온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공든 탑을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결혼을 하고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결혼 전과 너무 다르다.
찰진 대사와 상황들이 너무 재미있다.
“그렇게 부인을 사랑하면서, 왜 다른 여자 앞에서 팬티를 벗어?”
참 역설적인 남자들의 이중심리를 표현한 걸까?
이 드라마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신기한 접점을 발견하고 나 역시 무언가
떠올려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서두가 좀 길었다. 나의 지난날, 남편의 여자?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퇴근을 한 후 저녁을 먹고 남편은 운동에 간다며 서둘러 나갔다.
남편은 운동이 끝나면 힘든 내색을 하며 ‘헉헉’ 거리며 집에 오기 일쑤였는데, 그날만큼은 달랐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서 정말 예쁜 여자를 만났어. 정말 너무너무 예쁜 거 있지?”
남편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고 들떠 있었다. 결혼하고 남편에게서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남편은 고등학교 때 가수 이수영을 좋아했었다고 했다.
이수영처럼 청순하고 이쁘장한, 어쩜 ‘지수’ 같은 여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우리 동네 그 편의점에 갔다.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여자였다.
큰 키에 커다란 눈망울, 오뚝한 콧날, 도도한 턱선은 ‘화영’과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페르시안 고양이’처럼 그녀는 새침하고 다부져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딸 아이는 집 밖 창문을 유심히 보더니 나를 불렀다.
“엄마, 우리 아빠랑 똑같은 사람이 우리 집 건너편 주황색 지붕에 들어갔어.”
“뭐라고??”
나는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추궁? 했다.
“너 그러는 거 아냐.”
“왜 그래! 나 정말 요즘 두 집 살림 하는 것처럼 피곤해 죽겠어.”
하며 남편은 항상 집에 돌아오면 바로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남편은 퇴근하고 곤히 잠드는 듯했다.
딸아이와 무슨 얘기를 하다가 편의점 얘기를 했는데, 잠이 들다 번쩍 깬 듯 남편은
“편의점?? 편의점 갈 일 있으면 말해. 내가 갔다 올게.”
하고는 바로 편의점으로 날아갈 듯하였다.
그 후로부터 남편은 운동을 다녀온 후, 그 편의점을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양손 가득 과자며 먹을 것을 잔뜩 사 오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는 마트가 좀 떨어져 있어서 나 역시 그 편의점을 아이들과 자주 가곤 하였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조금씩 의식했다.
그녀는 새침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우리 아들에게 말도 걸면서 무척 귀여워해 주었다.
아이들을 귀여워하는 거 보니, 그리 나쁜? 여자는 아닐 거야, 하면서...
주말이 다가왔다. 나는 그 편의점에 아이들 간식을 사러 갔다.
평일이 아닌데도 그녀가 있었다.
“오늘은 주말인데 나오셨네요. 평일에 일하지 않아요?”
“맞아요. 원래는 평일 근무인데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되었어요.”
샐쭉 나온 그녀의 입을 보니, 순간 페르시안 고양이 같던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 강아지 시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그녀는 몇 개월을 일하고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후
남편은 가끔씩 내가 여우 같은 면이 있기를 은근히 바란다.
나는 큰 눈과 동그란 눈을 갖고 있지 않지만, 아이들은 입을 모아 엄마는 “토끼야.”라고 말해준다.
토끼가 어떻게 여우가 되겠어?
남편은 대학 때 썸 타던 여자애가 상여우라서 상처를 받고, 여우 같지 않던 나와 연애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나에게 여우 기질을 원하는 건 암튼 좀 그렇다.
차라리 내가 늑대가 되고 말지... 그런 건 타고나야 하는 거니까...
그런 남편에게 나는
“너는 아마 너에게 환호하거나 작은 거에게 호들갑을 떨며 반응해 주는 여자를 보면 조심해야 해.
무언가 의도가 있을 거야. 너는 그런 여자를 만나면 너한테 있는 금니라도 빼서 줄걸.
그렇지만 전 재산은 주지 마.”
라고.